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림강릉 1.3℃
  • 서울 3.2℃
  • 인천 2.1℃
  • 흐림원주 3.7℃
  • 흐림수원 3.7℃
  • 청주 3.0℃
  • 대전 3.3℃
  • 포항 7.8℃
  • 대구 6.8℃
  • 전주 6.9℃
  • 울산 6.6℃
  • 창원 7.8℃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순천 6.7℃
  • 홍성(예) 3.6℃
  • 흐림제주 10.7℃
  • 흐림김해시 7.1℃
  • 흐림구미 5.8℃
기상청 제공
메뉴

(매일신문) 대구 수성구 40년 된 아파트 8억8천→18억 '부르는 게 값'

84㎡, 5월 실거래가 8.8억→10월 호가 18억
중개업소 "이런 적은 처음"…범어1동, 수성3가, 황금동 한두 달 새 호가 2억↑

 

 

 

수성구의 10월 주택종합매매가격이 한국감정원의 조사에서 1.91% 오르며 전국 최고를 기록하는 등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교육여건을 비롯해 우수한 입지 조건으로 상승세를 설명하고 있지만, 실거래가 많지 않은 점을 봤을 때 현재 호가를 받아낼만한 여력이 이미 제한적인 수준에 도달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치솟는 아파트 가격…신축이 끌고 구축이 키 맞추고

 

'학세권' 덕분에 수성구에서도 인기가 높은 '범4만3'(범어4동, 만촌3동)의 집값은 호가와 실거래가 모두 천정부지로 올라가고 있다.

 

지난 8월 '빌리브 범어' 84㎡형이 15억3천만원에 거래되며 비수도권 최초로 15억원을 돌파한데 이어, 내년이면 준공40년을 앞둔 범어4동 한 구축 아파트는 지난달 말 올라온 84㎡매물의 호가가 18억원까지 치솟았다.

 

이 아파트의 지난 5월 실거래가는 8억8천500만원, 지난해 11월에는 8억6천만원이었다.

 

인근 부동산공인중개사는 "주변 신축 아파트 금액이 15억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고 재개발 사업에 대한 기대감까지 더해지면서 기존 실거래가와 조합원이 생각하는 금액 차이가 상당히 커졌다"고 설명했다.

 

만촌3동 분위기도 비슷하다. 이 지역 한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지난 여름부터 '똘똘한 한채'를 바라는 심리 때문인지 오름세를 보였는데, 그때와 비교해도 2개월만에 호가가 1억, 2억원씩 더 뛰었다"며 "특히 선호도가 높은 30평대는 가격이 비싸보이더라도 지금 사두는 게 안전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실수요로 '범4만3' 아파트를 계속 지켜보고 있다는 대구의 30대 A씨는 "부동산 시장도 양극화 될 것이라고 보니 입지가 좋은 곳은 계속 오를 여지가 있고, 반대로 폭락할 가능성은 낮은 것 같다"고 했다.

 

범어네거리에 인접한 범어1동과 대형 평수 아파트가 많은 수성3가, 황금 롯데캐슬 대단지가 자리잡은 황금동 일원 등에선 한두달 새에 호가가 치솟고 있다.

 

한 공인중개사는 "수성3가 40~50평대 경우 12억~13억대 매물이 자취를 감추고 2억원 이상 오른 가격의 매물이 나오고 있는데 그나마도 매물 건수가 적다"며 "집값이 너무 가파르게 오르니까 매도인이 계약금의 2배를 물어주고 계약을 철회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범어1동 한 신축 아파트 경우 84㎡ 아파트가 불과 한 두달 전 8억~9억원대 거래되던 것이 최근 11억원대에도 실거래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불과 9억9천만원 신고가를 찍은지 한달 여만에 신고가를 갱신한 것이다. 현재 온라인 포털 사이트에 등록된 이 아파트 매물은 11억원대에서 최고 13억원대까지 있다.

 

수성구 한 공인중개사는 "30년 가깝게 중개업을 했지만 올해 같은 현상은 처음 본다. 2017년 무렵 수성구 일부 아파트가 1억~2억씩 오를 때는 갭투자 효과였지만, 올해는 시중에 풀린 유동자금과 정부 규제가 집값 인상의 주요 원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지금 가격이 너무 높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다른 공인중개사는 "사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음에도 거래가 활발하지 않은 건 가격에 대한 부담이 이미 너무 큰 상황이라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입주민과 중개업소 갈등 곳곳에서 불거져

 

아파트 가격이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아파트 매물 가격을 두고 부동산중개업소와 입주민 간의 갈등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입주민들은 중개업소가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춘다는 입장이고, 중개업소측은 입주민들이 높은 호가로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지난주 대구 동구의 한 아파트단지에는 특정 부동산 중개업소를 이용하지 말자는 내용의 현수막 다수가 아파트 울타리 곳곳에 붙었다. 달서구와 수성구에서도 '허위부동산 매물 퇴출, 저가매매 유도 아웃' 등 비슷한 내용의 현수막이 붙는 곳이 눈에 띄고 있다.

 

한 공인중개사는 "집 가진 사람으로서 고평가 받고 싶은 건 당연하지만, 가끔 급매물만 올려놔도 확실한 매물이 맞냐고 전화가 오기도 한다. 때로는 과하단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반면 이런 현수막을 내건 아파트 주민들은 일부 부동산중개업소들이 혼탁하게 만든 거래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활동이라는 입장이다.

 

수성구 한 아파트단지 입주자대표회의 관계자는 "부동산 업소의 잘못된 거래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행동일 뿐, 가격을 인위적으로 올리고자한 것이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9월말부터 공인중개사법 개정으로 허위매물 등에 대한 과태료 처분이 가능해졌음을 홍보한 것이고, 실제 현수막을 건 당일에 사라진 매물만 해도 상당수였다. 그간 시장이 혼탁해서 집주인들이 피해를 봤다고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