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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신팔도명물]제주의 맛과 향에 취하다…오메기술

쌀 귀한 제주서 '조'로 빚어낸 순곡주…솔잎·오미자향 독특
'성읍민속마을오메기술' 제주무형문화재 지정…양조 체험 프로그램 운영


제주에서는 탁주(막걸리)를 두고 ‘오메기술’이라고 하는데 이는 탁주를 만드는 술떡의 이름인 ‘오메기’에서 비롯됐다.

오메기술은 예로부터 쌀이 귀한 제주에서 조를 주 재료로 해 연자방아나 맷돌로 빻아 맑은 물로 빚어낸 순곡주다. 하나의 독에서 청주와 막걸리를 함께 얻을 수 있다. 걸쭉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이 난다.

제주의 토양은 돌이 많은 화산회토로 논이 거의 없어 쌀이 귀했다. 이런 제주의 환경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좁쌀을 재료로 빚은 술이 오메기술이다. ‘좁쌀막걸리’라는 명칭으로도 불린다.
 

 

▲술 익으면 독특한 향미

이 술은 담가서 7일 정도면 마실 수 있게 숙성된다.

좁쌀, 누룩, 물 외에는 감미료 같은 첨가물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지만 술이 익으면 솔잎향, 오미자향 등 독특한 향미를 풍긴다.

술을 맛있게 담그는 비법으로는 좋은 토양에서 생산된 차좁쌀, 음력 8월 무렵에 띄운 누룩과 맑은 샘물, 그리고 술을 담그는 사람의 정성이 어우러져야 한다.

만드는 방법은 좁쌀가루를 뜨거운 물에 개어 동글납작한 떡을 빚는다. 이것을 ‘오메기떡’이라 한다. ‘오메기떡’을 삶아서 익으면 꺼내어 주걱으로 으깨며 치댄다.

완전히 으깨어져 걸쭉하면 거기에 가루로 빻아놓은 누룩을 넣어 골고루 휘저어가면서 섞는다. 누룩의 양은 차조의 1/3정도가 적당하다. 옹기항아리에 퍼 담은 후 물을 부어 골고루 젓은 후 따뜻하면서도 볕이 들지 않는 곳에 두는데 겨울에는 담요를 덮고 따뜻하게 해주어 얼지 않게 한다.

오메기술을 담가놓고 2~3시간에 한번 정도 위아래 재료가 잘 섞이도록 저어준다. 술이 익어 가면 노란 빛깔의 기름이 동동 뜨기 시작한다. 약 일주일 정도 시일이 지난 후 손가락으로 찍어 맛을 보면 술이 익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오메기술은 초겨울에 한 번 술을 담그면 이듬해 봄까지 계속해서 술을 만들어 마실 수 있다. 마셔 없어지는 만큼 계속해서 누룩가루와 오메기떡을 반죽해 넣기만 하면 묵혀둔 술과 뒤섞여 다시 발효된다. 이를 ‘술 살린다’, 또는 ‘술 깨운다’ 라고 한다.
 

 

▲쌀이 귀했던 제주

조선 중기의 문신 김정(1486~1521)이 제주도에서 유배생활을 하면서 보고 겪은 독특한 풍물을 기록한 ‘제주풍토록’에는 제주는 논이 드물어 지방 토호들은 육지에서 쌀을 사들여 와서 먹고 힘이 없는 자는 전곡을 먹기에 청주는 매우 귀하여 겨울이나 여름은 물론하고 소주를 쓴다는 내용이 있다.

이후 선조때 김상헌이 지은 ‘탐라지’의 풍속조에도 ‘소주를 많이 쓴다’라는 글이 나온다. 이들 기록을 보면 제주의 전통 민속주로서 소주가 많이 쓰여졌고 이 과정에서 1차적으로 발생하는 술이 탁주인 ‘오메기술’이다. 제주도는 예나 지금이나 논이 매우 적기 때문에 술을 빚을 때 밭 곡식인 조를 원료로 사용했다.

제주에서 쉽게 구할 수 있었던 차조를 가루로 빻아 오메기떡을 만든 후 가마에 쪄서 건져내다. 이것을 주걱으로 충분히 으깨어 묽게 만들고 누룩을 넣은 후 잘 배합한 후 옹기 항아리에 담아 7일정도 숙성시킨다. 숙성된 오메기술은 걸죽하면서도 감칠맛이 나고 17~18도 정도의 알코올 도수가 나온다.
 

▲제주도 무형문화재 성읍민속마을오메기술 계보

2019년 제주특별자치도 무형문화재 제3호 성읍민속마을오메기술 보유자로 지정된 강경순씨(66)는 친정어머니인 고(故) 김을정 여사로부터 술 빚는법을 익혔다.

김을정 여사는 어릴적부터 친정아버지가 남원면장으로 재직 시 많은 손님을 대접하기 위해 오메기술을 빚어온 모친과 함께 술을 빚었다.

김 여사는 이후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에서 13대째 붙박이로 내려온 신천 강씨 집안에 둘째 며느리로 시집왔다. 당시 시어머니도 술을 빚으며 주막을 차려 20여 년 간 자식들을 뒷바라지 하고 생계를 꾸려왔다.

이러한 가계(家系)가 인정돼 ‘성읍민속마을오메기술’은 1990년 5월 제주도무형문화재 제3호로 지정돼 보존 전승되고 있다.

강경순 선생은 1985년부터 친정 어머니인 김을정 여사로부터 지속적으로 전수교육을 받아 지난 2010년 1월 28일 제주도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전수교육 조교로 인정받았고 2019년에는 기능 보유자로 지정됐다.

지금은 강경순 여사의 아들이 가업을 이어가기 위해 어머니로부터 오메기술 제조법을 배우고 있다.

서귀포시 성읍민속마을에서 오메기술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술 다끄는 집’을 운영하고 있는 강경순 여사는 앞서 2015년 9월 대한민국식품명인(제68호)으로 지정됐다.

▲오메기떡

오메기떡은 원래 오메기술을 빚기 위해 만든 술떡이다.

술을 빚기 위해 차조 가루를 반죽해 만든 떡에 팥고물이나 콩가루를 묻혀 먹었던 것이 원형이다. 고물을 묻히지 않은 떡이 오메기술떡, 물기를 빼고 고물을 묻힌 것이 오메기떡이다.

오메기떡은 가운데 구멍을 내 빚어 ‘구멍떡’이라고도 불렸다. 반죽을 고루 익히기 위해 떡고물 가운데 구멍을 내 빚었던 데서 유래한다.

오메기떡을 만드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주 재료는 차조(찰이 진 좁쌀) 가루다.

원형의 오메기떡은 차조로만 만들었든데 요즘 시중에 나오는 오메기떡은 차조와 찹쌀, 쑥, 팥을 더해 만든다.

요즘에는 찹쌀가루만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차조가루가 들어가야 진정한 오메기떡이라 할 수 있다.

두 가지 가루메 끓인 물을 넣고 반죽한 뒤 작게 떼어내 가운데 부분을 오목하게 눌러 모양을 낸다. 성형을 마친 반죽은 다시 끓는 물에 삶고 식힌 뒤 겉면에 설탕을 조금 섞음 팥고물을 뭍히면 오메기떡이 된다. 이때 팥고물을 묻히기 전의 떡이 바로 오메기술떡이다.

고소하고 달달한 맛으로 인기를 끌면서 요즘에는 ‘술떡’용에서 더 나아가 간식용으로 대량 생산, 판매되는 추세다.

지금 제주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오메기떡은 예로부터 전해져 내려온 원형 그대로가 아니라 현대로 넘어오면서 대중적으로 변형된 것이다.

 

 

▲술 다끄는 집

강경순 명인이 좁쌀로 빚은 오메기술을 직접 만들고 맛볼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공간(서귀포시 표선면 성읍정의현로56번길 5)이다.

2012년 12월 성읍민속마을에 무형문화재 전수관으로 문을 열었다. 좁쌀, 누룩, 문 외에는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은 오리지널 ‘오메기술’을 빚는 체험을 하고 맛볼 수 있는 공간이다.

체험수업에서는 오메기떡 반죽에서부터 가마솥에 삶은 후 누룩을 섞는 등 오메기술 양조 과정을 배울 수 있다.

사전 예약을 통해 소규모 단위로 오메기술 빚기 체험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옛날 방식의 오메기떡이 시중에 판매되는 오메기떡과 어떻게 다른지 직접 체험하고 확인할 수 있어 제주를 찾는 여행객이라면 한 번쯤 경험해도 좋을 듯 하다.
 

홍의석 기자 honges@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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