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의 미술 축제들도 코로나 19를 피해가지 못했다. 베니스비엔날레 등 대표적인 행사들이 올해 열리지 못했으며 광주비엔날레 역시 내년 2월로 개막을 연기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대형 비엔날레 행사 중 부산비엔날레가 온라인으로 우선 막을 열었고, 대전비엔날레, 창원조각비엔날레 등이 개막을 앞두고 있다. 또 비엔날레는 아니지만 여수국제미술 역시 관람 인원 수를 제한하며 오프라인 전시를 진행중이다. 각 행사들은 포스트 코로나가 던져준 숙제에 대한 고민을 안고 출발했다. 문화예술 수용과 향유에 관한 새로운 방식을 모색하고 문화예술계가 디지털 세계로 전환하는 시대적 요구에 어떻게 부응해야하는 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지난 5일 개막한 2020부산비엔날레는 코로나 시대, 대형미술축제가 어떤 패러다임을 보여줄까라는 점에서 관심이 쏠린다. 덴마크 출신 야콥 파브리시우스 전시감독이 기획한 이번 전시는 ‘열 장의 이야기와 다섯 편의 시’를 주제로 오는 11월8일까지 65일간 열린다. 34개국 90명의 시각예술가, 소설가, 시인, 사운드아티스트가 참여한 이번 비엔날레는 메인 공간인 부산현대미술관을 비롯해 영도 전시장, 부산 원도심 등 3곳에서 열린다. 부산비엔날레는 일단
프랑스 작가 알베르 카뮈(1913~1960)의 소설 ‘페스트’는 1940년대 가상 도시에 흑사병이 창궐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문학작품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독자들에게 그 무게감을 전하지만, 그 작품이 어떤 시대적 상황과 맞딱드릴 경우엔 훨씬 더 실감나게 다가오기 마련이다. 우리는 지금 전염병의 시대를 살고 있다.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시대를 거쳐 전 세계를 패닉 상태로 빠트린 ‘코로나 19’를 겪고 있는 우리에게 ‘페스트’는 단순한 소설 속 이야기로 읽히지 않는다. 책 속 봉쇄도시 오랑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나 등장인물들의 삶 속에서 바로 우리의 모습을 보게 된다. ‘철학자 최진석과 함께하는 책 읽고 건너가기-광주일보와 한 달에 한 권 책 읽기’ 9월의 책으로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가 선정됐다. “지금 우리는 보이지 않지만 지독한 어떤 것과 싸우는 중이다. COVID-19다. 오래 전 유럽에는 페스트가 돌았다. 용기와 희망을 가지고 페스트와 싸웠던 사람들 속에 우리가 있다. 카뮈의 말을 직접 듣는다. “나는 페스트를 통해 우리 모두가 고통스럽게 겪은 그 숨 막힐 듯한 상황과 우리가 살아낸 위협받고 유배당하던 분위기를 표현하고자 한다
‘우리 동네 미술축제.’ ‘근대문화의 보물창고’ 광주 양림동은 많은 예술가들이 사랑하는 장소였다. 다형 김현승 시인 등이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쳤고, 지금도 이곳에는 예술가들의 작업실과 문화공간들이 많이 눈에 띈다. 양림동을 걷는 재미 중 하나는 이리저리 난 ‘골목길’이다. 무심코 들어선 골목길에서 만나는 풍경들은 아기자기하고 다채롭다. 양림마을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과 문화예술관광 전문가, 주민들이 힘을 모아 소박한 문화 축제를 시작한다. ‘양림골목비엔날레’다. 미술관, 카페, 일상 공간들이 자리잡은 마을 골목에서 벌어지는 유쾌한 문화축제이자 예술을 통한 마을 공동체 회복의 출발이기도 하다. 이번 행사는 무엇보다 관 주도가 아닌, 작가들과 기획자 등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꾸려진 행사라는 데 의미가 있다. 코로나 19로 ‘굿모닝 양림’ 등 대부분의 문화행사가 취소된 상황에서 예술의 역할을 고민하던 작가들과 기획자가 의기투합했다. ‘양림마을이기에 가능한, 작지만 아름다운 축제, 함께 만들어가는 축제’를 꿈꾸며 행사를 준비중이다. 이번 행사는 예술을 통한 코로나 극복과 지역 상권 활성화를 모색하는 기획이기도 하다. 마을에 대한 애정과 함께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
“모모는 철부지. 모모는 무지개. 모모는 생을 쫓아가는 시계바늘이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귀에 익은 노래가 흘러나온다. 1979년 제1회 전일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수상했던 김만준 곡 ‘모모’다. 전일대학가요제는 광주일보 전신인 옛 전남일보의 전일방송(VOC)이 야심차게 출범시킨 가요제로 당시 큰 인기를 모았다. ‘모모’가 들려오는 곳은 전일방송이 자리했던 ‘전일 245’ 4층 전일생활문화센터 로비다. 이곳에서는 다음달 18일까지 전일대학가요제 전시회가 열리는 중이다. 당시 제작된 수상자 음반, 경연 모습 등이 담긴 사진과 함께 노래도 들을 수 있는 이번 전시는 추억의 그 시절로 떠나는 ‘시간여행’이다. 1971년 개국한 전일방송은 전두환 정권이 들어서면서 단행된 언론 통폐합으로 1980년 11월 30일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만다. MBC대학가요제가 열렸던 1977년 이듬해에 열린 전일대학가요제는 지방 유일의 전국 단위 대학가요제였고 당시 청년문화의 상징이기도 했다. 가요제는 단 3회 열렸지만 대상 수상곡들은 많은 사랑을 받았다. ‘모모’는 조선대 공대생이었던 김만준씨가 에밀 아자르의 소설 ’자기 앞의 생’을 토대로 작사했고 전남도의원을 역임한 박철홍씨가
윤재룡 전남대 의대 명예교수는 광주·전남 의료계의 산 증인이자, 존경받는 큰 어른이다. 1997년 전남대 의대(해부학교실)에서 정년 후 2006년까지 서남대 총장으로 재직한 윤 교수는 전국에서 활동하는 의사, 교수 등 수많은 의료인을 길러냈다. 올해 여든 아홉인 윤 교수는 최근 난생 처음 책을 펴냈다. 영어 저서 ‘The Prenatal Development of the Human Locomotor System(인간운동 시스템의 태아기 발달)’다. 전남대 출판문화원에서 나온 이 책은 최근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선정하는 ‘세종도서’에도 뽑혔다.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자신의 전공 분야를 갈무리한 책을 내놓는 ‘또 다른’ 도전을 한 그는 지금도 책을 가까이하고 등산을 하며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정년 25년이 넘은 명예교수의 책을 내 준 것만도 분에 넘치는데 국가에서 우수도서로 선정까지 해주니 과분한 대우를 받고 있습니다. 이번에 발간한 책은 인간의 운동시스템을 설명하는 의학교재입니다. 각종 뼈와 관절이 태아기에 어떤 형태와 특질을 지니고 발달하는지 정밀한 사진을 통해 보여주는 책이죠. 책을 낸 이유는 제가 평생 모은 사진 자료가 우리나라와 해외 의학교육에
오래된 양곡 창고를 개조한 담양담빛예술창고(관장 장현우)는 문화 명소로 이름이 높다. 지난 2015년 개관 후 전국에서 지금까지 15만여명이 다녀갔다. 높은 층고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은 붉은 벽돌이 인상적인 갤러리는 다양한 전시를 구성하기에 맞춤한 공간이다. 전시장과 이어진 담빛카페에서는 정기적으로 파이프 오르간 연주가 펼쳐져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고 소규모 전시회도 열린다. 전시장 잔디밭엔 귀여운 팬더곰 조각이 관람객들을 맞는다. 얼마 전 찾았을 땐 팬더곰도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지난 7월 담빛예술창고 바로 옆에 신관이 문을 열었다. 외관은 본관과 똑같은 붉은 벽돌로 이뤄져 있다. 100평 규모인 본관보다 큰 150평 규모의 신관은 넓은 유리창을 통해 싱그런 자연이 전시장 안으로 들어와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유리창으로 내어다 보이는 푸른 하늘, 초록 나무, 잔디밭이 다양한 작품과 어우러져 ‘또 하나의 장면’을 연출해낸다. 현재 공사 중인 2층은 전시관과 함께 다양한 행사가 진행되는 공간으로 꾸밀 예정이다. 1층의 경우도 밖으로 테라스를 확장해 관람객들이 편히 쉴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신관과 본관 모두 다채로운 공간 레이아웃이 가능해 이곳
광주일보가 함께하는 ‘철학자 최진석과 책 읽고 건너가기-한 달에 한 권 책 읽기’의 첫 책은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였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는 있지만, 완독한 이는 별로 없는 ‘돈키호테’는 1, 2권을 합치면 무려 1700쪽에 달하는 ‘벽돌책’이다. 지난 30일 서울 코엑스 별마당도서관에서 열린 ‘책 읽고 건너가기 북토크’를 지상중계한다.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완주’에 성공한 이들은 자신이 읽은 ‘돈키호테’를 견줘볼 수 있고, 책을 읽지 않은 이들이라도 ‘북수다’를 통해 돈키호테를 만나고, 자신에게 이야기를 건네볼 수 있는 기회다. 이날 최진석 서강대 명예교수와 대담한 이는 ‘책 읽는 개그맨’ 고명환씨였다. 자신이 읽은, ‘돈키호테’ 두권을 가져온 고 씨는 “SNS에 첫날 책읽는 모습을 올리고, 매일 100쪽을 17일만에 완독해 뿌듯했다. 운영하는 식당 일 하면서, 화장실에서, 버스 기다리며 짬을 내 읽었다”고 했다. 또 “개그맨이다 보니 돈키호테의 상상력과 마르지 않는 호기심이 부러웠고,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스페인어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건너가지 않는 지혜는 죽은 지혜다. 책을 읽은 다음에 힘을 얻어서 아직 가 보지
‘민주주의의 봄’(Spring of the Democracy) 전시의 시작을 알리는 건 1980년 5월 20일 ‘민주항쟁의 성지’ 도청 앞 광장과 분수대에 모인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을 포착한 이창선 전 기자의사진이다. 배영환 작가의 작품 ‘유행가:임을 위한 행진곡 ver.2’를 구성하는, 광주 시내 어디선가 떼어낸 보도블럭엔 ‘임을 위한 행진곡’의 가사가 한자씩 새겨져 있다. 10여개의 작은 모니터에서는 바람에 흔들리는 들풀과 창가 옆 화분이 교차돼 보여진다. 2000년 광주비엔날레 출품 당시 오월 항쟁 기록 등을 영상으로 보여줬던 작가는 새로운 버전에서는 관심과 인내와 노력으로 민주주의는 여전히 ‘진행형’임을 암시한다. 강연균 작가의 ‘하늘과 땅 사이 1’은 처참한 모습으로 죽어가는 이들, 그들을 품에 안고 슬픔에 절규하는 이들, 공포에 빠진 이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1981년 서울 신세계갤러리에 처음 전시돼 큰 충격을 안긴 작품은 1997년 제2회 비엔날레에도 출품돼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노순택 작가의 ‘망각기계’ 연작은 옛 5·18묘역에 놓인 희생자 영정 사진을 2006년부터 2020년까지 15년 동안 촬영한 작품이다. 교복을 입은 한
‘오월 전시’는 다양한 미술 장르를 아울러왔다. 회화·판화 등 정통 장르와 함께 올해는 젊은 세대들의 참신한 시도가 담긴 웹툰, 강렬한 이미지를 보여주는 포스터 전도 함께 열려 눈길을 끈다. ◇각자의 시선 오월을 바라보는 작가들의 시선은 다채롭다.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광주 남구 양림동 225-25)에서 오는 30일까지 열리는 5·18 40주년 기념전 ‘각자의 시선’전은 지역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다양한 장르, 연령대의 작가들이 참여한 기획전이다. 전시에는 양나희·윤세영·하승완·노은영·서법현·황인호·이인성·정강임·신도원·정광희 등 15명의 작가가 참여해 회화, 미디어 아트, 사진 등 다양한 장르로 오월을 이야기한다. 특히 80년을 겪지 않은 젊은 작가들의 경우 경험하지 않은 사건을 작품으로 풀어내는 과정에서 기존에 없던 새로운 시선을 선보여 눈길을 끈다. 수많은 인물 군상들의 모습이 인상적인 김승택 작가의 ‘사람들’, 오월항쟁의 장소에서 촬영한 이세현 작가의 ‘옛 국국통합병원 수술실 복도’, 이이남 작가의 미디어 아트 ‘5월의 소리’, 하루 K 작가의 ‘보안부대 내 경작 금지’ 등을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지난 2018년 경북에서 활동하는 전교조
코로나 19 사태로 행사가 내년 2월로 미뤄진 제13회 광주비엔날레에서는 코로나 사태에서 파생된 다양한 담론들을 다룬 작품들이 온·오프라인을 통해 관람객들을 만날 것으로 보인다. 또 비엔날레 역사상 처음으로 광주시 북구 용봉동 비엔날레 전시관 1전시실을 무료로 개방, 전시장을 찾는 전 세계인들의 ‘소통’의 장으로 만드는 등 전시 공간 구성에서 큰 변화가 예상된다. (재)광주비엔날레(대표이사 김선정)는 13일 광주비엔날레 재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13회 광주비엔날레(2021년 2월26일~5월9일) 구성과 전시 장소를 발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선정 비엔날레 대표를 비롯해 스리랑카와 베를린에 머물고 있는 데프네 아야스와 나타샤 진발라 예술감독이 화상으로 참여했다. ‘떠오르는 마음, 맞이하는 영혼(Minds Rising, Spirits Tuning)’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비엔날레는 전시와 퍼블릭 프로그램, 온라인 플랫폼, 출판물 등 온·오프라인이 유기적으로 순환되는 현대미술 축제의 새로운 가능성과 실험정신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된다. 특히 올해 행사는 코로나와 관련된 담론들이 자연스레 구현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사태를 통해 공동체와 네트워크의 중요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