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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일보) [강원의 맛·지역의 멋]금강산 가는 길목 태고의 자연이 숨쉬네

숨.명.찾 가이드 (6) 양구 '펀치볼'

 

 

치열했던 6.25 격전지…정전협정 69년 생태지역 탈바꿈…DMZ 희귀 동식물 가득

버들 양(楊)에 입 구(口). 금강산 가는 길목에 버드나무가 끝없이 우거져 이름이 붙여졌다는 지역, 양구.

양구의 6월은 한낮 도솔산 길목으로 내리쬐는 햇볕을 막아주는 버드나무 그늘만큼이나 진한 그리움으로 가득하다.

산을 넘으면 어느새 손에 잡힐 듯한 금강산 너머 고향과 모진 시간 속에서 영문도 모른 채 먼저 떠난 가족, 이웃을 그리는 마음이 켜켜이 쌓여 기억의 강을 이룬다.

그중에서도 비무장지대를 품은 해안면과 방림면은 특별하다. 도로가 좁아 가는 길도 만만치 않고, 작은 읍내에서도 30분가량을 달려 들어서야 하는 곳이지만 진녹색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자연과 곳곳에 남아 있는 치열한 분쟁의 흔적을 보면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특히 해안면에 자리 잡은 분지, ‘펀치볼'은 1951년 8월부터 9월까지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지역으로 유명하다. ‘펀치볼'이라는 이름부터가 전쟁 중 탄생했으니, 이 지역이 얼마나 한반도의 안위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지 짐작할 만하다. 전쟁 중 가칠봉에서 내려다본 양구 해안 분지가 마치 빨갛게 물들인 과일 칵테일 그릇(Punch bowl)을 연상시켰다는 것이다.

실제 이곳에서 하룻밤을 지내 보면 분화구처럼 폭 파인 지형에 해 질 녘마다 산허리를 넘던 해가 안겨 매일 저녁이면 빨갛게 담근 과일 칵테일이 떠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때 벌어진 ‘펀치볼 전투'는 국군과 유엔군이 전술적 요충지인 해안분지를 확보하고, 중·동부전선의 승기를 잡아낸 상징적인 장면으로 꼽힌다. 전투가 진행되던 당시 전황을 보도한 ‘뉴욕타임스'에는 1951년 8월31일자로 “북한군과 대한민국군이 2주 이상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양구 북쪽에서 소규모지만 가장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며 “전투는 이른 아침 시간까지 간헐적으로 계속됐다”고 급박한 상황을 전한 지면이 남아 있어, 당시의 상황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다. 해안분지 아래 마을에 서면, 아직까지도 펀치볼 분지 아래에서 위쪽 산을 올려다보면 모택동고지로 불리는 1026고지와 김일성고지로 보이는 924고지를 볼 수 있다.

1953년 이후 뜨거운 전쟁은 일단락됐지만 양구 비무장지대 인근 주민들은 누구보다 호된 전쟁 이후를 겪어야 했다.

돌과 지뢰가 어지럽게 뒤섞여 풀 한 포기 자라기 어려웠던 땅을 개간해 옥토를 만들었지만, 이 과정에서 가족과 이웃을 잃고도 숨죽여야 했던 비극이 이어졌다. 2011년 강원도와 사단법인 평화나눔회가 발간한 ‘강원도 민간인 지뢰피해자 전수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광복 이후 2011년까지 양구에서 지뢰로 인해 죽거나 다친 시민은 총 89명에 이른다.

정전협정 69년째를 맞는 올해 6월에는 양구를 찾아 평화와 안녕의 의미를 되새겨보고, ‘분쟁지역'에서 ‘생태지역'으로 탈바꿈하는 양구의 변신도 응원해 보면 어떨까. 70년 전 평화를 간절히 바라던 시민들의 마음이 세월을 넘어 전해질지도 모른다.

박서화·이현정·김현아기자

편집=이화준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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