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희가 겪었던 일을 미국인들이 겪었다면
미국은 핵을 떨어뜨렸을 겁니다.”
32살의 남성 A씨는 지난 12일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80여 명의 인원을 한방에 수용하면서도 공기정화시설도 제대로 없는 교도소 탓에 기관지가 안좋아졌지만, 그런대로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다. 그는 덤덤하게 말했고, 건장한 젊은 남성답게 씩씩했으나 그는 그가 겪은 일을 ‘핵폭탄을 떨어뜨릴 일’이라고 표현할 만큼 가슴엔 큰 상처를 입었다.
A씨는 지난 겨울 미국 조지아주 소재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 투입됐다. 역할은 배관시공. 시공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의 하청업체의 재하청 업체 소속으로 돼 있다. 비자는 이스타비자(관광비자)였다. 그의 비자 만료일은 3월11일이어서 2월 말 출국하겠다고 회사에 통보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후 미국으로 올 교대인력 12명이 못들어왔다. 회사는 추가보상을 제시했고, 이를 받아들인 것이 이번 사태를 겪은 발단이었다.
A씨와 같은 한국인들은 구금돼 있는 동안 아무 정보 없이 미국 당국이 오라하면 오고, 가라하면 가야 하는 불합리한 상황에서 용변도 자유롭지 않은 비인간적인 처우까지 겪어야 했다.
그는 “미국이 매뉴얼의 나라라고 하지만, 400명이나 되는 사람을 체포하고는 이에 대한 매뉴얼은 없었던 것 같다”고 했다.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인터뷰를 하기까지 A씨는 5시간 30분이 걸렸고, 구금되기까지 다시 11시간 30분이 걸렸다. 이는 비교적 짧은 편인데, A씨가 만난 지인은 인터뷰까지 13시간, 구금되기까지 다시 30시간이 걸렸다는 것. 미국 단속 당국이 10~20여 명씩 무리를 지어 인터뷰 혹은 구금 절차를 진행하는 장소까지 데리고 갔다가, 교도소 직원들 퇴근 시간이 되면 다시 구금 대기 장소로 돌아오는 까닭이었다. 30시간이 걸린 사람은 3차례 불려간 끝에 들어갔다고 A씨는 전했다.
구금 대기 장소는 약 26~33㎡되는 넓이의 방인데, 이 방에 긴 대기시간동안 수십명이 앉을 자리도 없어 서 있었다고 한다. 그는 그 방이 단칸방 넓이에 변기와 같이 38명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앉을 곳이 없어 서 있는 사람, 변기 옆에서 쉬는 사람이 있을 정도였다고 했다. 특히 방 안의 변기를 이용해 용변을 봐야해서 아주 개인적인 일들이 무작위의 남들에게 공개됐다. 그는 하루 반나절을 참다 못해 대변을 봤다. 여기서 통조림 배급으로 식사까지 했다. A씨는 “미국에서 중산층은 먹지도 않는 통조림을 억지로 먹는 것도 한두번이지 매번 통조림과 빵으로 끼니를 때우는 것이 매우 힘들었다”고 했다.

식수는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다. ICE 인터뷰를 대기하던 임시수용소는 80~100여 명이 수용되는 큰 방이었는데, 수도꼭지가 달린 큰 통에 담겨 식수를 가져다줬다. 그 조차도 물이 떨어지면 다시 가져다 주는데 2시간이 걸려 갈증을 못참는 사람은 세면대 수도꼭지를 틀어마시기도 했다고 전했다. A씨는 “냄새가 너무나서 먹을 수가 없는 물이지만 먹어야 했다”면서 “구금된지 3일째 되는 날, 물을 못먹겠다고 항의하자 얼려줬다. 얼음으로 얼리면 역한 냄새가 좀 줄었다”고 회상했다.

배관공인 A씨는 “제가 보기엔 교도소 건물이 20년 정도 되는 것 같다. 배관이 동관일텐데, 저희가 들어간 방이 7년동안 안썼던 방이라, 물을 처음 틀으니 검은 색 물이 나왔다. 불순물을 봤다는 이도 있다. 물을 한참 쓰고난 뒤 검은 물 등은 사라졌으나 냄새가 역한 물로 바뀌었다. 교도소 환경 자체가 아주 열악했다”고 증언했다.
구금 시설은 자체 규정도 지키지 않았다. A씨는 “미국시간으로 화요일(9일), 어떤 프린트물을 전달받았는데, 그 속에 ‘매일 속옷을 지급하고 수건과 칫솔을 지급한다고 돼 있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수건 교체를 요구했으나 무시됐다. 나는 4일동안 수건 한 장으로 버텼다”고 말했다.

험한 일을 겪으면서 A씨는 ICE가 들이닥치던 오전을 후회했다.
A씨는 “그 전날 이민국이 들이닥친다는 정보가 있었다. 이에 배관시공팀은 아침이 지나고 오후에 출근하자고 했는데, 배관보온팀이 현대로 확인하니 이민국이 온다는 내용은 없었다면서 실제 출근했고, 아무일 없다고 해서 우리 팀도 다 출근한 것이다. 그런데 출근한 지 1시간 만인 4일 오전 9시20분쯤(현지시간)에 이민국이 현장에 들이닥쳤다. 퇴로를 막으려 고속도로를 다 막고 들어왔다. LG가 출근하지 말라고 했다면, (시공사인) 현대도 출근을 안시켰을 것이다. 지시에 따른 출근으로 이런 일을 겪었으니 LG나 현대나 피해보상은 같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A씨는 “뙤약볕에 비닐을 뒤집어쓰고 차에 2시간을 숨어 있었다. 숨도 막히고 몸이 아파 단속이 끝난 것 같은 분위기라 그 틈을 타 나왔다가 잡혔다. 그때 단속자가 ‘모든 한국인들을 다 잡아오라고 했다. 따라오라’라고 하더라. 나중에 들으니 그들이 막은 고속도로에서 아무 관계없는 영주권자도 영주권 증명서를 내놓으라고 단속했다고 한다. 정부가 미국에 정확하게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