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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계약업체 아닌 다른 업체, 콘크리트 타설…위장시공 사실로

‘화정 아이파크 붕괴’ 부실·변칙 관행이 빚은 참사
경찰 수사서 확인…계약 맺은 전문업체가 장비임대업체에 하도급 줘
‘물량떼기’ 통한 하도급으로 단가 깎이며 콘크리트 재료 질 보장 못해
6~10일만에 한 개 층 타설 ‘지나치게 빠른 속도’…동바리 제거도 문제

 

‘광주시 서구 화정동 아이파크 아파트 붕괴 참사’와 관련, 콘크리트 타설 공사가 애초 계약 업체가 아닌 다른 업체에게 떠넘겨져 ‘위장 시공’된 의혹<광주일보 1월 14일 6면 단독보도>이 경찰 수사로 확인됐다. 규모가 큰 콘크리트 타설 전문 업체가 현대산업개발과 계약을 체결한 뒤 펌프카 장비를 갖춘 소규모 콘크리트 업체에게 하도급을 맡겨 공사가 이뤄졌다는 게 경찰 수사로 드러난 것이다. 공사를 떠넘긴 업체나 하도급받은 업체 규모, 자금력 등에다, 원자재·공사 단가 깎는 일이 생길 수 밖에 없는 하도급 구조를 고려하면 사고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노동·건설업계 분석이 커지고 있다. 공기 단축, 수익 증대에 매몰, 안전을 도외시한 건설업계의 부실·변칙 관행이 대형 참사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거세지고 있다.
 

◇‘물량떼기’, 또 불법 하도급?=‘화정동 아이파크 아파트 붕괴 참사’ 를 수사중인 광주경찰청 수사본부는 16일 아이파크 39층에서 실시된 콘크리트 타설 공사를 대리시공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붕괴사고 관련 노동계 등에서 제기한 ‘물량떼기’등의 정황이 경찰 수사에서 사실로 확인됐다.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이 전문건설업체인 A업체와 철근 콘크리트 공사 계약을 체결하고 관련 골조공사 하도급을 맡겼는데, 실제 콘크리트 타설 공사는 A업체가 장비 대여게약을 체결한 B 펌프카 업체 직원들에 의해 ‘대리시공’ 됐다는 게 경찰 수사 내용이다. 노동계가 지적하는 ‘물량떼기’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물량떼기란 시공사와 콘크리트를 공급하는 레미콘 업체 간 직접 계약이 아니라 시공사가 관련 업무를 골조공사업체에 넘기면 여기에서 펌프카 업체를 통해 레미콘을 공급받는 방식의 일종의 하도급 형태다. 이 과정에서 비용을 줄이기 위해 원자재 단가를 깎는 일이 생기고 결국 콘크리트 원재료의 질을 보장할 수 없게 된다는 점이다.

특히 B 업체 대표가 펌프카 사업 뿐 아니라 철근 콘크리트 공사 자격 면허를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A 업체에 비해 규모, 인원 등이 영세하다는 점에서 질적 전문성 확보를 위한 ‘전문 하도급’을 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게 건설 노동계 시각이다.

경찰도 이 부분을 확인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이 A업체 외에 B 업체와 콘크리트 타설 계약을 맺었는지, A업체와 B 업체간 하도급 사실을 알고 있었으며 하도급 여부를 승인했는지 여부를 확인해 불법 하도급 여부와 관행적인 원자재 비용 따먹기가 이뤄졌는지를 살펴보겠다는 구상이다.

‘전문공사’란 시설물의 일부 또는 전문 분야에 관한 건설공사로, 건설산업기본법(29조 2항)은 ‘전문건설을 맡은 업체는 하도급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공사의 품질이나 시공상의 능률을 높이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같은 업종의 전문건설을 맡은 업체에게 하도급을 줄 수 있다는 예외를 허용하고 있다.

B업체 대표는 건설장비임대업체 뿐 아니라 같은 주소지로 철근콘크리트 전문건설업체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예외에 해당될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동일 업종인 A 업체와 B 업체 간 규모, 인원, 경력 등을 고려하면 ‘공사 품질이나 시공상 능률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건설노조 광주·전남지역본부는 이같은 내용의 성명서를 낸 데 이어 “원청사에서 하청업체(전문건설업체)에 사고의 책임을 전가하려는 정황들이 파악되고 있다”고도 경고한 바 있다. 불법 하도급 적발을 우려한 다른 건설 현장에서도 아이파크 건설공사에 참여한 업체들과의 계약을 파기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노동계 주장이다.

 

 

 

◇속도전 공사 정황도 속속, 뭐가 바빴나=시공사가 공사기간 단축에 신경을 썼다는 점을 엿볼 수 있는 건설 행태도 드러나고 있다.

건설노조 광주전남본부가 현장사무소 등에서 확보해 언론에 공개한 아이파크 아파트 201동 콘크리트 타설 일지는 지상 35층부터 39층 옥상(PIT) 층까지 5개 층이 각각 6~10일 만에 타설한 사실이 담겨 있다.

타설일지의 경우 지난해 11월 23일 35층 바닥면 콘크리트를 타설한 10일 뒤 다음 층인 36층 바닥을 타설한 것으로 적혀 있다. 또 37층, 38층 바닥은 각각 7일과 6일 만에 타설됐고, 38층 천장(PIT층 바닥)은 8일 만에 타설된 사실을 알 수 있다. 현대산업개발측의 충분한 양생기간(12~18일 동안)을 거쳤다는 주장과도 배치된다.

일주일 뒤엔 PIT층(설비 등 배관이 지나가는 층) 벽체가 타설됐고, 11일 뒤 39층을 타설하던 중 붕괴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통상 겨울철 콘크리트가 충분히 굳는 기간이 3~4주(최대 28일)인 점을 감안하면 평균 1주일에 아파트 한 개층이 올라간 사고현장의 건설 속도는 지나치게 빨랐다는 게 현장 작업자들과의 인터뷰에서 나온 내용이기도 하다.

하중을 견디는 동바리(비계기둥) 등을 일찍 제거한 점도 공기 단축을 위한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골조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창호 실리콘·스프링클러·타일 공사 등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토록 하기 위해 무리하게 동바리 등을 서둘러 제거한 것 아니냐는 애기다.

사고 20여일 전에 공기를 앞당기려고 203동 39층에서도 콘크리트 타설 중 슬래브 일부가 주저앉는 사고가 있었다는 증언을 정의당 광주시당이 확보한 점도 시공사측의 속도전 정황의 한 사례로 나타나고 있다.

이준산 건설노조 노동안전위원장은 “건설현장 내 부조리, 부당한 관행과 불법행위는 안전에 위협을 주고 공사단가 상승 등으로 이어지고 결국 입주민에게 피해가 돌아간다”고 말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