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역대 최대 규모로 내년도 예산안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지방국립대 등록금 무료화를 추진하자 수도권 대학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방국립대와 비슷한 입시 커트라인(이하 입결)을 가지고 있는 비서울·경기도 소재 대학은 지방 우수학생이 빠져나갈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정부는 앞서 국회와 내년도 예산안 협의 과정에서 내년부터 지방거점 국립대와 일반국립대 학생들에 등록금을 면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대통령 주재 교육부 업무보고에서도 이런 내용이 보고됐고 실제 예산안이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재차 거론되며 기정 사실화하는 분위기다.
국립대 재학생 전체에 등록금을 지원할 경우엔 4천억원 가량의 재원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데, 역대 최대 규모인 800조원대 예산안을 준비하고 있는 정부로선 ‘지방소멸’에 대응한다는 취지에서 이 방향대로 정책을 이끌어 나갈 공산이 크다.
지방대학을 살려 지역을 살리겠다는 이 정책은 도리어 비서울·수도권 대학에 타격이 될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지방거점국립대보다 높은 입결의 서울권 대학은 등록금 무료화 정책의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이는 반면 경기도 소재 대학은 지방거점국립대와 비슷한 입결로, 등록금 무료화 정책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로 수도권 대학 내부는 동요하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경기 남부권 대학 관계자는 “충남대, 경북대와 비슷한 입결인 우리 학교의 경우 우수한 학생들이 경기도로 오기보다 등록금이 전액 지원되는 지역에 남을 가능성이 있다. 학생 유치의 기회를 잃어버릴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학과 인접한 또 다른 대학 관계자는 “이미 ‘서울대 10대 육성’, ‘지거국 지원’ 등 정부가 정책방향을 밝혀왔기 때문에 (등록금 무료화가) 새롭지는 않다”며 “아직 대응방안을 논의하는 단계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영향은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로 경기도 유명 A대학의 지난해 경영학과 입결과 경상도의 B국립대를 단순 비교해보면, 전체 합격자 중 안정권인 상위 70% 컷을 기준으로, 경기권 A대학 수시교과 70% 합격학생의 입결은 2.4등급이고 경상권 국립 B대학은 2.8등급 그리고 정시 70% 컷은 A대학 백분위 80점대 초반이고 B대학은 80점대 중반으로 엇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입결이 비슷한 지방국립대에 대한 전폭적 지원이 수도권 대학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관계자는 “지금까지 학생의 80%를 사립대학이 담당해 왔고 교육에 기여한 공이 크다고 할 수 있는데 국립대를 지원함으로 사립대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