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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수성구 고층 주상복합 건축 갈등, 결국 감사원까지 간다

대구 수성구 두산오거리 주택단지 주민들, 심의·허가과정 감사 요청하기로
갈등 대부분 조정·소송으로 해결…“행정기관은 외면” 비판도

 

 

잇따른 고층 주상복합 건축으로 갈등을 빚어온 대구 수성구 일부 지역 주민들이 결국 감사원에 판단을 구하기로 했다. 건축 허가 통과 여부와 별개로, 대구시와 수성구청의 건축 심의 및 허가 절차가 타당했는지 등을 따져묻기 위해서다.

 

◆주민 불편 개선되지 않은 채 건축허가 코 앞

 

수성구 지산동 두산오거리 모퉁이에 들어설 것으로 알려진 주상복합아파트 건축 건은 지난 9월 말 대구시 건축위원회 재심의를 조건부 통과했다. 해당 아파트 시행사가 재심의 조건을 충족하고, 수성구청이 건축을 허가하면 바로 착공할 수 있다. 이르면 내달 말 건축허가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아파트는 지하 2층~지상 27층 규모로 모두 123가구(아파트 108·오피스텔 15)가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건물이 뒷편 주택단지와 10m도 채 떨어져있지 않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일조권 침해는 물론 공사 시 소음·진동으로 인한 피해를 우려한다. 또한 주택단지 지대가 높아 지상주차장으로부터의 매연 피해, 사생활 노출 등 생활환경이 크게 악화될 것이라는 입장을 여러차례 시와 구청에 피력했다.

 

하지만 지난 9월 대구시 건축위원회 재심의에서는 이같은 내용이 반영되지 않았다.

 

당시 조건부 의결된 지적사항을 보면 ▷건물 인접 건물 및 옹벽으로 둘러쌓인 낮은 음역공간을 세심한 디자인을 통해 시각적 쾌적함을 주도록 보완이 필요함 ▷두산오거리 경관을 고려해 주차장 외곽 디자인 보완이 필요함 등 주민 생활권 침해와는 무관한 내용만 포함됐다.

 

최근 대구경실련도 이에 대해 "주거전용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상업지역 내 주상복합 건축으로 인해 이중, 삼중 피해를 보고 있다"며 "그런데도 수성구청을 비롯한 대구지역 구·군들은 건축 허가를 남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지산동 두산오거리 주택단지 주민들은 해당 아파트의 건축허가 진행 상황과 별개로, 감사원에 지역 행정기관의 건축허가와 관련해 감사청구를 하기로 했다.

 

주민 A씨는 "그간의 건축심의와 허가 등이 타당했는지 감사원의 판단을 받아보려 한다"며 "시는 구청에 허가권이 있다고 하고, 구청은 시 건축위원회 결정에 따른다고 하며 서로 책임을 미루기만 급급하는 행태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설계 변경에도 일조피해 여전

 

9층 건물 정남향에 불과 4m 거리를 두고 42층 주상복합아파트가 들어설 것으로 예정돼 논란을 빚은 수성구 황금동 해피하우스투인원 아파트도 사정은 비슷하다.

 

더욱이 42층 건물 부지의 정남향 대로변에 38층 주상복합아파트가 이미 건축허가 난 사실이 최근 알려지면서 주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 38층, 42층 건물이 겹겹이 들어서게 되는 셈이다.

해피하우스 비상대책위원회는 오는 27일 대구시 건축위원회의 재심의를 앞두고 지난 20일 수성구청 앞에서 건축허가를 반대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해피하우스의 경우 일조 시뮬레이션 결과 전 가구가 일조권 침해 수인한도를 1%도 만족하지 못하는 상태다. 법원 판례에 따르면 동짓날 기준 오전 9시~오후 3시까지 6시간 중 연속 2시간, 혹은 오전 8시~오후 4시까지 8시간 중 총 4시간을 '피해를 참을 수 있는 한도'로 두고 있다.

 

비대위 측은 "앞서 대구시 건축위원회 1차 심의에 따라 시행사가 설계를 변경했음에도 수인한도를 만족하는 가구는 한 가구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비대위는 아파트 5~6층 높이로 설계된 지상주차장으로 인한 매연·소음 피해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우려한다. 비대위 측은 "지상주차장과 베란다 사이 거리가 고작 5m 정도에 불과하다"며 "인근 주민의 생존권을 짓밟고 건강을 위협하는 설계는 건축심의에서 마땅히 부결돼야 한다"고 했다.

 

◆행정기관 "법적으로 문제 없다"며 외면

 

일반적으로 이같은 건축 관련 민원들은 시행사와 주민 간의 협상으로 매듭 짓기도 하지만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 제소, 민사소송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구 남산동 한 아파트와 주변 주민간 일조권 분쟁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 조정을 거쳐 시행사 측이 주민들에게 평균 200만원가량을 보상했다. 또한 올 초 수성구의 한 아파트 시행사는 일조분쟁소송에서 패소해 주변 주민들에게 평균 700만원가량을 보상하라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같은 갈등에서 행정기관은 쏙 빠져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상업지역은 주변 일조권 보장을 위한 규정이 없기에, 민원이 발생한다해도 법적 조건만 갖추면 사실상 건축 허가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육정미 수성구의원은 지난달 임시회 구정질문을 통해 "주거권, 생존권이 침해받는 문제에 수성구청이 너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외면할 것이 아니라, 주민 삶의 편의와 도시 전체의 조화를 계획하고 갈등을 조정하는 것이 행정"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