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 [여러분 생각은?] 속수무책 들어서는 대형약국

  • 등록 2026.02.04 09:5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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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 밀린 동네약국 ‘약 없는’ 지역의료 위기
선반 가득 약품… 마트 매대 연상
편리성·저렴한 가격에 확산 추세
약사회 ‘약물 오남용’ 부작용 경고
“위험 설명 못하고 구매량도 몰라”

대형약국은 일반마트에서 쇼핑하듯 약을 살 수 있다는 편리성에 소비자 호응을 얻고 있다. 수원시 팔달구의 한 대형 약국. 2026.2.2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3일 오전 10시께 수원시 내 한 약국. 290㎡가량 되는 공간에 줄지어 선 선반 위로 의약품들이 가득 차 있었다. 진통제·소염제·위장약 등 용도에 따라 여러 갈래로 분류된 약품 코너는 대형마트 식품 매장을 연상케 했다. 건강기능식품 코너에는 각종 영양제가 진열돼 있었는데, 영양제 가격은 대부분 동네 약국보다 작게는 몇천원에서 크게는 몇만원가량 저렴했다. 약국 계산대 앞에는 중년 여성이 건강보조제품 여러 개를 올려놓고 계산을 기다리고 있었다.

 

대형마트처럼 선반에 진열된 의약품을 소비자가 직접 골라 사는 이른바 ‘대형 약국’이 경기도 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소비자들은 의약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다는 점에서 반기고 있지만, 동네 약국은 약국 생태계가 무너진다고 호소하고 있다.

 

평소 대형약국을 즐겨 찾는다는 김모(31·안양시)씨는 “종합비타민이나 여드름 연고는 대형약국이 동네 약국보다 훨씬 싸다”며 “저렴하기로 유명한 약국을 찾느라 서울 종로까지 다닌 적도 있는데, 동네에도 비슷한 약국이 생기니까 편리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성남시에 국내 최초로 5층 규모의 창고형 약국이 개장한 뒤 일반마트에서 쇼핑하듯 약을 살 수 있다는 편리성에 소비자 호응을 얻자 비슷한 형태의 약국이 확산하는 추세다.

 

현재 도내에는 유명 대형 약국 프랜차이즈만 8곳이 있다. 하지만 대형 약국을 바라보는 지역 약사들의 반응은 사뭇 다르다. 환자가 약국을 찾아 증상을 설명하면 약을 건네주는 등 복약 지도가 어렵다는 점에서 대형 약국이 의약품 오남용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역 의료 안전망 역할을 하는 소형 약국들이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한 대형 약국과의 경쟁에서 밀려 사라질 수 있다는 게 지역 약사들의 우려다. 수원시 팔달구의 한 대형 약국. 2026.2.2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약사 A씨는 “판콜이나 판피린은 엄연한 감기약이지만 어르신들이 음료처럼 찾는 경우가 있다”며 “이런 어르신들이 약국을 찾으면 오남용 위험을 설명하면서 돌려보내지만, 대형 약국은 어떤 고객이 약을 얼마나 사가는지 알기 어렵기 때문에 부작용 관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처럼 지역 의료 안전망 역할을 하는 소형 약국들이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한 대형 약국과의 경쟁에서 밀려 사라질 수 있다는 게 지역 약사들의 우려다.

 

대형 약국 근처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B씨는 “병원에서 처방해주는 약을 주로 조제하는 약국이 아니라 일반 의약품을 판매하는 약국은 도매로 의약품을 들여오는 대형 약국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며 “주변 상권이 침체되면서 약국을 찾는 손님도 줄어든 마당에 대형 약국까지 들어서면서 문을 닫는 약국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 약국의 확장세가 두드러지면서 대한약사회는 최근 성명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대한약사회는 성명문을 통해 “복약 상담이나 부작용 관리처럼 지역 약국의 역할이 붕괴될 위험에 처했다”며 “결과적으로 보건 의료 안전망을 무너뜨려 지역 사회의 건강 불균형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주영기자 mango@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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