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함양에는 세계문화유산이 있다. 지난해 7월 동유럽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린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소수서원, 옥산서원, 도산서원 등 8곳 서원과 함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남계서원(사진)이다. 서원 입구에는 ‘세계문화유산 지정비’가 서 있다. 문이 항상 열려 있어 언제든 들어가 볼 수 있다.
강익이 정여창을 기리기 위해 1552년 창건한 남계서원은 소수서원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서원이다. 정유재란 때 소실됐지만 1612년 재건됐다.
남계서원은 야트막한 경사지에 터를 잡았다. 출입문을 포함해 모두 11채의 건물로 만들어졌다. 정문은 풍영루다. 평소에는 유생들이 공부하고, 손님이 오면 정담을 나누던 곳이다. 풍영루를 지나면 강당과 동재, 서재가 ‘ㄷ’자 모양으로 나타난다. 동재와 서재는 유생들이 거처하며 공부하던 곳이다.
언덕을 올라가 내삼문을 지나면 가장 높은 곳에 사당이 나온다. 사당은 출입문과 일직선을 이룬다. 이를 ‘전학후묘(前學後墓)’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처음 만들어진 서원 형태였다. 풍영루 양쪽에는 ‘연지’라는 작은 연못이 조성돼 있다. 여름에 예쁜 연꽃이 피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연지 뒤에 서서 바라보는 서원 풍경은 운치가 넘친다.
남계서원 바로 옆에는 연산군 때 사화에 휘말려 목숨을 잃은 김일두의 위패를 모시고 봄, 가을에 향사를 지내는 청계서원이 있다. 1907년에 만든 서원이다. 문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굳게 닫혀 있다.
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