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고 힘차게 뻗은 붓글씨에서 기개가 느껴진다. 누렇게 색이 바랜 명주천 위 글귀, ‘長歎一聲 先弔日本(장탄일성 선조일본)’. 글귀 왼편에는 손바닥 주름까지 보이는 선명한 손도장과 한자로 적힌 ‘동양지사 대한국인 안중근’ 글씨가 눈에 띈다. ‘큰 소리로 길게 탄식하며, 일본의 멸망을 미리 조문한다’는 뜻인 안중근 의사의 유묵 ‘장탄일성 선조일본’이 지난 20일 대중에 처음 공개됐다. 경기도가 이날부터 내년 4월 5일까지 경기도박물관 기증실에서 여는 특별전 ‘동양지사, 안중근 - 통일이 독립이다’에서다. 안 의사가 순국한 시기인 1910년 3월에 쓰인 해당 유묵은 그가 스스로를 ‘동양지사’라고 표현한 유일한 유묵으로 알려져 있다. ■ 국내 첫 전시… ‘손바닥 주름’까지 보여 ‘장탄일성 선조일본’이 국내에 전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당 유묵의 존재가 알려진 지난 2000년 이후 국내로 반환되기까지 25년이 걸렸다. 폭 41.5㎝, 길이 135.5㎝에 이르는 명주천에 적힌 붓글씨는 한치의 흐트러짐 없었고, 안 의사의 손도장도 손바닥 주름까지 보일 정도로 선명했다. 이동국 경기도박물관장은 “지금까지 안 의사의 유묵 34점의 실물을 갖고 전시하면서 다 대조해 봤는
함안군은 지난 9일부터 내년 3월 1일까지 함안복합문학관 3층 전시홀에서 2025 한시(漢詩) 특별전 ‘겨울(冬), 마음이 동(動)하는 계절을 노래하네’를 개최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특별전은 겨울을 주제로 한 한시를 족자 형태로 전시해 선보이는 자리로,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역사 속 문장가들의 작품을 통해 한시라는 장르에 대한 거리감을 좁히고 관람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기획됐다. 전시에서는 고려 후기부터 조선 후기에 이르는 문인들이 눈(雪)과 겨울밤을 소재로 지은 명시들을 선보인다. 전시 작품은 총 6개로, △익재(益齋) 이제현(李齊賢) ‘산중설야’ △백석(白石) 유집(柳楫) ‘초설’ △일재(逸齋) 성임(成任) ‘양화답설’ △계곡(谿谷) 장유(張維) ‘야래대설 금동시견 희성일률 정기암백주’ △간송당(澗松堂) 조임도(趙任道) ‘내내설야’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 ‘설의’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함안 지역의 정서를 담은 작품도 포함됐다. 함안 출신 생육신 어계(漁溪) 조려(趙旅)의 후손인 조임도의 ‘내내설야’는 현재 함안군 칠서면에 위치한 내내마을의 눈 내리는 밤 풍경을 묘사한 작품으로, 지역민들에게 각별한 의미를 전할 것으로 보인다. 군 관계자는
김유정문학촌은 오는 23일부터 ‘유정과의 조우-전상국·전신재·유인순 특별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김유정 문학의 보존과 계승에 헌신해 온 전상국 소설가, 전신재 교수, 유인순 교수를 조명하는 특별 기획전이다. 내년 3월까지 이어지는 전시는 작품 연구, 전집 편찬, 기념사업이라는 서로 다른 자리에서 김유정과 마주해 온 세 연구자의 발자취를 따라간다. 이를 통해 ‘동백꽃’, ‘봄·봄’으로 대표되는 김유정 문학이 미래 세대와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탐구한다. 1938년 세창서관에서 발행된 최초의 전집 동백꽃을 시작으로, 1987년 전신재 교수의 ‘원본 김유정 전집’, 2022년 유인순 교수의 ‘정전 김유정 전집’으로 이어지는 전집사의 흐름을 만나볼 수 있다. 또한, 이번 전시는 연구와 기념사업을 함께 이끌어 온 세 연구자를 공동의 역사 속에서 조명한다. 이달의 문화인물 선정, 김유정문학촌 개관, 김유정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 등 주요 기념사업을 중심으로 김유정 문학이 지역과 사회 속에서 계승·확장되는 과정을 시민과 나눈다. 세 인물이 각자의 위치에서 이룬 성과도 소개된다. 전상국 소설가는 기념사업을 통해 연구와 아카이브 환경을 조성했으며, 전신재 교수는 방
제주돌문화공원관리소(소장 김동희)는 18일부터 내년 2월 22일까지 오백장군갤러리에서 ‘제주담소미술창작스튜디오 100호전 : 곳에서, 곶으로’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는 2018년 예술인 창작지원을 위해 설립된 담소미술창작스튜디오를 거쳐 간 도내·외 작가 37명이 참여해 서양화·한국화·판화·조각·설치 등 다양한 분야의 100호 이상 대형 작품 37점을 선보인다. 전시 제목 ‘곳에서, 곶으로’는 물리적 장소인 ‘곳’에서 제주어로 숲을 의미하는 ‘곶’으로의 확장을 뜻한다. 담소미술창작스튜디오라는 공간에서 작가들이 제주의 시간과 감각을 공유하며 형성해 온 창작의 집합적 풍경을 조명한다. 전시 개막식은 18일 오후 1시30분 오백장군갤러리 전시실에서 열린다. ‘제주의 조형성과 K-미술문화’를 주제로 한 장준석 미술비평연구소장의 강연과 축하 휘호 퍼포먼스, 참여 작가 소개 등이 진행된다. 김동희 제주돌문화공원관리소장은 “민간 레지던시의 과정과 성과를 공유하며 예술인 창작지원의 지속가능성을 조명하자는 취지에서 전시를 마련했다”며 “공공과 민간의 협력을 통해 제주 미술계의 다양성과 개방성이 더욱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힘든 오늘을 살아내는 사회인에게 평화의 시간을 전하는 전시가 열렸다. 오는 21일까지 전주 평화의전당 보두네홀에서 개최되는 사진작가 박종권이 사진전 ‘보시니 참 좋았다’이 바로 그것. 이번 전시는 2007년부터 이어온 사진 인연의 기록이다. 박 작가는 천주교 전주교구 산하 장애인 단체 ‘하나회’와 ‘무지개가족’, 장수·김제 다문화센터를 통해 만난 장애인과 다문화가족을 오랜 시간 카메라에 담아왔다. 그 과정에서 마주한 것은 어려움보다 먼저 피어나는 미소였다. 불편함을 감사로 승화시키는 장애인들의 미소, 낯선 문화와 외로움 속에서도 일상을 살아가는 다문화가족의 맑은 표정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작은 평화의 시간을 건넨다. 전시장에는 이들과 함께 묵묵히 헌신해 온 봉사자들의 미소, 그리고 점점 사라져가는 어린이들의 웃음이 담긴 가족 사진도 함께 걸린다. 모든 작품은 전통 한지에 인화한 뒤 전통 표구로 족자 형태로 제작돼, 사진이 지닌 따뜻한 시선에 한국적 미감을 더했다. 특히 전시 마지막 날에는 사진 속 주인공들을 모두 초대해 조촐한 자리를 마련하고, 전시된 작품을 직접 선물하는 뜻깊은 행사도 예정돼 의미를 더한다. 작가는 작가노트를 통해 “미소로 피어난 존재
부산미술협회는 제25회 ‘오늘의 작가상’ 본상 수상자로 김용철(59·공예), 청년작가상에 이원숙(49·판화)을 선정했다. 오늘의 작가상은 매년 투철한 작가정신을 바탕으로 부산에서 창작 활동을 하고, 지역 미술 분야 발전과 활성화에 기여한 미술인에게 주는 상이다. 올해는 지난 10일 부산 남구 부산예술회관 4층 회의실에서 심사위원회를 개최했다. 송대호 심사위원장을 비롯해 7명이 참석했다. 이들 심사위원은 본상 후보에 11명, 청년작가상 후보에 7명 등 총 18명이 제출한 증빙서류를 바탕으로 작가의 최근 3년간 작품 발표(개인전·그룹전) 실적과 작가로서의 역량과 작품성 등을 평가해 최종 수상자를 선정했다. 송대호 심사위원장은 심사평에서 “제25회 오늘의 작가상 심사는 부산 미술계의 현재 좌표와 동시대적 감수성을 살펴보고, 응모 작가 각자가 지닌 조형 언어가 얼마나 깊이 있는 성찰과 확장성을 보여주는지에 중점을 두고 심사를 했다”며 “각 심사위원은 △작품 세계의 완성도 및 창의성 △작품성의 동시대성 영향력 △오늘의 작가상 목적의 부합도 등을 기준으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송 심사위원장은 또 “11명이 응모한 ‘본상’은 꾸준한 활동 성과와 창의성이 두루 돋보인 김용
연말을 장식할 대구시립교향악단의 '2025 송년음악회: 클래식 크로스오버'가 오는 12월 26일 오후 7시 30분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에서 열린다. 백진현 상임지휘자가 이끄는 이번 공연은 클래식에 재즈, 오페레타, 뮤지컬의 요소를 결합한 다채로운 무대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첼리스트 이경준이 프리드리히 굴다의 '첼로 협주곡'을 협연한다.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굴다는 고전 해석과 재즈·록·오스트리아 민속음악을 아우르며 장르의 경계를 넓힌 인물로, 이 협주곡에서도 현악합주 대신 관악 앙상블과 재즈 트리오(전자기타·더블베이스·드럼)를 결합해 독특한 음향을 들려준다. 다섯 악장으로 이루어진 작품은 서곡에서 첼로 주제가 재즈·블루스·록 리듬으로 변주되며 시작하고, 랜들러 선율이 더해져 경쾌한 분위기를 만든다. 이어진 '목가'는 호른과 금관의 따뜻한 선율이 중심이 되며, '카덴차'에서는 첼로 독주가 즉흥적 연주로 극적인 전환을 만든다. '미뉴에트'와 '행진곡풍 피날레'에서는 굴다 특유의 유머와 활기, 재즈 리듬의 에너지가 도드라진다. 협연자 이경준은 중앙음악콩쿠르, 이화경향콩쿠르 등 국내 주요 콩쿠르에서 입상하고 다수의 국제 콩쿠르에서 주목받았다. 아르메니아 국립
'케이팝 데몬 헌터스' 메기 강 감독이 2025 대한민국 콘텐츠대상에서 옥관문화훈장을 받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함께 10일 서울 코엑스에서 '2025 대한민국 콘텐츠대상 시상식'을 열고 매 감독을 포함해 올 한 해 대한민국 콘텐츠산업 발전에 기여한 관계자 24명과 우수 콘텐츠 15개 작품을 선정해 정부포상과 상장을 수여했다. 올해로 17회를 맞은 대한민국 콘텐츠대상은 'K-콘텐츠'의 세계적 흥행을 이끈 산업 종사자의 공로를 기리고, 만화·애니메이션·캐릭터 등 각 분야의 우수 작품을 선정하는 시상식이다. 올해는 해외진출유공, 방송영상산업발전유공, 게임산업발전유공 부문에 더해 콘텐츠산업발전유공 부문이 신설돼 총 4개 부문에서 24명이 정부포상을 받았다. 문화훈장은 넷플릭스 역사상 가장 큰 흥행 성과를 거둔 애니메이션으로 평가받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통해 'K-컬처'의 글로벌 확산과 연관 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메기 강 감독이 수훈했다. 문화포장은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를 연출한 김원석 감독과 '눈물의 여왕'을 집필한 박지은 작가에게 각각 수여됐다. 대통령 표창은 해외진출 분야에서 팬엔터테인먼트 박영석 대표이사와 스튜디오슬램 윤현준 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쓸쓸함과 새해를 앞둔 설렘이 교차하는 이때, 광주의 문화 기관들이 올해 마지막 무대를 차례로 올린다. 12월을 가득 채운 공연들은 한 해 동안 미처 전하지 못한 마음을 건네기에 충분하다.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가족·친구·연인과 함께 공연장을 찾아 ‘문화 송년회’를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거리의 불빛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더해갈 즈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무대는 광주시립발레단의 대표 레퍼토리 ‘호두까기 인형’이다. 발레단은 오는 19~21일 광주예술의전당 대극장에서 총 4회 공연을 올리고, 여수 GS칼텍스 예울마루에서도 오는 25일 두 차례 무대를 이어간다.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호두까기 인형을 선물 받은 클라라가 꿈속에서 생쥐왕과 맞서 싸우고, 호두까기 왕자와 눈의 나라로 향하는 장면은 특유의 따뜻하고 화려한 분위기로 매년 관객에게 사랑받는 명장면이다.(R석 5만원·S석 3만원·A석 2만원, 티켓링크 예매) 광주시립교향악단은 12일 오후 7시 30분 전남대학교 민주마루에서 올해 마지막 정기공연 ‘Winter Rhapsody’를 준비했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스크랴빈 ‘교향곡 2번’을 중심으로 겨울의 밀도 높은 감성을 들
“자연은 신이 만든 건축이며 인간의 건축은 그것을 배워야 한다.” 건축의 거장 안토니 가우디(1985~1926)는 이처럼 자연을 건축의 교본으로 삼았다. 자연을 이상적인 건축으로 추앙했던 셈이다. 이같은 면에서 포천에 세워진 ‘포천아트밸리’는 참 아이러니한 건축이다. 인간의 손으로 파괴한 자연을 인간의 손으로 재건했다는 게 묘한 뒷맛을 남긴다. 하지만 가우디의 말처럼 최고의 건축은 자연인지라, 비록 흉터는 있지만 원래 자연이었던 이곳은 지금 지역을 대표하는 명소로 사랑받고 있다. ■ 포천아트밸리의 탄생 사방이 산지로 둘러싸인 포천은 중생대 화산폭발의 흔적이 남아 예로부터 질 좋은 화강석 생산지로 유명했다. 일명 ‘포천석’이라 불리는 화강석은 고급 건축 마감재로 쓰였다. 포천석 생산지 중에서도 신북면은 특히 최상품 산지로 인정을 받은 덕에 1980년대 말까지 포천석 채굴로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서며 채굴량이 급격히 줄고 저가 중국산이 물밀듯이 수입되면서 점차 사양길을 걷게 됐다. 이 때문에 신북면 일대는 화강석을 캐다가 버려두고 간 폐석산으로 황폐화되다시피했다. 여기저기 깎여나간 산들은 흉측한 생채기를 드러낸 채 버려져 주변 경관을 망쳐 놓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