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학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늘 들어요. 혁신적인 교육시스템 하에 국제적으로 손에 꼽히는 교수진과 소수 정예로 수업을 하고 있으니까요. 학습량이 많아 밤을 새울 때도 잦지만, 에너지 전문가로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최근 나주시 빛가람동 한국에너지공대(켄텍) 캠퍼스에서 만난 2학년생 김수하(20)씨는 공학자를 꿈꾸며 지난해 켄텍의 첫 입학생이자 신입생으로 대학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3학기 째를 다니고 있는 지금, 켄텍을 선택한 것에 100% 만족하고 있다. 다만 켄텍과 관련 한전 기부금 삭감 등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는 논란들에 대해서는 걱정하고 있었다. 김씨는 “언론보도를 통해 켄텍에 대한 부정적인 뉴스가 나올 때마다 학생들 사이에 동요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학부모나 1학년 들 중에는 특히 걱정하는 이들이 상당하다”고 토로했다.
켄텍이 개교 1년여 만에 위기를 맞았다. 최근 ‘역대급’ 적자를 기록한 한국전력의 재정난과 정부·여당 등 정치권에서 불어온 외풍, 상급기관의 감사가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신생 대학을 흔들고 있는 것이다.
켄텍은 지난 2022년 세계유일의 에너지특화 대학으로 대한민국 미래 에너지 분야를 이끌어나갈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이념과 오는 2050년까지 에너지 분야 세계 10위권을 목표로 문을 열었다. 단순 교육기관 역할을 넘어 에너지 산업 혁신을 통해 지역과 국가 발전에 기여한다는 임무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지난 정권의 ‘호남 챙겨주기’ 결과물(?)이라는 정치적인 시선과 학교 운영에 쓰이는 출연금을 약속한 에너지공기업 한전의 적자 폭이 커지면서 학교 안팎으로 뒤숭숭한 모양새다.
윤의준 켄텍 총장은 “켄텍은 우리나라 에너지 관련 기술 개발과 인력 양성을 위해 만들어진 ‘공공재’”라며 “켄텍을 부정하는 이들의 논리는 비약돼 있으며 빈약하다”고 지적했다. 윤 총장은 “자세히 들여다 본다면 켄텍의 진면목을 여야 할 것 없이 제대로 알아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장 켄텍이 1년 만에 교육계와 학계, 산업계에 보여준 성과는 세간의 논란을 불식시키기에 충분하다고 켄텍 측은 강조했다. 지난해 에너지신소재 산업화 플랫폼 센터, 초전도 연구센터, 차세대 그리드 센터 등 1560억원에 달하는 국내 대형사업 수행기관으로 선정됐다. 또 정부와 민간기업 연구과제도 336억원에 달하는 수주액을 올렸다.
연구와 학술활동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켄텍은 지난해 기준으로 특허 12건과 논문 175건, 학술발표 148건 등을 쏟아냈다. 학생들이 거둔 성과도 특별하다. 지난 5월 2학년 학부생 3명은 한국수소 및 신에너지학회 주최의 ‘2023년 춘계학술대회에서 우수학술상을 수상했고, 또 다른 2학년 학생도 한국산업응용수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우수상을 거뒀다.
박진호 켄텍 부총장은 “학생과 교수를 포함해 불과 200여 명에 불과한 대학에서 이 같은 연구성과를 올린 건 학계에서도 놀랄만한 성과”라며 “특히 최고참이 2학년에 불과한 신생 대학에서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켄텍은 독일 프라운호퍼 수소에너지 연구소를 유치해 한국이 앞으로 세계 수소에너지 시장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틀을 다지고 있다. 프라운호퍼가 현재 수행중인 동남아시아 수소에너지 개발 사업에 켄텍이 사업수행자로 참여할 가능성이 높은 실정이며, 향후 사업 참여시 국내 기업들의 수소에너지 관련 동남아시아 진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건물하나로 ‘불안하게’ 문을 열었다는 세간의 우려와 달리, 켄텍이 가진 학생 선발 방법과 교육시스템은 국내외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학생 중심의 문제해결 능력 향상 교육(IBL) 프로그램에는 대구시교육청, 광주지역교장단 등 국내 교육계의 벤치마킹 방문이 잇따르고 있다.
켄텍에서 개발해 미국교육공학회 최우수 개발상을 수상한 첨단교육 시스템 ALC(Active Learning Classroom)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켄텍 학부 신입생 107명 가운데 7명 만이 학업을 중도 포기했다. 자퇴율은 6.4%. 지난해 국내 최고대학이라고 불리는 서울대의 신입생 238명(7%)이 자퇴를 택한 것과 비교해 보면 켄텍의 교육시스템의 우수성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켄텍을 바라보는 정부의 시선은 여전히 차갑다. 산업자원부는 지난해 개교한 켄텍에 대해 감사를 진행중이며, 그에 따라 어떠한 조치가 내려질 지 켄텍과 한전, 켄텍을 지원하고 있는 전남도·나주시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윤 총장은 “(감사 관련)성실하게 소명했다”며 “1년밖에 안 됐는데 허점이 있는 것은 당연하며 여러 가지 시스템들을 갖춰 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