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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광주시향 홍석원 상임지휘자 “혼이 담긴 희망찬 무대로 관객 만날 것”

20일 교향악축제 서울공연, 네이버·KBS FM 생중계
5월 가족음악회…5·18연주회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오스트리아 티롤주립극장 지휘자
“단원들과 음악적 소통 중요”

 

 

지난 14일 광주시립교향악단 홍석원(39) 상임지휘자 인터뷰를 위해 광주문화예술회관을 찾았다. 이날 인터뷰에 앞서 지난 9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린 2021 교향악축제 프리뷰 공연에서 그의 모습을 먼저 봤던 터라 공연에서의 예리한 눈빛, 섬세하면서 역동적인 모습을 생각했지만 그 반대였다. 큰 키에 서글서글한 눈매, 잔잔한 미소를 띤 그의 모습은 왠지 친근하게 다가왔다.

광주시립교향악단 제13대 홍석원 상임지휘자가 지난 1일부터 본격적인 임기를 시작했다. 임기는 2년이며, 연 10회 이상 연주회를 진행하게 된다.
 

홍 지휘자와 광주시향과 인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해 여름 객원지휘를 통해 광주시향과 호흡을 맞췄지만 코로나 19로 공연이 무산되면서 이들의 만남은 연습으로 끝이 났다.

홍 지휘자는 “지난해 객원지휘자로 와서 연습까지 했지만 공연을 무대에 올리지 못해 너무나 아쉬웠죠. 올해 상임지휘자로 오게 돼 전화위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단원들과 만났을 때보다 분위기가 달라진 것 같아요. 좀더 집중하는 분위기이고, 서로 잘해보자는 의지가 한층 더 느껴지는 듯 합니다. 특히 광주시향은 무언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애절함, 혼이 담긴 소리를 갖고 있는 게 특징이에요. 이건 연습한다고 나타나는 것이 아니거든요. 이러한 장점을 바탕으로 다양한 공연을 선보일 생각에 막중한 책임감도 느낍니다.”
 

그는 부천시향 첼로 단원으로 활동하다 지난해 퇴임한 어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어렸을 적부터 클래식 음악을 많이 접했고, 취미로 피아노를 쳤다. 그러던 중 작은외조부의 권유로 지휘자의 길을 걷게 됐다.

서울대 음대를 졸업한 그는 2007년 클래식의 본고장인 독일로 떠나 베를린 국립음대에서 최고연주자 과정을 밟았고 오스트리아 티롤주립극장에서 5년간 지휘자로 활동했다.

13년간 외국에서 지냈다는 그의 마음 한켠엔 항상 한국에 대한 향수가 있었다. 독일에서 지금의 아내와 선생님, 친구들, 동료 등 좋은 인연들을 많이 만났고, 지휘자로서 성공적인 길을 걷고 있었지만 언젠간 귀국해 한국에서 활동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가 생각하는 지휘자의 능력과 덕목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그는 먼저 단원들과의 ‘민주적인 소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단원들을 리드하고 오케스트라가 추구하는 방향에 대한 지시를 하는 역할이지만 단원들과의 음악적인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지휘자의 역할은 단원들이 연주를 하고싶도록 만드는 것이에요. 나만의 지휘보다는 우리 모두의 작품을 만들어가고 싶은 거죠. 아울러 단원들과 서로 존중하며 의견을 교환하고, 내 생각과 다른 의견을 수용하고 맞춰가며 연습하다 보면 성공적인 무대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홍 지휘자는 지난 9일 취임연주회이자 2021 교향악축제 프리뷰 공연을 마치고 오는 20일 서울 공연을 앞두고 있다. 레퍼토리는 피아니스트 손정범과 협연하는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과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5번’이다. 그는 스탈린 체제 하에서 억압받으면서도 항상 예술가의 자유를 표현하려고 애썼던 쇼스타코비치와 자유를 위해 투쟁하고 희생한 광주의 혼에서 공통점을 느꼈고, 그의 작품 중 고난을 극복하고 승리를 이루어 나가는 과정을 그린 ‘교향곡 5번’을 연주,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일상의 자유를 되찾는 희망찬 미래를 노래하고 싶었다.

“관객분들이 광주시향이 얼마나 잘하나, 어디가 틀렸나 이런 부분에 중점을 둘 것이 아니고, 작곡가가 이 곡을 작곡할 당시의 상황이 어땠는지, 작곡가가 곡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점이 무엇인지 대해 공감하며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연주하고 싶은 곡을 연주하고, 하고 싶은 일을 자유롭게 하면서 사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를 알아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는 오는 5월 가족음악회를 준비중이다. 아이들이 재미있게 클래식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라바’ 만화와 클래식 음악을 함께 선보이는 무대다. 아울러 5·18 민주화운동 기념연주회에서는 베토벤 ‘교향곡 9번’을 공연한다.

“저는 서울에서 나고 자라서 감히 5·18에 대해 함부로 평할 순 없지만, 자유를 위해 희생하신 많은 영혼에 항상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그 희생당하신 분들이 원하시는 게 무엇이었을까요. 모든 사람이 행복하고 평화롭게 살아가는 것 아닐까요. 그래서 모든 인류의 화합을 노래한 베토벤 ‘9번 합창 교향곡’으로 그 의미를 기리는 연주를 준비했습니다.”

그는 또 지휘자가 직접 곡에 대해 해설을 들려주고, 클래식 공연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해주는 시간을 비롯해 다채로운 곡들로 공연을 꾸려나갈 계획이다.

홍 지휘자는 마지막으로 “지휘자와 오케스트라가 존재하는 이유는 관객이다”며 “관객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좋은 공연을 위해 항상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2021교향악축제 광주시립교향악단 공연은 오늘 20일 오후 7시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며, 네이버 공연 라이브와 KBS 클래식 FM에서도 실시간으로 만날 수 있다.

/전은재 기자 ej6621@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