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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신팔도명물] 쫄깃쫄깃 담백한 식감에 집 나간 활력이 돌아온다

제주 한치
오징어 비해 부드럽고 달달해
비타민·무기질 등 영양소 풍부
심장병 예방·피로회복에 좋아
물회·회·주물럭 등 요리 다양

 

'한치가 쌀밥이라면 오징어는 보리밥이고, 한치가 인절미라면 오징어는 개떡이다'.

제주에서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속담이다. 한치는 오징어와 생김새가 비슷해 자주 비교되지만 맛 자체의 급이 달라 더 귀한 대접을 받는다. 그래서 가격도 한치가 두 배 이상은 더 비싸다.

제주의 여름철 최고 별미인 한치가 돌아왔다. "최고 별미는 자리돔 아니야?"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자리돔은 뼈째 먹는 생선이다 보니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편이다. 반면 한치는 부드럽고 쫄깃한 식감과 감칠맛을 가지고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에 몸과 마음이 지치고, 밤낮없는 찜통더위로 스트레스까지 늘어가는 요즘 잃어버린 활력을 되찾아주고, 무더위를 이겨낼 든든한 보양식으로 한치만 한 것이 없다.

 

 

 

# 제주의 '명품 수산물' 한치

오징어는 전 세계에 450~500종, 그중 우리나라 연안에 8종이 살고 있다. 오징어의 사촌으로는 한치와 꼴뚜기 등이 있는데, 특히 크기와 모양이 엇비슷한 오징어와 한치를 헷갈리는 이들이 많다.

우리가 먹는 오징어는 대부분 동해 연안에서 많이 잡히는 오징어목 빨강오징어과의 '살오징어'다. 한치는 제주도 연안에 많이 서식해 '제주 한치'라 불린다.

한치는 10개의 발 중 2개의 긴 발을 제외한 나머지 8개 발의 길이가 '한 치(一寸·3㎝)'밖에 되지 않는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 그만큼 다리가 짧은 것이 특징이다.

한치의 표준명은 창꼴뚜기, 흔히 창오징어라고 불리기도 한다.

 

 

통계청 등에 따르면 제주지역 한치 어획량은 2017년 891t에서 2018년 873t, 2019년 467t, 지난해 450t으로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다.

한치는 어획량이 많지 않아 수협에서 경매를 통해 위판되기보다 어업인과 시장 상인 또는 횟집 업주 간 직거래 방식으로 거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항상 물량이 부족한 데다 공급은 달리면서 여름철이 아니면 맛보기 어렵다.

고급 식재료로 취급되는 한치는 질기다시피 쫄깃한 식감인 오징어에 비해 부드러운 식감과 약간 달게 느껴지는 담백한 감칠맛이 특징이다. 제철은 6월부터 9월까지다.

한치는 단백질 함량이 매우 높고, 지방과 탄수화물 함량이 극히 낮은 고단백 저열량 식자재다. 비타민과 무기질이 다양하게 함유돼 있어 심장질환 예방과 피로 회복에도 좋다.

제주에서는 한치가 더위를 식혀주는 여름철 별미로 꼽혀 한때 '한치 큰잔치'라는 이름으로 지역축제가 열리기도 했다. 한치는 몸통에 탄력이 있고, 고유의 광택이 도는 게 신선하다. 흡반이 선명하고 떨어진 것이 없는 것, 이상한 냄새가 나지 않는 것이 좋다. 살에 탄력이 없어 흐물흐물한 것은 피해야 한다.

손질할 때는 내장이 터지지 않도록 조심히 분리해 껍질을 벗기면 된다. 식재료 대부분이 냉동 시 질이 매우 떨어지는 반면, 한치는 생물을 얼려도 맛이 유지되기 때문에 손질 후 깨끗이 씻어 냉동 보관하면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다.

# 한치잡이 체험도 묘미

여름철 제주의 밤바다는 한치잡이 배들이 밝힌 집어등 불빛으로 매우 운치가 있다. 이 풍경을 어화(漁火)라고도 한다.

그중에서는 관광객들이 어선을 빌려 타 한치잡이 체험을 하는 경우도 많다. 이호, 도두, 고산 등 제주도 내 항구 곳곳에는 한치잡이 체험을 할 수 있는 어선이 즐비하다. 체험은 보통 오후 6시 이후에 이뤄진다. 1인당 약 5만원이면 4~5시간 정도 한치잡이 체험을 할 수 있다.

 

 

한치는 '에기'라고 불리는 인조미끼를 달아서 잡는다. 낚싯대를 던져 물 밑으로 내려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툭툭 잡아 올리면 한치가 들러붙는다.

제주의 낚시꾼들은 한치잡이를 '낚는다'고 하지 않고 '붙인다'고 말한다. 찌에 묶인 미끼를 한치가 삼키는 것이 아니라 다리가 미끼에 달라붙기 때문이다.

입질이 왔다고 해서 세게 당기면 안 된다. 한치 살이 뜯겨 나가 놓칠 수 있어서다. 아름다운 제주의 밤하늘을 감상하며 짜릿한 손맛을 느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단, 멀미약은 챙겨 먹는 것이 좋다.

■한치는 어떻게 먹어도 '군침'

데치고 굽고 회치고… 그 중에 으뜸은 물회라


한치는 물회나 회, 물에 살짝 데친 숙회로 먹거나 구이로 먹어도 그 맛이 일품이다. 그중에서도 으뜸은 단연 '한치물회'다. 

 

 

# 한치물회

= 전국 어디에서나 맛볼 수 있는 흔한 음식이지만 제주의 한치물회는 고추장·초고추장이 아닌 된장 베이스의 구수하고, 깔끔한 육수가 특징이다.

요즘은 많은 사람이 즐기는 초고추장 물회나 고춧가루 양념으로 맛을 낸 물회도 보편화해 있다.

탱탱한 한치와 식감을 더해주는 각종 신선한 채소 등이 어우러진 한치물회 한 그릇이면 한여름 더위를 단번에 날려버릴 수 있다. 또 한치는 비타민E와 타우린이 풍부해 물회로 먹을 시 숙취로 인한 속 쓰림도 없앨 수 있다.

# 한치회

=세로로 길게 썰어 나오는 한치회는 부드럽고 쫀득한 식감과 담백한 맛이 끝내준다. 한치 본연의 맛을 느끼려면 이만한 것이 없다.

취향에 따라 고추냉이나 초고추장에 찍어 바로 먹거나 상추와 마늘 등을 함께 곁들여 먹어도 맛이 좋다. 아름다운 제주 바다를 배경 삼은 한치회에 소주 한 잔은 여름밤의 낭만을 더할 것이다.

 

 

 

# 한치주물럭

= 오삼불고기가 인기를 끌던 1990년대 후반 일반 오징어가 아닌 한치주물럭을 돼지고기와 함께 조리하니 비교도 안 될 만큼 맛이 좋아 그 후로 제주를 대표하는 향토음식이 됐다.

새빨간 양념이 많이 매울 것 같지만, 실제론 매콤한 수준이다. 건더기를 다 먹고 남은 양념에 밥과 김가루, 참기름, 치즈 등을 넣어 볶은 볶음밥을 꼭 먹어볼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 한치숙회

= 야들야들하고, 부드러운 식감으로 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할 음식이다. 식초 등을 넣어 끓인 물에 잘 손질한 한치를 데쳐내기만 하면 끝이다.

애주가들이 즐겨 찾는 여름철 대표 안주이기도 하다. 간장 와사비 혹은 초고추장 소스와 잘 어울리고, 열량이 낮아 다이어트에도 좋다.

/제주일보=진유한기자 jyh@jejunews.com, 사진/제주일보=고봉수기자, 제주관광공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