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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일보) 카이스트 개교 50주년 기념전…엄태정 조각 60년 한자리에


카이스트가 개교 50주년을 맞아 한국 추상 조각 1세대인 엄태정 작가의 60여 년 조각 세계를 한자리에 선보인다.

 

카이스트 미술관은 오는 26일부터 내년 6월 30일까지 엄태정 개인전 '탈(脫)창조의 세계로'를 개최한다. 1960년대부터 이어진 작가의 작업 가운데 철·구리·알루미늄·티타늄 등으로 제작한 조각 36점을 전시한다.

 

전시를 대표하는 작품은 카이스트 캠퍼스 도서관 인근에 설치된 높이 3.5m의 알루미늄 조각 '낯선 자의 출현 Ⅰ·Ⅱ·Ⅲ'이다. 개교 5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작품으로, 은빛 기둥 세 개가 하늘을 향해 솟은 형상을 하고 있다.

 

엄 작가는 '낯선 자'를 인간이 마주해야 할 내면의 타자이자 종교적 존재로 설명한다. 과학과 예술, 종교 역시 인간과 세계에 깃든 신비와 아름다움을 이해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전시 제목인 '탈창조'는 창작을 중단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만들고 성취하려는 욕망과 작품의 주인이 되려는 자아를 내려놓고 자신을 비움으로써 더 큰 창조에 다가간다는 작가의 예술철학을 담았다.

 

약 1t의 철과 구리로 제작한 '철의 향기'도 전시된다. 말굽 모양의 금속 두 덩어리가 비스듬히 기대 산과 하트를 연상시키는 작품이다. 엄 작가는 "철의 향기를 맡을 수도 있고 볼 수도 있게 만들었다"며 "사랑도 묵직해야 한다"고 말했다.

 

1970년대 제작 이후 처음 공개되는 '삼익조' 연작은 금속 세 덩어리를 결합해 위로 날아오르는 상상의 새를 표현했다. 거친 표면과 매끄럽게 다듬은 면을 함께 배치해 상처와 이를 감싸는 시간을 담았다.

 

알루미늄과 티타늄으로 만든 '두 개의 날개와 낯선 자 Ⅱ'도 선보인다. 비어 있는 은빛 공간을 통해 낯선 존재와 마주하는 순간을 형상화한 작품으로, 2019년 영국 '프리즈 런던 스컬프처'에 출품된 뒤 이번 전시에 맞춰 새롭게 다듬었다.

 

엄 작가는 서울대 조소과와 교육대학원을 졸업하고 영국 세인트마틴미술대학에서 조소를 연구했다. 현재 서울대 명예교수이자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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