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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80년 5월의 기억 시대·장소 넘어 광주에

‘MaytoDay’ 5·18 40주년 광주 특별전 14일 ~11월 29일 ACC·무각사 등
타이페이·쾰른·서울 전시 작품 기획, ‘GB커미션’ 신작 등 14개국 330여점

 

오월항쟁의 현장인 옛 국군광주 병원 본관의 작은 성당에 들어서면 멈춰있던 시간이 다시 흐른다. 가을햇살을 받아 모습을 드러낸 오래된 스태인드 글래스를 배경삼아 얽히고 설킨 실타래와 한글 등 다채로운 언어로 번역된 성경 구절이 적힌 종이가 만들어낸 터널 사이를 지나면 잠시 그 때로 돌아가는 듯하다. 일본 작가 시오타 치하루의 작품 ‘신의 언어’다.

외국의 어느 도시. 바이올린·기타 선율과 두 남녀가 부르는 ‘오월의 노래’에 맞춰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춤을 춘다. 홍영언 작가가 5·18민주화운동기록관에서 발견한 이미지를 차용해 만든 안무다. 쾰른의 젊은이들은 오월광주의 모습이 담긴 판화를 직접 찍는 경험을 하고. 그 경험은 광주로 이어진다. 또 홍콩 민주화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낸 대만 청년작가들의 목소리도 만난다.
 

1980년 5월의 기억이 시대와 장소를 넘어 광주에 당도했다. 역사의 목소리를 재구성해 새로운 작품들이 만들어졌고, 전 세계에 발신됐던 민주 정신의 흔적이 담긴 작품들이 다시 광주로 모여들었다. 40년의 기억 소환을 통해 새로운 내일을 꿈꾸기 위해서다.

(재)광주비엔날레가 주최한 5·18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 특별전 ‘MaytoDay’(메이투데이) 광주전이 14일부터 11월 29일까지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옛 국군광주병원, 무각사 로터스갤러리에서 열린다.
 

역대 광주비엔날레 아카이브를 비롯, 창설이후 이어져온 광주정신을 추적하는 시도였던 이번 다국적 프로젝트는 민주화운동을 접점으로 연결되는 타이페이, 쾰른, 서울에서 열렸던 전시를 모아 광주에서 선보이는 기획으로 내년 열릴 아르헨티나의 전시를 미리 만나는 자리다. 또 비엔날레가 꾸준히 진행해온 세계적인 작가들의 ‘GB커미션’ 신작까지 함께 어우러진 전시로 총 14개국 86명(팀)의 작품 330여점을 만날 수 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민주평화교류원

대만 전시 ‘메이투데이: 민주중적중류’ 는 대만의 민주화운동에서 출발해 1980년의 광주, 홍콩 민주화운동으로 연결하며 민주주의에서 출발한 ‘공감’과 ‘물결’을 키워드로 제시한다. 대만의 ‘미스터 워터+m#e^s’는 홍콩의 민주화운동의 전략이었던‘물이 되어라’(Be Water)를 시각화해 제시하고 에이 아라카와와 임인작 작가가 참여한 ‘비영웅 극장’은 1980년 전후 토박이, 신명 등 지역 연극의 변천사를 통해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다양한 군상들을 표현했다.

광주와 마찬가지로 군부독재 시절을 거친 아르헨티나에서 열릴 ‘미래의 신화’전은 폭력과 비극을 목격한 증인들, 저항의 역사, 5월 어머니회의 활동과 역할 등 공감하고 나눌 수 있는 이야기들에 주목했다. 임흥순 작가의 ‘좋은 빛 좋은 공기’는 5·18민주화운동 희생자들의 어머니들과 부에노스아이레스 5월 광장의 어머니들의 목소리를 전한다.

서울의 ‘민주주의의 봄’전은 권승찬·노순택·백승우·강연균·홍성담·이불·박태규의 작품 등 기존의 작품들에 김영수의 연작, 제니 홀저의 작품들이 새롭게 추가돼 관객들을 만난다.

‘GB커미션’으로 참여한 호 추 니엔은 동학운동에서부터 5·18까지 이어져온 민주화운동의 궤적을 애니메이션으로 재편집한 영상작업 ‘49번째 괘’를 선보였다. 임민욱 작가는 2014년 광주비엔날레에서 전시된 ‘채의진과 천 개의 지팡이’를 옛 전남도청에서 다시 선보이고 있다. 2층 강당 전체를 채운 작가의 작품은 1949년 발생한 문경 민간인 집단학살에서 생존했던 채의진 선생이 만들었던 지팡이 수백개로 이뤄진 설치작품이다.

쾰른의 ‘광주 레슨’은 1980년대 당시 광주의 시민미술학교를 소환해 당시 제작됐던 판화를 복원재제작해 선보이고 있다. 관람자들은 200여개의 판화 작품 중 원하는 작품을 골라 직접 찍어보고 소장할 수 있다.

 

 

◇무각사 로터스 갤러리, 옛 국군병원

조진호의 판화 작품 ‘어머니의 눈물’ 속 김남주의 시 ‘학살’은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망월동에 뜬 달을 묘사한 한희원의 ‘아리랑연작’, 평범한 이들의 삶의 애환이 느껴지는 포창마차의 풍경을 담은 정희승의 작품도 눈에 띈다.

‘1980년대 목판화: 항쟁의 증언, 운동의 기억’을 주제로 로터스갤러리에서 열리는 목판화전은 55명 작가의 200여점이 공개되는 대규모 기획전으로 1980년 5월 18일부터 90년대 초반까지 이어진 목판화 운동의 궤적과 흐름을 통찰할 수 있는 기회다. 전시에는 김경주·김봉준·김영만·김진수·신학철·오윤·이상호·이철수·전정호·이강하·정희승·오윤·황재형 등이 참여했다.

목판화는 출판을 통한 민주화 운동에 큰 영향을 끼쳤다. 전시장에서는 오윤의 판화를 표지로 삼은 ‘풀빛판화시선’ 등 300여권의 도서를 만날 수 있으며 임철우의 신문 연재소설 ‘우리 사이에 강이 있어’의 삽화로 쓰였던 유근택의 목판화 작품 120여점이 한꺼번에 전시됐다.

국군광주병원에서는 시오타 치하루의 작품과 함께 지난 2018년 본전시관에 설치됐던 카데르 아티아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베트남, 광주의 집단적 트라우마의 현실을 담은 영상 작품과 국군병원에서 실제로 사용했던 의자와 의족을 모티브로 한 작품은 ‘장소’가 달라지면서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또 2018년 선보였던 마이크 넬슨의 거울 작품도 다시 전시되고 있다.

무료 관람. 전당과 민주평화교류원 전시와 무각사·국군광주병원 전시를 나누어 관람하면 좀 더 작품에 몰입할 수 있을 듯하다. 국군병원전시는 예약제로 운영된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