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국에서 잇따른 하굣길 미성년자 유인 미수 사건으로 학부모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경남에서도 지난 5년간 64건의 미성년자 약취·유인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오후 2시 30분, 창원시 성산구 용호동의 한 초등학교 앞. 교문 인근은 자녀를 기다리는 학부모들로 붐볐다. 학교 담벼락을 따라 길게 늘어선 차량들 사이로 부모들이 분주히 아이들을 맞이하는 모습이 이어졌다.

이곳에서 만난 학부모 조모(49)씨는 “지난달까지는 아이를 혼자 학교에 보냈는데, 요즘 유괴 미수와 관련한 보도를 보고 걱정이 많이 된다”며 “아이가 아직 휴대전화도 없어 잠시만 연락이 안 돼도 불안한 마음이 들어 등하교 시간에 맞춰서 데리러 온다”고 전했다.
이달 들어 서울, 제주, 대구, 울산 등 전국 곳곳에서 “아이스크림을 사주겠다”, “드라이브를 가자”는 등 수법으로 아동을 유인하려 한 사건이 잇따라 보도되면서 경남 학부모들의 우려도 확산하고 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8월까지 경남에서 발생한 미성년자 약취·유인 사건은 총 64건이다. 연도별로는 2020년 9건, 2021년 5건, 2022년 15건(미수 3건 포함), 2023년 13건(미수 3건 포함), 2024년 13건(미수 4건 포함)으로 집계됐으며, 올해는 8월까지 9건(미수 3건 포함)이 발생했다.
같은 기간 전국적으로는 총 1512건(미수 441건 포함)이 발생했다. 2020년 216건(미수 56건 포함)이었던 유인 사건은 2024년 362건(미수 126건 포함)으로 급증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평균 1일에 한 건꼴로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올해도 8월까지 이미 248건(잠정)이 보고됐다.
최근 2년간 사건 장소는 아파트 단지가 97건으로 가장 많았고, 골목길·통행로가 75건으로 뒤를 이었다. 그러나 통학로 등 세부적인 장소 분류가 없어 실질적인 대책 마련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 같은 불안 속에 호신용품과 아동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스마트 기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네이버 트렌드 자료에 따르면, 15일 기준 ‘호신용품’, ‘스마트태그’, ‘에어태그’의 검색량은 지난달 말 대비 각각 352%, 26%, 43% 증가했다. 스마트태그와 에어태그는 소지품에 부착해 앱으로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장치다.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은 “미성년자 약취·유인 사건은 미수에 그쳤더라도 피해 아동에게 심각한 상처와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며 “특히 통학로처럼 의미 있는 발생 장소를 세분화해 통계를 관리하고, 빈도가 높은 장소에는 더욱 촘촘한 예방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