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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일보) [타임머신 여행 '라떼는 말이야~']"문화시민 되자" 시민·학생모여 궐기·가두행진

 

 

경찰 주체 범시민대회 개최 등
군사정권 시절 모습 잘 나타나
'문화' 개념 현재와 다르게 해석


■문화도시 풍년

과학 문화도시, 출판 문화도시, 관광 문화도시, 생태 문화도시, 동아시아 문화도시 등 '문화도시'를 이름으로 한 사업이 그야말로 풍년이다. 문화라는 단어가 갖는 의미가 여기 저기 다양하게 사용될 수 있어 어떤 단어와 짝을 맞춰 놓아도 제법 잘 어울리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오남용(?)으로 오히려 그 의미의 선명도가 흐려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아무튼 그래도 문화도시는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다.

최근에 가장 핫(Hot)하고 힙(Hip) 한 문화도시라고 하면 '지역문화진흥법'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문화도시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지정하는 법정 '문화도시'라고 할 수 있다.

법정 문화도시는 지역별 특색 있는 문화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문화 창조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정된 도시를 말한다. 특히 지역이 고유의 문화를 활용한 지역발전계획을 수립, 추진하도록 지원하고 문화를 통해 쇠퇴한 장소와 공동체를 활성화해 도시의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일단 문화도시에 지정되면 국비에 지방비를 더해 5년 동안 최대 200억원을 지원받아 사업을 진행하게 되니 상당히 매력적인 사업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각각의 지자체는 도시를 상징하는 기존 대표 슬로건 이외에 '00 문화도시'라는 최근 뜨는 근사한 '부캐'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으니 1석2조가 따로 없다.

1·2차 문화도시 선정을 통해 강원도에서는 원주시, 춘천시, 강릉시 등 3곳이 선정됐다. 전국적으로 12곳이 이름을 올린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선전이 아닐 수 없다. 이들 지자체는 △창의문화도시 원주 △전환문화도시 춘천 △시나미 강릉 등을 브랜드로 한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된다.

■1978년의 '문화도시'

조금은 다른 의미의 문화도시는 40여년 전에도 있었다. 사진 ①은 1978년 춘천고 운동장에서 진행된 '문화도시 가꾸기 범시민대회'의 모습이다. 당시 춘천고 운동장은 '춘천공설운동장'이기도 했다. 비대면이 일상이 된 코로나19 시대에 참으로 아련한 모습들이다. 이날 춘천에 있는 고등학생은 춘천고 운동장에 모두 집결했다. 어디 학생뿐인가. 학생들 뒤로 일반 시민들의 모습이 다수 보인다. 햇볕이 꽤나 따가웠는지 여기저기 알록달록한 양산이 물결친다. 햇볕에 일그러진 어른들의 표정을 보고 있자니 뒤통수만 보이지만 높으신 분들을 올려다보며 바짝 군기 잡혀 있을 앞쪽 학생들의 상황도 쉽게 그려진다. 사진 위쪽 연단 양옆으로 세워진 구조물에 쓰인 구호들을 한번 살펴 보자. “문화도시 가꾸는데 너도나도 앞장서자”, “서로서로 질서지켜 문화도시 꽃피우자”…. 역시 군사정권 시절의 모습을 잘 나타내는 강압(?)적인 표현들이다. 한마디로 관제(管制) 냄새 물씬이다. 사진 ②에서는 오토바이 운전자들이 가두행렬을 하고 있다. 구호는 “헬멧쓰고 타자”, “제한속도를 지키자” 등이다. '문화도시'를 만들자고 하면서 차선을 잘지키고 헬멧을 잘 쓰자는 표현들이 언뜻 잘 어울리는 것 같지 않지만 당시에는 '문화'가 그런 것이었다. 다시 사진 ①로 돌아가 보자. 이 모든 행사의 주체는 어디였을까. 지면으로는 잘 보이지 않지만 원본 사진을 확대해 보면 '강원도경찰국'이 떡하니 나온다.

■'문화'… 해석의 다름

왜 우리는 문화라는 개념을 서로 다르게 해석하고 사용했을까. 우리나라를 비롯한 한자권 국가가 쓰고 있는 문화는 중국의 한자 '文化(문화)'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중국에서 '문화'라는 단어는 서한 시대 이후에 비로소 등장하게 되는데 주로 '야만', '질박(質朴·꾸민 데 없이 수수함)' 등의 개념과 대조를 이루는 의미로 사용됐다. 이러한 흔적은 아직까지 단어 안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국어사전을 살펴보면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일반적인 뜻풀이 이외에 문덕(文德)으로 백성을 가르쳐 인도하는 일, 학문을 통해 인지(人智)가 깨어 밝게 되는 것 등의 뜻으로 소개돼 있다. 대부분 '교화(敎化·가르치고 이끌어서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함)'에 방점이 찍혀 있다. 반면 문화의 영어식 표현인 'Culture(컬처)'는 '경작·재배'라는 뜻의 라틴어 '쿨트라(Cultura)'를 어원으로 한다. 지금도 컬처에는 작물을 재배한다는 뜻이 포함돼 있다. 이처럼 서양사회에서는 자연을 가꿔 만든 산물 또는 행위양식이 컬처로 이해된다. 그러한 결과물들이 점차 가치 영역으로 확대되면서 자연을 가꾼다는 의미가 인간 스스로에 대한 '경작' 즉 '교육'으로 얻게 되는 가치적· 정신적인 부분까지를 포함하게 된 것이다. 40여년 전 '문화도시'를 만드는 방법론이 지금과 사뭇 달랐던 이유다.

오석기·김남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