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의 해운대구 옛 한진CY(컨테이터 야적장)부지 개발 사업안이 지구단위계획 변경의 사실상 마지막 관문인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 이로써 1만 5000여 평 규모의 부지는 준공업지역에서 아파트와 판매시설 등이 들어설 수 있는 일반상업지역으로 용도가 바뀐다. 사업이 논의된 지 3년 만에 부산시에서 처음으로 사전협상제를 통한 지구단위계획 변경이 이뤄지는 것이다.
부산시는 15일 오후 2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개최해 옛 한진CY 부지 관련 도시관리계획 심의를 거쳤다. 이날 도시건축공동위원회는 2800억 원 규모의 공공기여, 용적률 900%이하, 최고 높이 255m이하 등의 내용을 담은 사업안을 일부 권고안을 붙여 의결했다.
이로써 2018년 사전협상을 위한 사업계획서가 제출된 지 3년 만에 옛 한진CY부지 개발의 큰 방향이 결정됐다. 부산시가 2016년 1월 사전협상형 지구단위계획 수립을 도입한 지 5년 만에 첫 적용 사업지가 탄생한 것이기도 하다.
사전협상제는 유휴토지 5000㎡ 이상이나 대규모 시설이 이전된 후 남은 부지 등을 대상으로, 용도 변경 전 민간 사업자와 지자체가 협상을 통해 합리적인 개발 방향과 공공성은 논의하는 제도다. 2030 부산도시기본계획에 따라 옛 한진CY부지 이외에, 우암동 부산외대 부지, 일광 한국유리부지 등 총 9곳에 사전협상제가 적용될 예정이다.
5만 4480㎡(약 1만 5480평)규모의 옛 한진CY부지는 컨테이너 야적장의 기능이 상실되고 관련 시설이 이전하면서 유휴부지가 됐다. 2017년 이 부지를 사들인 민간 사업자 (주)삼미D&C가 이듬해 사전협상형 사업계획안을 부산시에 제출하면서 본격적으로 부지 개발이 논의됐다. (주)삼미D&C는 3차례에 거친 사업계획안 변경 끝에 2800억 원 규모의 공공기여를 약속하고, 아파트와 4차 산업 기업의 업무와 거주가 동시에 가능한 오피스텔 등을 짓는 안을 최종으로 마련해 심의를 통과했다.
이후 (주)삼미D&C가 부지 내 개별 건축물의 인허가 절차를 진행해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을 신청하면 이번에 심의된 지구단위계획 결정 고시가 이뤄진다. 민간 사업자 측은 최대한 인허가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해 내년 안으로 마무리해 착공하고, 2027년 사업을 완공할 계획이다.
도시건축공동위원회는 지난해 두 차례나 사업계획안에 대해 재심의 결정을 내렸다. 당시 위원들은 학교 등 대규모 거주지 조성에 따른 기반 시설을 비롯해 공공성 강화를 주문했다. 이후 사업은 표류하다 민간 사업자가 생활숙박형시설을 짓겠다는 계획을 철회하고 1500억 원 규모의 창업 기업을 위한 공공업무시설을 기부채납하기로 계획안을 변경하면서 사업은 다시 탄력을 받았다. 특히 부산시가 올해 6월 옛 한진CY부지의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우선 해결해야할 장기 과제’ 중 신속추진형으로 꼽으면서 사업은 본궤도에 올랐다.
이번 도시건축공동위원회의 결정으로 사전협상형 대상 부지의 개발 속도도 빨라질 전망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부산 도심 곳곳의 노르자위 땅이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변할 것이라는 우려는 나타냈다. 법으로 정한 공공기여액만 납부하면 민간 사업자는 수익을 극대화한 시설을 지을 수 있는 사전협상제의 특성상, 사업자들이 너도나도 수익 보장을 위해 고가 아파트를 지을 것이 불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부산참여연대 측은 “공공기여의 상당부분이 아파트 입주민을 위한 기반시설인데도 공공성을 강화한 것처럼 호도했다"며 “이번 심의가 한진CY 부지의 특혜와 난개발을 승인함으로써 부산지역 도시계획에 오점을 남겼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부산시는 공공성을 강화한 사전협상제의 첫 모델을 성공적으로 만들었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도심 속 대규모 부지가 방치되었어도 특혜 시비에 휘말릴 것이 두려워 용도 변경을 해주지 않았고, 이 때문에 해당 부지가 있는 지역 일대가 낙후되었는데, 사전협상제를 통해 개발에 숨통이 트이면서 시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부산시 이현우 도시계획과장은 “공공기여분을 법으로 정한 사전협상제를 도입해 용도변경에 따른 특혜시비를 차단하면서도 창업 시설과 공원 조성 등 지역을 위한 공공성도 강화한 사례”라고 밝혔다.
송지연 기자 sj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