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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통 큰 기사-아라뱃길 새길찾기 대작전·(1)]빗나간 물길, 예견된 실패

to: '걱정하는' 시민 여러분

 

 

2020112301000884800044872저는 2012년에 태어나 올해 아홉 살이 된 경인아라뱃길입니다. 저는 한강에서 서해로 이르는 18㎞ 길이의 인공수로입니다.


태어나지도 않은 저를 놓고 일찍부터 많은 사람들이 싸웠습니다. 

 

물류혁명과 레저의 명소 등으로 대한민국을 위해 큰 일을 할 것이라고 기대한 이들이 있었는가 하면, 아무짝에도 쓸모없이 환경을 파괴하고 천문학적인 돈만 써댈 것이라고 비난하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오랜 시간 다툼이 끊이지 않는 우여곡절 끝에 저는 결국 태어났습니다. 하지만 저는 태어나서 화물을 실은 배를 거의 본 적이 없습니다. 관광객을 태운 배도 자주 못 봤습니다. 뱃길이라고 하지만 배가 다니지 않는 수로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저에게는 뒤늦게 생긴 별명이 많습니다. 누구는 '3조짜리 자전거길'이라 불러주고, 또 누구는 '배가 뜨지 않는 뱃길'이라고 불러줍니다. 저를 가리켜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며 '실패한 사업'이라고 정의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벌써 아홉 살이 되어서일까요. 그런 비난들에 익숙해졌습니다. 현재의 질책이 저보다는 저를 낳아준 이들을 향해 있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수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저를 만나기 위해 찾아옵니다. 자전거를 타고 오는 분들은 저를 많이 예뻐해 줍니다. 햇볕이 따뜻한 날에는 잔디 위에 텐트를 치거나 주변에 캠핑카를 세워놓고 여가를 즐기곤 합니다.

천천히 거닐면서 저를 지긋이 바라보다가 가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런 광경을 볼 때면 더 많은 분께 더 다양한 기쁨을 드리고 싶다는 욕심도 생깁니다.

늦은 감은 있지만, 다행히 저에게 새로운 역할을 찾아 주려는 이들이 나타났습니다. 어떻게 하면 제가 새 인생을 살 수 있을지 2년 전부터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조만간 저의 새 역할이 정해질 거라고 합니다.

여러분들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제게 관심을 보내주셨더라면 조금은 더 빨리 이런 날이 왔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앞으로 제가 맡게 될 역할에 관심을 보여주세요. 이렇게 태어난 이상, 저는 여러분께 사랑받는 존재가 되고 싶거든요. → 관련기사 2·3·4면([아라뱃길 새길찾기 대작전]어디서부터 잘못됐나)
 

From: '9살이 된' 경인아라뱃길


/기획취재팀

※기획취재팀

글 : 김대현, 김성호, 김우성차장

사진 : 김금보, 김도우기자

편집 : 김동철,박준영차장, 장주석기자

그래픽 : 박성현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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