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17일 앞으로 다가온 20일 '공식 선거전'이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대선 레이스도 한층 격해지는 분위기다. 판세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박빙 우세'와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박빙 열세'로 요약된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인 상황에서 이번 대선의 막판 최대 변수로 꼽혔던 야권 단일화가 살얼음판을 걷다 결국 깨졌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20일 '독자 완주'를 선언하며 정권교체를 명분으로 일주일 전 윤 후보에게 던졌던 여론조사 방식의 후보 단일화 제안을 전격 철회하면서다. 이로써 양강 주자간 경합을 거듭하는 대선 판이 '어떤 방향으로든' 다시 한번 요동칠 전망이다.
안 후보는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여러분 비록 험하고 어렵더라도 저는 제 길을 굳건하게 가겠다"고 선언했다. 안 후보는 단일화 제안 철회와 관련해 "제 제안을 받은 윤 후보는 일주일이 지나도록 가타부타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오히려 기자회견으로 제 생각을 공개적으로 밝혔음에도 윤 후보 뜻이라며 제1야당의 이런저런 사람들이 끼어들어 제 단일화 제안의 진정성을 폄하하고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윤 후보와 국민의힘이 자신의 제안에 즉답하지 않고 여론전을 펼치며 제안의 진정성을 폄훼했다며 '결렬의 화살'을 돌린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투표용지가 인쇄되는 오는 28일을 단일화의 '데드라인'으로 여겼던 만큼 안 후보의 이날 결단이 '완전 결렬'이 아닌, '극적 타결'을 위한 배수의 진 아니냐는 조심스런 해석도 나온다. 실제 국민의힘은 '단일화' 가능성을 계속 열어두겠다는 여지를 내비쳤다.
이양수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안 후보께서 말씀하신 충정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정권교체를 요구하는 국민께 실망을 드려선 안 될 것이다. 정권 교체를 위해 앞으로도 계속 함께 노력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안 후보가 이날 회견에서 "이제부터 저의 길을 가겠다"며 독자 완주 의사를 밝혔지만, 국민의힘은 '단일화' 가능성을 계속 열어두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읽힌다.
박빙 구도에 균열을 가할 최대 변수로 '안철수 카드'가 지목돼 왔다는 점에서 민주당은 일단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다며 안도하는 분위기다.
다만 민주당도 야권 단일화의 문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라는 판단 아래, 단일화 협상 실패 책임론을 국민의힘과 윤 후보에게 돌리면서 야권내 균열을 극대화하는데도 열을 올렸다.
이를 통해 야권 지지층이 윤 후보 쪽으로 결집하지 않도록 울타리를 치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송영길 대표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안 후보가 저런 발표를 하게 된 것은 이준석 대표, 윤 후보, 국민의힘 측에서 안 후보를 모욕하고 모멸한 그런 결과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당장 안 후보를 향해 직접적인 '러브콜'을 보내야 한다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이 후보가 안 후보 주장에 공감하는 부분이 있는 만큼 조심스레 공을 들여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린다.
그러나 20대 대선 투표용지가 인쇄되는 28일까지는 불과 8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여당이든, 야당이든 다시 한번 단일화 불씨가 살아나더라도 파괴력은 이미 불투명해졌다는 의견 역시 존재한다.
다수의 정치권 관계자는 "'정권교체를 위한 후보 단일화'라는 대의명분엔 여론도 어느 정도 작동했지만, 불과 수일 사이에 다시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에서 단일화가 이뤄진다면 이는 야합(野合)의 성격을 띤 일종의 '묻지마 단일화'로 보여질 수 밖에 없어 반감만 불러오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qortmd22@daejonilbo.com 백승목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