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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망상이 범죄로… ‘고립청년’ 출구가 필요하다

또래 여성 살해 피의자 정유정
장기간 극단적 유대 단절 드러나
본보 보도 고립청년 위험성 경고
망상 욕구 표출 예방책 마련 시급

 

전국을 충격에 빠뜨린 부산 금정구 20대 또래 여성 살인사건의 피의자 정유정(23)이 오랜 기간 은둔형 외톨이로 지내온 것으로 확인됐다. 경제 활동 의지를 상실한 니트(NEET)족에 더해 사회와 단절된 채 은둔형 외톨이가 된 고립청년이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부산일보 5월 30일 자 1면 등 보도)여서 이들이 극단적인 상태에 이르지 않도록 더 적극적으로 사회로 이끌어내는 국가적 대책이 절실히 요구된다.

5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정유정은 고등학교 졸업 이후 5년여간 사회적으로 고립돼 있었다. 정유정은 평소 이웃 주민과도 잘 소통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유정이 범행 며칠 전 생필품을 사 갔다는 한 가게 주인은 지난 2일 “단골이었던 정유정이 자주 들렀으나 인사한 적은 없다. 무뚝뚝한 편이었다”고 말했다. 이웃 주민도 정유정을 “말이 없는 편이었다”고 기억했다.

온라인에서도 외부와의 소통은 드물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정유정의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검사 결과, 최근 3개월 동안 외부인과 연락한 흔적이 거의 없었다. SNS에서도 정유정의 흔적은 확인되지 않았다. 통상 피의자 신상이 공개되면 피의자의 지인 증언이 쏟아지는데 정유정의 경우 이조차 전무했다. 온라인과 현실 세계에서 사회적 유대관계가 거의 확인되지 않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유정이 오랜 기간 사회로부터 고립돼 있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정유정은 범죄 관련 소설이나 범죄 수사 프로그램을 보며 범죄물에 탐닉했다. 사회적인 의사 교환 없이 홀로 범죄물에 몰두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을 기회를 놓쳤고, 결국 이를 실현하기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순천향대 오윤성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사회적 유대가 있으면 의사 교환을 통해 망상의 한계를 확인할 수 있지만 사회와 단절돼 있는 경우 생각이 독선적으로 빠질 수밖에 없다”며 “정유정의 경우 긴 고립 기간에 범죄물을 탐닉하면서 자신의 망상을 현실에 접목하기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상상 속에서 1인 다역으로 범죄 연극에 빠져들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은둔형 외톨이 강력 사건이 이어지는 일본의 사례처럼 이번 사건이 은둔형 외톨이 가운데 일부가 극단적인 상태로 치달을 수 있는 사회적 부작용의 단면을 드러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21년 19~34세 청년 중 고립·은둔청년은 약 53만 8000명에 달하며, 그 수치는 코로나19를 거치며 61%가량 급격하게 늘었다. 은둔형 외톨이 청년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사건으로 은둔형 외톨이 문제를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사회에 맞는 대책 마련을 위해 더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승재현 선임연구위원은 “당연히 모든 은둔형 외톨이가 범죄자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면서도 “코로나19를 거치며 많은 사람의 사회적 유대관계가 무너졌다. 소통 기회가 줄어들면서 자신만의 생각을 바로잡을 기회도 줄어들었다. 은둔형 외톨이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사회적 환경 속에서 최소한 정유정과 같은 망상에 따른 욕구가 외부로 표출되지 않도록 사회적 예방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