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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일보) [전북 가야 찾기 어디까지 왔나] (하) 쟁점과 과제

 

 

전북 가야의 실체를 드러내기 위한 작업은 진전되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과제가 남아있다. 도내에서 가야의 존재를 유추할 수 있는 유적은 계속 발굴되고 있지만, 독자세력의 존재여부를 규명할 만한 검증이 더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전북만의 특징을 보여주는 봉수와 제철유적의 시기규명, 문헌사료 ‘양직공도(梁職貢圖)’와 ‘일본서기(日本書紀)’의 해석문제가 관건이다. 가야사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다소 이견이 큰 상황이다.

이에 철저한 학술연구와 고증을 바탕에 두고 전북 가야를 규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 쟁점-대가야 하위집단 vs 독자세력

학계에서는 남원 운봉고원과 장수 일대에 존재했던 세력을 대가야의 하위집단으로 보는 게 통설이다. 익명을 요구한 고대사 박사는 4일 “경북 고령을 중심으로 하는 대가야가 섬진강까지 유역을 확장했고, 순천까지 대가야 묘제가 있다”며 “‘삼국유사’ 등 문헌사료를 통해 봤을 때도 통설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전북에서는 이 세력을 백제와 대가야 사이에 있었던 독자적 가야 세력으로 보고 있다. 봉수와 제철유적, 중국계 청자인 계수호(鷄首壺), 고분군을 근거로 들고 있으며, 존재했던 시기도 5세기 초부터 6세기까지 본다. 전북도 노기환 학예사는 “특히 계수호는 중국과의 독자적인 외교 가능성을 시사한다”며 “대가야에 귀속되지 않은 느슨한 연맹체 상태로 존재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연구와 고증, 발굴성과를 축적한 뒤, 통설과 비교분석하면서 입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역의 요구를 대변하려는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기경량 가톨릭대 국사학과 교수는 “가야사 같은 경우 자신이 속한 지역의 역사가 가장 가치있다는 사고에 사로잡혀 확대해석하는 경향도 있다”며 “전문가와 학계가 냉정한 시각을 바탕에 두고 철저한 검증과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 제철유적과 봉수 시기 규명

제철유적에 대한 시기비정도 과제다. 현재 전북에서 발굴된 제철유적 전체가 가야가 존재했던 고대시기에 국한해서 볼 수 없다는 반론이 나온다. 조선시대 지리지인 ‘세종실록지리지(世宗實錄地理志)’에 고대시기부터 존재했던 모든 제철 산지가 나오는 데, 전북과 관련된 기록은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고대사학계에서도 ‘전북에 제철유적이 존재했던 시기를 고대로 한정하긴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제철 유적 전문가로 유명한 한신대학교 이남규 한국사학과 명예교수는 조선 후기 이 지역에 제철산지가 조성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봉수도 제철유적과 마찬가지로 고대시기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 제기된다. 봉수제의 운영 초기 단계 시대에 100여개나 되는 봉수를 운영했다고 보긴 어려운데다, 불을 일으키는 발화구의 성격도 규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고대사 박사는 “봉수는 먼 곳의 소식을 중앙에 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며 “아차산의 보루성에 백제가 고구려를 방어하기 위해 세운 봉수가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이 박사는 이어 “남원 운봉고원 일부 등을 방어하기 위해 봉수를 100여 개나 세웠다는 설은 쉽게 납득이 되질 않는다”며 “다시 고증작업을 거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문헌사료 해석문제

양직공도와 일본서기에 나오는 반파를 둘러싼 해석도 통설과 이견이 크다. 사료에는 백제의 주변 소국으로 반파, 탁, 다라, 전나, 신라, 상기문 등이 나오는데, 학계는 반파를 대가야를 설명하는 용어로 해석하고 있다. 고대사 박사는 “봉수, 고분, 계수호를 비롯한 위신재 유물과 문헌기록을 맞춰 전북 지역에 존재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삼국유사에 ‘전북 가야’의 존재가 기록이 안 된 이유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삼국유사에는 금관가야(경북 김해), 아라가야(경남 함안), 소가야(경남 고성), 고령가야(경북 상주), 대가야(경북 고령), 성산가야(경북 성주)가 나와있다.

전북 가야사를 설명할 때 일본서기를 활용하는 것도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기경량 교수는 “가야사와 관련된 사료 자체가 적기 때문에 일본서기를 활용할 수 밖에 없다”면서도 “사료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굴곡과 왜곡이 있기 때문에 사료비판을 엄밀히 하면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