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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일보) [속초관광수산시장]실향민 애환까지 맛깔나게 버무려 사무친 고향의 정

속초 별미들

 

함흥 출신 이섭봉씨 1951년에 처음 문 연 ‘함흥냉면옥'
강원도산 감자 손수 갈아 만든 감자 옹심이 ‘감나무집'
지역 명물 아바이·오징어순대 맛보고 싶다면 ‘장터순대'
반백년 경력 주인장의 찹쌀도너츠 맛 황홀 ‘코끼리 분식'
시장 메인거리 줄 서 먹는 ‘술빵'·‘새우튀김'도 강력 추천


# 함흥냉면옥=냉면은 겨울에 먹어야 제맛이다. 속초 회냉면은 특히 그렇다. 찰기 있는 면발에 빨갛게 양념된 명태 회를 한 점 얹어 입으로 쏙 넣으면 양념된 명태의 쫀득함과 고소함이 한입에 퍼지며 조화를 이룬다. 얼얼한 입 안으로 뜨끈한 육수를 후루룩 밀어 넣으면 온몸이 짜릿하고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1·4 후퇴 이후 속초에 자리 잡은 실향민들에게도 이곳은 모진 타지살이를 잊게 해주는 뜨끈한 맛의 장소였으리라. 실제 이 식당 ‘함흥냉면옥'을 개업한 이섭봉씨는 함흥 출신 실향민으로, 1·4후퇴 당시 부산 생활을 거쳐 속초에 자리 잡게 된다. 개업이 1951년에 거쳐간 주방장만 70여명이라고 알려졌으니, 가히 한국 함흥냉면의 원조 격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올라가던 가자미는 1980년대부터 명태로 바뀌었지만 쫄깃한 면발과 쿰쿰한 생선의 구미 당기는 조화는 변하지 않는 전통이다. 지금은 아들인 이문규(52)씨가 가게를 이어받아 아버지가 그리워했던 고향의 맛을 재현하고 있다.

# 감나무집 감자 옹심이=어느 지역이든 ‘쿵' 하면 ‘짝' 하고 떠오르는 특산품이 있기 마련이다. 강원도의 경우엔 바로 ‘감자. 그래서 강원도 감자를 손수 갈아 만든 옹심이는 그 자체로 특별하다. 감나무집은 1987년 문을 열어 속초 사람들 사이에서 영동권 ‘최초'의 옹심이집으로 알려진 곳이다. 테이블이 10개 남짓한 작은 식당, 감자옹심이 단 한 가지 메뉴만 적혀있는 메뉴판에선 주인장의 뚝심이 느껴진다. 말갛게 반투명한 국물과 옹심이를 푹 떠서 입에 넣으니 쫀득하게 감겨 오는 차진 반죽의 식감이 재밌다. 꼭꼭 씹다 보면 담백한 감자의 향이 입맛을 돋운다. 옹심이와 버섯, 칼국수와 감자, 애호박과 열무김치… 다양한 조합으로 재료들을 쏙쏙 골라먹다 보면 어느새 텅 빈 항아리를 발견하게 된다.

# 장터순대=이른 아침 문을 여는 이곳 중앙시장 순대타운은 속초 시민들의 ‘소울푸드'가 결집한 곳이다. 얼큰한 국물은 속을 달래주고, 넉넉한 머릿고기와 순대는 마음을 달래준다. 여기서 파는 ‘아바이순대'는 본디 함경도 출신 피란민들이 1·4 후퇴 이후 속초에 정착하면서 만들어 먹기 시작한 음식을 지칭하는 말이다. 당시 돼지 대창에 시래기를 밀어 넣고 고향의 맛을 만들어내던 실향민들은 이제 주방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지만, 이곳의 넉넉한 인심과 얼큰한 국물맛은 그대로 남아 마음 달랠 곳을 찾는 시민들의 단골집이 됐다. 오징어순대는 쫄깃한 오징어 안에 꽉꽉 눌러 담은 야채와 고기가 어우러져 든든한 맛을 내 속초의 별미로 먹어볼 만하다.

# 코끼리 분식=가판대 앞에 한가득 쌓인 노란 찹쌀도너츠가 발걸음을 잡아챈다. 가까이 다가설수록 느껴지는 고소한 튀김 향기에 지갑을 꺼내들 수밖에 없다. 막 받아든 꽈배기를 꺼내 크게 베어물면 흰 설탕의 달콤함과 빵가루의 바삭함, 내부 반죽의 촉촉함이 순서를 바꿔가며 미각을 자극한다. 이곳은 50년 가까운 경력의 김동길(69)씨가 운영하는 코끼리 분식. 1980년대 초 강릉에서 3년 동안 꾸려 왔던 장사를 접고 여수로 본거지를 옮기려다 속초 인심에 반해 주저앉은 지 42년째. 도너츠에 대해서만큼은 전국 최고라 자부한다. 실제 경상도에서 속초까지 꾸준히 도너츠를 맛보러 오는 손님까지 있을 정도라고. 김씨가 말하는 비법은 그날그날 만드는 신선한 반죽과 두 차례에 걸친 발효과정. 오랜 연구를 통해 찾은 튀김 기술도 맛을 차별화시키는 요인 중 하나다. 다른 도너츠집들과 달리 기름기가 배어 나오지 않는 게 특징.

# 시장 먹을거리=속초의 시장이 사람을 자꾸 끌어들이는 또 하나의 이유는 곳곳에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먹을거리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이른 아침 시장으로 들어오는 생선과 해산물들은 동해 바다의 기운과 어민의 생활력을 그대로 담은 속초의 보물들이다. 겨울이 제철인 도치는 숙회로 먹어도, 탕이나 무침으로 먹어도 그동안의 묵은 스트레스가 내려가는 맛이다. 그동안 딱딱하게 말린 미역만 먹어봤다면 물미역도 도전해 볼 만하다. 들기름에 달달 볶은 뒤 조선간장을 넣어 미역국을 끓이면 뽀얀 국물이 우러나온다. 즉석 먹거리도 놓치면 아쉽다. 속초관광시장 메인거리에 위치한 추억을 파는 술빵집 ‘찐빵땟거리' 앞에서는 휘휘 돌아 기차처럼 이어진 줄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커다란 원형 빵을 8등분으로 숭덩숭덩 썰어 파는데, 배달은 하지 않는다고. 직접 가야만 맛볼 수 있으니 더 소중한 맛이다. 시장 메인거리를 들어서면 후각을 사로잡는 튀김들도 또 하나의 즉석 별미다.

박서화·김현아·이현정기자 / 편집=이상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