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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TK '역대급 노잼 지방선거' 예고…'선출 없는 선출직' 대거 탄생

대구경북 전역에서 무투표 당선지 40곳
시·도의원 경북 31% 대구 69%…경쟁 통한 지역 발전 취지 무색

 

 

다음달 1일 대구경북(TK)에서는 '선출되지 않은 선출권력'이 대거 탄생하게 됐다. 선거관리위원회가 6·1 전국동시지방선거 후보 등록을 지난 13일 마감한 결과, TK 전역에서 무려 40곳에 이르는 '무투표 당선' 지역이 발생하면서다.

 

지역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가 건전한 경쟁조차 실종된 '노잼(No 재미) 선거'로 전락한 셈이다. '경쟁을 통한 지역 발전'이라는 지방선거 취지에 어긋나는 것은 물론, 유권자들의 선택권마저 사실상 사라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지역 정치권과 선관위 등에 따르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대구는 기초단체장 2곳(중구·달서구)과 지역구 시의원 20곳, 경북은 기초단체장 1곳(예천)과 지역구 도의원 17곳에 국민의힘 후보가 단독 출마하면서 무투표 당선이 확정됐다. 이 후보들은 선거 당일인 다음달 1일 투표 없이 당선인으로 결정된다.

 

단체장이 투표 없이 무혈입성하는 것도 문제지만, 특히 시·도의원(광역의원) 지역구의 무투표 당선 비율은 충격적이라는 평이다. 경북은 31%, 대구는 무려 69%가 무투표 당선이다. 지역민들의 의사를 시·도정에 반영하고, 집행부를 견제할 지방의원들이 경북은 3명 중 1명, 대구는 절반 이상이 선거없이 선출되는 셈이다.

 

아무리 '국민의힘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공식이 성립하는 TK라지만, 이젠 아예 '본선이 없는 선거'로 전락했다는 자조적인 비판이 나온다. 특히 지역 정치권에선 대구시장·경북도지사 선거와 묶어 '역대급 노잼 지방선거'라는 우스갯소리가 나돌 정도다.

 

다른 지역에서 연일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는 시장·도지사 선거전조차 '체급'을 앞세운 국민의힘 소속 홍준표·이철우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여느 때보다 높다고 점쳐지는 상황에서, 기초단체장·광역의원 선거마저 무투표 당선이 속출하는 싱거운 구도로 정립되며 4년 만의 축제인 지방선거가 일찌감치 끝나버릴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야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의 부진이 뼈아프다. 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대구와 경북을 모두 합쳐 기초단체장 후보 14명, 지역구 광역의원 후보 18명을 공천하는 데 그쳤다. 대선 패배 여파에 공천 내홍까지 겪으며 많은 후보군이 출마를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를 계기로 TK의 '보수 우위' 구도가 더욱 굳어지고, 저출산·고령화와 지방 소멸이 이를 고착시킬 가능성을 우려한다.

 

하세헌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주의는 결국 경쟁을 통해 정책과 공약 대결을 하고, 여기서 우수한 쪽이 선택받는 선거 절차를 통해 유지되는 제도"라며 "무투표 당선이 속출하면 지역에 적합한 정책을 선택할 기회를 소멸시키는 요인이 되고, 나아가 선거의 형해화와 민주주의의 위기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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