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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3.1절 102주년] 의인 문형순 서장 독립유공 서훈 '언제면'

경찰 인사기록에 광복군 활동, 4.3당시 수 백명의 양민 구해 '한국판 쉰들러'로 불려
제주평안도민회, 제주보훈청, 경찰청 요청에도 보훈처 "입증자료 미비하다" 보류

 

제102주년 3·1절을 맞아 고(故) 문형순 서장(1897~1966)이 독립유공 서훈을 받을 수 있도록 각계의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문 서장은 제주4·3사건 당시 군경에 의해 많은 양민이 희생될 당시 이들의 목숨을 살려내 이른바 ‘한국판 쉰들러’로 불리고 있다.

4·3 당시 수많은 양민들은 밤에 들이 닥친 무장대로부터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쌀과 돈, 옷가지를 내주었다.

군경은 무장대를 토벌하고 노획한 문서에서 협조한 양민들의 명단을 찾아냈다.

그는 1949년 모슬포경찰서장(경감) 재직 당시 명단을 통해 좌익 혐의를 받던 양민 100여 명에게 자수를 권유해 사형을 모면하게 했다.

1950년 성산포경찰서장으로 재임 시 예비검속을 당한 200여 명을 총살하라는 군의 명령에 ‘부당(不當)함으로 불이행(不履行)’이라고 거부해 많은 도민들의 목숨을 살렸다.

예비검속자에 대한 총살 명령으로 도내 각 읍·면에서 수 백명씩 목숨을 잃었으나 성산읍에서는 희생자가 단 6명에 불과했다.

문 서장은 평안남도 안주가 고향으로 일제강점기 만주 일대에서 독립운동에 참여하다 광복 후 1947년 5월 경찰에 투신했다.

경찰 입문 당시 자필로 쓴 인사기록에는 1919년 만주 신흥무관학교를 졸업해 한국의용군으로 활동했고, 1945년에는 광복군으로 복무한 경력이 담겨있다.

무장독립운동비사(채근식 저)에는 고인이 독립군 중앙호위대장인 문시영(문형순의 가명)이라고 저술했다.

각종 사료에도 고인은 1919년 3·1운동 후 만주로 망명, 독립운동단체인 국민부(國民府)에 가입, 중앙호위대장과 조선혁명군 집행위원으로 독립운동에 가담했다고 기록했다.

문 서장은 독립운동을 위해 가명을 썼으며 당시 문시영(文時映)으로 불렸다.

제주평안도민회는 2006년 고인에 대해 독립유공 서훈을 요청했지만 국가보훈처는 입증자료가 부족하다며 불허 결정을 내렸다.

2010년 제주보훈청장 직권으로 재심사를 요청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경찰청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앞둔 2018년 독립운동가 출신 경찰관 가운데 서훈을 받지 못한 고인에 대해 재심사를 국가보훈처에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국가보훈처는 문시영과 문형순은 동일인이 아닐 수도 있고, 독립운동 입증자료가 미비하다는 이유로 서훈을 보류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보훈처에서 경찰 인사기록과 무장독립운동비사 자료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일제강점기 당대에 작성된 사료가 아니라 광복 이후에 쓴 기록이라는 이유 때문”이라며 “2018년 경찰 영웅으로 선정된 고인이 독립지사로 인정받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경찰청은 지난해 12월 제주시 오등동에 있는 제주평안도민 공동묘지에 경찰 영웅 고(故) 문형순 서장의 묘비를 새로 설립했다.

이는 기존 묘비가 오래돼 비문이 보이지 않고, 공적 내용이 기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주평안도민회(회장 김영호)가 새로운 비석을 함께 설립하자고 제안해 이뤄졌다.

고인은 1953년 9월 15일 경찰에서 퇴직한 후 제주시 무근성 인근에서 경찰에게 쌀을 나눠주던 쌀 배급소에서 일을 했다. 이후 대한극장(현대극장의 전신)에서 매표원으로 일하다가 1966년 6월 제주도립병원에서 향년 70세에 홀로 생을 마감했다.

경찰청은 2018년 인권경찰의 표상이 된 고인을 경찰 영웅으로 선정했다.

제주경찰청은 그해 11월 제주4·3 당시 총살 명령을 거부하고 도민 수 백명의 목숨을 구한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흉상을 세웠다.

문 서장이 총살 명령을 거부하면서 목숨을 건지게 된 강순주씨(86)는 “국민에게 훌륭한 유산을 남겨 주신 데 대해 존경과 고마움을 표하며 당신의 삶과 이력은 후배 경찰관들에게 무한한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좌동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