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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일보) 양악(洋樂) 변방으로 인식된 강원도, 현대음악 작곡계 중심축 됐다

강원도 클래식 음악가 열전
①프롤로그

구한말 선교사 의해 유입
서울·평양 중심으로 정착
지리적 여건에 강원 소외

양악 선봉 작곡가 여럿 배출
후임 음악가 현재 큰 역할
강원 위상 과거 뛰어넘어

 

불행하게도 강원도는 오래전부터 양악(洋樂·클래식 음악)의 변두리로 인식돼 온 게 사실이다. 물론 서울 중심의 중앙집권적 음악문화 관점에서 그렇게 보였음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강원도는 그럴 수밖에 없는 지리적 위치에 있었기 때문이었다는 점이 오히려 설득력을 갖는다. 이를테면, 구한말 개신교 선교사들에 의해 양악이 유입되고, 프란츠 에케르트에 의해 최초의 양악대가 창단된 역사적인 일에 이르기까지, 서양 음악문물은 서울과 평양을 중심으로 전파됐거나 안착했기에 그렇다. 뿐만 아니라, 평양의 숭실학교라든가 서울의 배재학당과 이화학당같이 서양 음악교육을 기본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었던 교육기관이 당시 강원도엔 거의 없었고, 그나마 비슷한 시기에 포교(布敎)를 위해 강원도에 파송된 미국 선교사들의 활동 영역 또한 소극적이었거나, 그들이 미션의 도구로 음악을 적극 활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강원도는 상대적으로 양악의 수혜권(受惠圈)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는 곳이 됐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과 지리적 여건에 놓여 있던 강원도였기에 서양 문물의 유입이 활발하게 전개됐던 다른 지역에 비해 양악의 경험과 혜택이 필연적으로 뒤질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접근성이 어려운 산간오지의 지형 조건과 다른 지방 도시들과는 현저히 궁핍했던 지역 경제력 등의 요인이 겹쳐 양악을 쉽게 수용하기 어려운 곳이 돼 버렸다. 그런데 참으로 놀라운 사실은 양악 수혜의 철저한 소외지역이었고 척박하기 이를 데 없는 곳에서 한국 현대음악(양악) 창작의 선봉장이 된 작곡가가 여러 명 배출됐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음악적 기저를 이어받은 후배 음악가들이 오늘날 한국 현대음악 작곡계의 흐름을 주도하는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현실이 그저 경이롭고 놀라울 따름이다.

 

 

국내 최초의 양악 작곡가로 알려진 홍난파나 ‘가고파’를 작곡한 김동진처럼 대중적 인지도는 없지만, 강원도 양악 작곡계의 효시로 볼 수 있는 홍천 출신의 하대응을 비롯, 삼척 출신의 월북 작곡가 이건우, 태백 출신 현대음악 작곡가 박재열, 현대음악 작곡의 대모 춘천 출신의 이영자와 고성 출신 작곡가 함태균 같은 이들은 가장 한국적 어법으로 양악의 색채감과 한국의 토속적 정서를 독창적으로 창작해 낸 국내 현대음악 작곡계의 선각자들이다.

 

또한 이들의 대를 이은 강릉 출신의 작곡가 김청묵, 원주 출신의 작곡가 박정선, 춘천 출신의 작곡가 김성기, 홍천 출신의 작곡가 전상직, 유럽 현대음악 작곡계가 주목한 춘천 출신 작곡가 서홍준 같은 이들은 오늘날에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한국을 대표하는 핵심적 현대음악 작곡가라는 점에서 강원도의 음악적 위상은 이제 변방 운운하던 시대를 뛰어넘을 만큼 무서운 저력을 간직한 곳이 됐다.

 

〈격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