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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法·檢 ‘그들만의 재판’ 여전하다

법정에서 고압적 태도 일삼는 판사...사건기록 열람을 어렵게하는 검찰
검찰 개혁의 한 축 ‘공판중심주의’ 왜 정착 더디나
법정서 마이크 사용 안해 방청객 알아듣기도 힘들어 불만 많아
담당 변호사 기록 못 본 채 재판도…“재판 준비·피고인 방어권 침해”
국민 눈높이에 맞는 재판 진행으로 사법부와 검찰 신뢰 회복 나서야

 

 

국회가 전국 법원에 대한 국정감사를 열 때면 재판 과정에서의 문제점들이 주요 이슈로 오르내린다. 법정에서 고압적인 태도를 일삼는 판사들, 첫 재판이 열릴 때까지도 피고인의 사건 기록 열람을 어렵게 하는 검찰, 시민들을 벌 세우는 듯한 법정 분위기에 마이크도 쓰지 않은 채 알아듣지 못하게 열리는 그들만의 재판 운영 방식 등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는 이슈들이다.

광주 지·고법도 다르지 않다.

◇‘모기 소리’ 재판, 언제나 달라질까=14일 광주고법 형사 1부 심리로 열린 전남도교육청 직원과 알선 브로커의 뇌물 수수 사건 항소심 재판을 듣고 있던 일부 방청객들이 허리를 곧추세우고 법정을 향해 바짝 당겨 앉았다. 항소 이유, 보석청구 사유 등을 밝히는 변호사 발언이 거의 들리지 않아서인데, 재판부와 방청석 간 거리가 먼 대법정인데도 변호사들은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았다. 방청객을 등지고 법대(法臺)를 향해 발언해 듣기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재판부도 이들에게 적극적으로 마이크 사용을 권하지 않았다.
 

형사 1부 재판부뿐 아니라 광주 지·고법 내 일부 재판부와 변호인, 검사 등이 법정 내 설치된 마이크를 제대로 사용하지 않는 데 따른 방청객들의 불만은 상당하다. 재판 도중 “뭐라고 하는지 들려?, 아니, 하나도 안 들려.”라는 수군거림이 잇따르면서 몸을 앞으로 기울이는 방청객들이 나오지만 재판 관련자들 입장에서는 불이익이라도 받을까 법정 밖에서만 토로하는 실정이다.
 

‘코로나 사태’로 법정 내 모든 인원이 의무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하면서 일부 재판부, 변호인, 검사 간 발언은 더 작아졌다. 국민에게 들리지도 않는 법률용어를 자신들끼리 주고받으며 재판을 진행하는 관행은 공판중심주의와 공개재판주의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재판부가 바뀌기 전인 지난해만 해도 고법 한 형사 재판부는 선고 때 마이크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악명이 높았다. ‘모기 목소리’라는 말이 나오면서 일각에서는 차라리 헤드셋을 끼고 재판을 해야 하지 않냐는 말도 나왔다.

◇사건 기록 열람·복사도 제때 못해…재판 지연까지=지난 8월 31일 변호사 A씨는 광주지검에 의뢰인의 사건 기록과 증거기록의 열람·복사신청을 했다. 검찰은 관련 사건이 아직 조사 중이라 열람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결국, 담당 변호사는 첫 재판이 열린 지난 9월 16일까지 자신이 변호를 맡은 피고인의 기록을 보지 못한 채 재판에 들어갔다.

당연히 첫 재판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미뤄졌다. 해당 사건 기록은 지난 14일에야 복사·열람이 가능했다.

광주지법 형사 13부가 심리 중인 최규성 전 농어촌공사 사장 등 에 대한 재판의 경우에서도 5월 기소된 뒤 6월 재판이 열릴 때까지 일부 피고인에 대한 사건 기록 열람·복사가 불가능했다. 광주지검의 기록 열람·복사 업무처리가 늦어지면서 변호사들 사이에서 재판 준비와 피고인 방어권 보장에 침해를 받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첫 재판이 열릴 때까지 의뢰인 사건 기록조차 꼼꼼히 들여다보지 못하고 재판에 참석하다 보니 방어권을 위한 입장을 제대로 밝힐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이 지연될 수밖에 없는 상황도 잇따르고 있다. 광주지검의 기록열람·복사실이 비좁은 데다, 복사·열람할 사건 서류가 많아 제때 신속하게 하기도 어렵다는 게 변호사들 설명이다. 예약제로 신청을 받아 운영하고 있지만 복사 기계가 많지 않고 개인정보 등이 노출되는지를 확인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게 지역 변호사들 이야기다.

광주지역 한 변호사는 “사전예약이 꽉 차 있는 경우가 많아 아무리 급해도 미리 예약한 다른 사건의 변호인이 양보해주지 않으면 사건기록을 볼 수조차 없다”고 말했다.

다른 변호사는 “검찰은 자동복사조차 못하게 해 수백 페이지가 넘는 기록을 한장 한장 넘기며 복사하는 실정”이라며 “기록이 10여권 가량 되는데도 일일이 한 장씩 넘기며 복사해야 하고 개인정보도 변호인 측이 가려가며 하다 보니 2~3일이 걸리기도 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법무부가 형사사건기록의 전자화를 오는 2024년까지 실시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때까지는 이 같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는 얘기다.

광주지방변호사회가 검찰과의 간담회를 열고 ▲기록열람실 공간 확장 및 자동복사 허용 ▲개인정보 사전 유출 방지를 위해서라도 변호인 측이 아닌, 검찰이 사건 기록의 개인정보를 가린 뒤 제공 등의 조치를 요구했지만 검찰은 인원 충원 및 공간 확장의 현실적 어려움을 들어 난색을 표한 상태다.

◇벌 세우는 듯한 분위기에 방청객은 뒷전인 법정=“다리 꼬지 마세요”, “반듯하게 앉으세요.” 재판을 듣기 위해 광주지법 법정을 찾아 방청석에 앉아있다가 이런 말을 들은 시민들도 적지 않다. 법원의 권위를 존중하는 것과 별개로 방청객에게 마치 학생을 가르치는 듯한 고압적 주문을 하는 게 지나치다는 게 시민들 반응이다.

지난 3월에는 공판 검사가 늦게 출석, 재판부와 20여명의 방청객들이 기다리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재판부는 급기야 검사 출석이 늦어져 선고 재판 시각을 10분 늦춘다며 휴정키도 했었다. 검사뿐 아니라 재판부가 예정 시각보다 늦게 법정에 들어와 방청객과 당사자들을 기다리게 해놓고도 별다른 양해의 말 없이 재판을 진행하는 경우도 눈에 띈다.

재판부가 진행할 사건이 많다 보니 구속 피고인을 상대로 본인 여부를 확인하는데 소홀히 했다가 교정직원이 데려온 다른 피고인에게 관련 없는 사건의 선고를 했다가 다시 하거나 재판 전 반드시 고지해야할 ‘피고인은 질문 또는 신문에 대하여 진술을 거부할 수 있는’ 진술거부권을 불과 ‘3초’ 만에 형식적으로 안내하는 재판부도 있다.

지역민들 사이에서는 국민의 시각과 눈높이에 맞는 재판 진행으로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해야 사법농단, 검찰 개혁 등으로 땅에 떨어진 사법부와 검찰의 신뢰를 쌓는 길이라는 말이 나온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