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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불법 ‘국제학교’ 부산서도 ‘활개’

 

 

코로나19 사태를 틈타 부산지역에 교육청 인가를 받지 않은 ‘국제학교’가 우후죽순으로 들어서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법적 근거가 없는 위법 시설로,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학생과 학부모의 피해가 우려된다.

 

코로나19 사태 틈타 ‘우후죽순’

‘미국 정규학력 인증’ 홍보하며

학기당 1000만 원대 학생 모집

미인가 시설로 학력 인정 못 받아

학부모 피해 우려에도 당국 ‘팔짱’

 

16일 낮 부산 해운대구의 한 대로변. 큰길에서 골목으로 100m 남짓 올라가자 3층짜리 붉은색 벽돌 건물이 보였다. 영어로 된 ‘Busan Campus’(부산캠퍼스)란 파란색 간판과 함께 캠퍼스 개교를 알리는 대형 현수막도 내걸렸다.

 

외관만 보면 교육시설처럼 보이는 이곳은 관할청의 인가를 받지 않은 무자격 A국제학교다. 학부모와 지역 교육계에 따르면 이 국제학교는 미국 정규학력 인증을 받을 수 있다고 홍보하며 지난해 8월 문을 열었다. 현재 20명 안팎의 학생이 다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고교 과정에 이어 올 3월부터는 초등 과정까지 개설하는 등 규모를 확장 중이다.

 

초·중등교육법에 따르면 학교(분교)를 설립·운영하려면 관할청(시·도교육감)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A국제학교는 인가 없이 교실과 셔틀버스 등을 갖추고, 교복 차림의 학생들이 아침에 등교해 오후에 하교하는 등 사실상 학교처럼 운영해 오고 있다.

 

A국제학교 홈페이지 등에는 ‘국제학교’ 또는 ‘외국인학교’라는 용어를 버젓이 쓰고 있고, 상담을 받는 학부모에겐 ‘인가를 받지 않은 대안형 국제학교’라고 소개하고 있다. 이들 미인가 시설은 합법적인 국제학교처럼 학기당 1000만 원이 넘는 고액의 학비를 받는다.

 

대법원 판례를 보면 미인가 사실 고지 여부와 상관없이, 인가를 받지 않고 학교 명칭을 사용하거나 학교의 형태로 운영하면 불법이다. 최근 제정된 대안교육기관법상 대안학교의 경우엔 ‘등록’만으로 운영이 가능하지만, A국제학교처럼 외국어 학습이나 외국대학 입학을 목적으로 한 시설은 제외 대상이다.

 

이 같은 위법 국제학교는 수년 전부터 서울을 중심으로 암암리에 성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근래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해외 유학길이 막히면서 영어 교육과 외국학력 취득을 원하는 수요를 노리고 타 지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A국제학교도 8년 전 서울 강남구에 문을 연 뒤 최근 부산에 분교를 세운 경우다.

 

학원 시설을 교묘히 국제학교나 영어유치원처럼 운영하는 사례도 있다. 2020년 문을 연 해운대구 B국제학교는 어학원으로 등록한 뒤 영어유치원 과정을 운영해 오다, 올 3월부터는 초등학생을 모집해 본격적으로 국제학교 개설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서구의 C어학원도 영어유치원을 운영하며 국제학교 예비반을 개설하고 있다.

 

특히 이들 미인가 시설은 한국 학력이 인정되지 않아 의무교육 대상인 초등학생과 중학생의 경우 피해가 우려된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미인가 국제학교에 다니다 적응을 못할 경우 다시 한국 학교에 다니려 해도 해당 학년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교육 난민’이 되기도 한다”며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 최소한 고발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관련법상 이들 시설에 대해 ‘폐쇄 명령’까지 가능하지만 관리·감독을 맡은 부산시교육청은 실태 파악조차 못 하고 있다. A국제학교의 경우 지난해 8월 학부모 민원으로 문제가 파악됐지만 시교육청은 현장 실사는커녕 해당 학교에 관련 규정을 안내하는 ‘공문’만 보낸 뒤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일보〉 취재가 시작되자 시교육청 측은 뒤늦게 “다시 한번 공문을 보내고, 현장에도 나가 보겠다”고 밝혔다.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