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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신문) 국헌문란 목적·폭동 ‘인정’… 1년 전 계엄 준비 ‘미인정’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는 19일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법원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대해 형법 87조에서 정한 내란죄의 핵심 구성요건인 국헌문란 목적, 폭동 행위 두 가지 모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검찰이 구형한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으로 선고한 것은 치밀한 계획이 아닌 점과 물리력을 자제한 정황 등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윤 전 대통령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내란 혐의로 피고인석에 앉아 법의 심판을 받는 세 번째 전직 대통령이다. 앞서 12·12 군사반란과 5·18 내란을 일으킨 혐의를 받는 전 전 대통령은 1996년 8월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범행에 가담한 혐의로 함께 기소된 노 전 대통령의 1심 형량은 징역 22년 6개월이었다. 이들은 2심에서 각각 무기징역, 징역 17년으로 감형됐고 1997년 4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당시 대법원은 형법 87조에서 정한 내란죄의 핵심 구성요건으로 국헌문란 목적, 폭동 행위 두 가지를 짚었고 각 구성요건의 판단 기준을 설시했다. 지귀연 재판장은 이날 선고에서 윤 전 대통령 등이 비상계엄 선포 후 군을 국회에 보낸 것을 이번 사건의 핵심으로 짚으며 “국헌문란 목적이 인정된다”고 했다. 폭동 행위에 대해서는 “포고령, 국회봉쇄, 체포조 편성 및 운용,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점거 및 서버 반출 등은 그 자체로 폭동 행위”라고 판단했다. 그는 “대한민국 전역, 그렇지 않더라도 국회와 선관위 등이 위치한 서울과 수도권 등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위력이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양형을 설명하면서 “다만 아주 치밀하게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이지 않고 물리력을 자제한 사정이 있다”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같은 사정을 종합해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지 재판장은 또 비상계엄으로 인해 막대한 사회적 피해가 초래된 사실을 짚었다. 그는 “(비상계엄으로) 막대한 사회적 피해가 초래됐고, 피고인이 사과를 내비치는 것도 찾기 어렵다. 재판에 출석을 거부하기도 했다”라며 “비상계엄 선포와 그에 따른 군경 활동으로 인해 군과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크게 훼손되고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정치적 위상과 대외 신인도가 하락했고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는 지금 정치적으로 양분돼서 극한의 대립 상태를 겪고 있다”고 했다. 또 조기 대선, 대규모 수사와 재판 등을 언급하면서 “사회적 비용은 산정할 수 없는 정도의 어마어마한 피해”라고 언급했다. 재판부는 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나 검찰 모두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내란죄 수사 권한이 있다고 봤다. 공수처와 검찰 모두 관련법상 내란죄는 직접수사 대상이 아니지만, 수사 대상 범죄인 직권남용죄의 ‘관련 범죄’로 내란죄를 수사할 수 있고, 검찰은 기소도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이 주장해온 “공수처의 윤 전 대통령에 대한 내란죄 수사는 위법한 수사였다”라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다만 아주 치밀하게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 점, 물리력 행사를 최대한 자제시키려 한 사정, 실탄 소지나 직접적인 물리력과 폭력을 행사한 예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던 점 등을 양형에 참작했다. 대부분의 계획이 실패로 돌아갔고 범죄 전력이 없는 점, 장기간 공무원으로 봉직해 왔으며 현재 65세에 비교적 고령인 점 등도 유리한 양형 요소로 언급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2024년 12월이 아닌 약 1년 전부터 비상계엄을 준비했다는 특검 측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야당인 민주당이 다수를 점한 국회가 무리한 탄핵소추를 시도하고 예산 삭감을 하는 등 정부 활동을 사실상 무력화한다는 생각에 집착해 적어도 2024년 12월 1일 더는 참을 수 없어 무력 동원해서라도 국회를 제압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보는 게 실체에 부합한다”고 짚었다. 한편 법원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인정했다. 조지호 전 경찰청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목현태 전 서울경찰청 국회경비대장 등의 내란죄도 성립한다고 인정했다. 다만 김용군 전 국방부 조사본부 수사단장(예비역 육군 대령)에게는 “노상원 전 사령관의 계획에 가담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윤승영 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에 대해서도 “방첩사의 주요 정치인 체포 계획을 알면서도 협조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