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감동을 주는 작품을 고전이라 한다. 고전이 지닌 강력한 울림은 사실 문장의 힘이다. 명문은 세대를 초월해 가장 강력한 울림을 선사한다. 예향 광주의 정체성은 문향(文鄕)이다. 기라성 같은 문인들을 배출했고 그 문인들의 문학작품이 오늘의 광주와 남도 문화를 일군 토대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울림과 빛을 주는 문장을 만날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북구 각화동 시화마을에 있는 광주문학관 전시실. 이곳에선 ‘시간을 넘어 나에게 닿은 울림’(오는 12월까지)을 주제로 한 기획전을 만날 수 있다. 문인들의 한 문장, 한 문장이 한 줄기 빛처럼 흘러 가슴으로 스며든다. 타자기와 펜촉의 리듬, 원고지라는 물성 등이 빛과 영상, 사운드와 결합한 콘텐츠는 시선을 압도한다. 김현승, 김남주, 윤삼하, 이수복, 조태일, 고정희, 문병란, 박흡 등 시인들의 작품에서 발췌한 작품을 만나는 것은 덤이다. 오래 전에 읽었던 또는 기억 속에 저장돼 있던 문인들의 문장을 전시실에서 맞닥뜨렸을 때 반가움은 여타의 콘텐츠를 마주할 때와는 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또한 원고지에 칸칸이 적힌 시문을 읽다보면 당시 작품을 쓰던 시인의 감성과 고뇌도 느껴진
'전북 특자도의 보물' 임실군 운암면에 소재한 옥정호가 최근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1929년 일제강점기에 준공된 운암댐은 김제와 군산 등 만경평야에 농업용수 공급을 목적으로 건설됐다. 이후 대한민국 수립과 함께 1965년에 2차로 준공된 섬진강댐 건설은 일제강점기에 이어 이 일대 원주민들이 강제로 이주해야 하는 애환이 서린 곳이다. 1998년에는 상수원보호구역으로 묶여 어업과 유선업, 음식점 등으로 생계를 이어갔던 원주민들은 세 번째로 고향을 떠나야 하는 아픔도 겪었다. 100년간에 걸쳐 고통의 땅으로 치부된 옥정호는 그러나 민선 6기를 맞은 2015년, 현 심민 군수가 3선의 연임을 거치면서 희망의 신세계로 변모했다. 상수원보호구역 해제를 통해 이곳은 화려한 수변과 붕어섬을 중심으로 친환경 생태개발이 진행, 섬진강 르네상스 시대를 열고 있기 때문이다. ◆상수원보호 해제로 개발 본격화 민선 6기의 가장 큰 성과는 옥정호 상수원보호구역 해제와 옥정호 수변관광도로 개설을 위한 기반 마련이다. 그동안 경제활동 위축과 지역개발 제한, 재산가치 하락 등 여러 분야에서 피해를 겪어 온 군민의 고충 해소는 물론 옥정호 장기비전 수립으로 체계적인 수변생태공간을 구
인천 문화판에서 ‘윤미경’이란 이름을 한 번쯤 안 들어본 사람은 찾기 어려울 것 같다. 그는 수많은 ‘인천 책’을 펴낸 출판사 다인아트의 대표이면서 지역 문화계와 시민사회단체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지역에서 알아주는 마당발이다. 1996년 인천의 예술촌이었던 구월동에서 다인아트 갤러리를 잠시 운영하기도 했다. 문화인 윤미경이 지역 미술과 작가에 대한 애정으로 30여 년 동안 모아 온 작품들이 중구 개항장 거리에 있는 도든아트하우스에서 전시되고 있다. 전시 제목은 ‘Yuns collection, 仁川’이다. 근래 ‘컬렉터’란 지칭은 단순히 취미와 관심으로 미술 작품을 수집하는 사람이란 의미를 넘어 투자 목적의 자본으로서 작품을 대하는 이들로 그 의미가 확장됐다. 윤미경을 컬렉터라고 할 수 있을까. 그 물음에 대해 윤 대표는 전시 개막일인 지난 3일 인터뷰에서 이렇게 얘기했다. “30여 년 동안 창고에 쌓아 뒀던 작품들을 오랜만에 다시 꺼내 보니, 제 삶에서 변곡점이 있을 때 만났던 예술가들과 그들의 작품으로 위로받았던 것이 생각났어요. 이번 전시를 통해 저의 소소한 활동으로 만난 예술이 어떤 것들이었는지, 그 예술과의 만남이 제 개인에게 어떠한 전환점이 됐
유독 매서운 이번 겨울, 추위 속 얼어붙지 않기 위해 글로 온기를 달군 문인들의 발자취가 도내 문예지 위에 선명하다. ◇경남문학 153호= 위기와 비극 앞에 시인은 어떻게 슬픔을 표할까. 경상남도문인협회가 발간하는 ‘경남문학’ 겨울 호에서는 기획 특집 ‘사태, 방식, 그리고 작동 - 2020년대 시의 ‘슬픔’과 여세실’을 통해 김웅기 문학평론가가 세월호 대참사와 코로나 팬데믹, 이태원 참사와 계엄 사태를 지나며 우리 사회를 애도해 온 2020년대 시 작품들의 흔적을 좇는다. ‘집중 조명’ 코너에서는 정남식 시인을 소개하며 ‘빗방울 자국’ 등 그의 대표작 7편을 전한다. ‘이 작가를 주목한다’로는 윤은주 수필가가 박순생 수필가를 만나 박 수필가의 작품 세계와 인생을 돌아봤다. 이번 호는 또 협회 소속 회원들의 시 29편과 시조 11편, 동시 2편, 동화 3편, 수필 16편을 담았고, △제37회 경남문학상 △2025 경남문협 우수작품집상 △2025 경남문학 올해의 작품상 △2025 경남문학 신인상 등 지난 연말 회원들의 수상작을 엮어냈다. ◇경남수필 52호= 경남수필문학협회의 ‘경남수필 52호’에서는 특집으로 제18회 경남수필문학상 수상자인 안순자 수필가의 작품
스베틀린 루세브 무반주 바흐 전곡 리사이틀이 오는 20일 원주 플레이리스트에서 열린다. 고유의 음색과 독보적인 기교로 ‘올드스쿨의 정석’으로 손 꼽혀 온 바이올리니스트 스베틀린 루세브는 이번 무대에서 그의 내면의 깊이와 사유의 정점을 선사한다. 세계 무대에서 음악성을 인정 받아 온 그는 서울시립교향악단 초대 악장을 맡으며 한국 클래식계에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 출신 음악가들이 결성한 ‘고잉홈프로젝트’의 플레이디렉터 겸 리더를 맡고 있는 스베틀린 루세브는 오직 바이올린만의 소리로 무대를 채운다. 단 하나의 악기로 음악의 구조와 인간이 내면을 담아내는 바흐의 3개의 소나타와 3개의 파르티타가 청중들의 마음을 움직일 예정이다. 소나타 1번 G단조, 소나타 2번 A단조, 소나타 3번 C장조로 이어지는 무대는 파르티타 1번 B단조, 파르티타 3번 E장조, 파르티타 2번 D단조에 다다르며 오늘날까지도 바이올리니스트에게 가장 근본적이면서도 궁극적인 레퍼토리를 소개한다. 연주자를 숨길 수 있는 어떤 장치도 허락하지 않는 무반주의 형식 속에서 스베틀린 루세브는 활로 그어지는 음 하나하나를 통해 청중들과 교감한다. 음악의 질서와 흐름을 정직하게
제주4·3평화재단과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제작 지원한 4·3장편영화 ‘내 이름은’이 오는 2월 12일부터 열흘 동안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제76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Forum) 섹션에 공식 초청됐다. 포럼 섹션은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영화들을 소개하는 부문으로 동시대 사회적 질문을 던지는 작품들이 집중 조명된다. 정지영 감독의 신작이자 염혜란 배우가 주연을 맡은 영화 ‘내 이름은’은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될 예정이다. ‘월드 프리미어’는 제작된 영화가 전 세계를 통틀어 공식적으로 처음 상영되는 것을 의미한다. ‘내 이름은’은 제주도민을 비롯한 시민들의 자발적인 후원으로 제작돼 지역의 기억이 공동체의 힘으로 완성된 영화라는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영화 ‘내 이름은’은 이름을 버리고 싶어 하는 18세 소년과 그 이름을 지켜야만 하는 어머니, 그리고 이름 뒤에 숨겨진 50년 전의 약속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1948년 제주4·3에서 비롯된 비극이 1980년대 민주화운동을 거쳐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과정을 세대 간 대화와 기억의 서사로 풀어낸 작품이다.
중앙아시아와 실크로드 문명권에서 800년 넘게 사랑받아온 나스레진의 이야기를 담은 <요절복통 중앙아시아 현자 나스레진 일화집>(인간과문학사)이 출간됐다. 김현조 시인이 우리말의 맛을 살려 번역한 이 책은 13세기경 튀르키예와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활동했던 전설적인 재담가 나스레진(Nasreddin)을 주인공으로 한다. 당나귀를 거꾸로 타고 다니는 기행으로 유명한 그는 겉보기에는 어수룩해 보이지만 번뜩이는 기지와 재치로 권위주의를 비꼬고, 삶의 정곡을 찌르는 인물이다. 우리나라 봉이 김선달이나 방랑시인 김삿갓처럼 부조리한 세상에 던지는 통쾌한 풍자로 막힌 속을 뚫어주는 역할을 해왔다. 이번 일화집에는 나스레진의 수많은 이야기 중에서도 가장 해학적이고 교훈적인 에피소드를 엮었다. 이웃에게 던지는 촌철살인과 같은 한마디, 권력자를 골탕 먹이는 지혜, 삶의 모순을 유머로 승화시키는 이야기들은 시·공간을 초월해 독자들에게 깊은 공감과 웃음을 선사한다. 번역을 맡은 김현조 시인은 2000년부터 2015년까지 우즈베키스탄에 거주하며 중앙아시아의 문화적 정서를 연구해온 전문가다. 그는 낯선 이슬람 문화권의 유머 코드를 한국 정서에 맞게 의역했다. 단순한 직역이 아
'함평천지'(咸平天地)라 했다. 호남의 여러 고을을 가사체의 사설로 풀어서 만든 판소리 호남가 첫 머리에 함평이 올랐다. 얼마나 좋은 곳이었으면 '천지'라고 불렀을까. 천지는 사람이 살기에 좋고 모든 것이 넉넉하니 조화(造化)가 무궁(無窮)한 곳 아닌가. 함평은 남도의 서해안과 내륙이 어우러진 지역으로 깨끗한 자연과 풍부한 먹거리를 자랑한다. 사시사철 좋은 곳이지만, 겨울날의 함평은 한층 더 고요하고 아름다워 도심에서 벗어나 여유를 만끽하기를 원하는 이들에겐 최적의 힐링 여행지다. 찬바람에 코끝이 시려지는 시기, 몸은 움츠려지고 마음은 허하다. 긴긴 겨울을 이겨내기 위한 뭔가가 필요하다. 쉼과 활력, 울창한 솔숲과 드넓은 갯벌이 펼쳐진 함평 돌머리해수욕장 일원이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핫플레이스로 주목을 받고 있다. ◆뜨끈한 바닷물에서 해수찜 '피로가 싹~' 겨울철 함평의 명물은 단연 게르마늄 해수찜이다. 해수찜은 유황성분의 산성암맥과 삼못초와 같은 각종 약초 등이 더해진 고온의 해수(海水) 유황과 게르마늄이 함유된 돌을 달궈 넣은 탕에서 수건을 적셔 찜질하는 것으로 '해수약찜'이라고도 한다. 특히 몸에 얹어 온천과 약찜을 함께 체험하는 방식으로, 돌에 함유된
연극을 흔히 일회성 예술이라고 한다. 무대 조명이 꺼지면 사라지는 장르라는 이유에서다. 대본인 희곡이나 비평이 남기도 하지만, 사람이 주인공은 아니다. 그래서인지 연극인에 대한 기록은 몇몇 이름난 배우 중심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상황에서 부산 연극인 전체의 면면을 꼼꼼히 기록하는 작업이 첫발을 내디뎠다. 역사적인 행보이고, 그래서 관심을 끌고 있다. (사)한국연극협회 부산시지회(부산연극협회)가 ‘부산연극인 인명사전’ 발간을 올해 주요 사업으로 확정하고 진행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명사전’에는 500명에 이르는 부산 연극인의 사진과 이름, 주요 프로필, 참여 작품 등이 포함된다. 연출가와 배우뿐만 아니라 극작가, 무대, 조명, 음악, 기획을 포함해 공연이 성사되는 과정에 참여하는 모든 연극인이 망라된다. 인명사전은 이정남 부산연극협회장을 발행인으로 김태호(간사) 이사, 김문홍 평론가, 권철 배우가 편찬위원으로 참여한다. 최근 부산연극협회 사무실에서 1차 회의를 열어 책자 이름과 수록 대상자 범위, 발간 일정 등을 구체적으로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는 인명사전 수록 대상을 부산에서 5년 이상 활동한 연극인으로 정했다. 작고한 연극인도 포함한다. 현재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이하 딤프)이 '제20회 DIMF 대학생뮤지컬페스티벌' 참가 대학을 모집한다. 접수 기간은 2026년 2월 9일(월)부터 3월 12일(목)까지다. 2007년 제1회 딤프와 함께 출범한 대학생뮤지컬페스티벌은 국내 최초 대학생 뮤지컬 경연대회로 뮤지컬 관련 학과 대학생들이 대구 시내 주요 공연장에서 관객들에게 실전 공연을 선보이는 무대를 20년간 이어왔다. 국내외 대학이 참여해 선의의 경쟁을 펼치면서도 학생들 간 교류와 네트워크 형성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이다. 특히 올해 행사는 참가 대학의 부담을 줄이고 교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여러 변화들이 반영됐다. 본선 진출 대학에 지급되는 공연 지원금이 상향돼 대구·경북 소재 대학은 총 1천200만원, 국내 타 지역 소재 대학은 총 1천500만원을 지원받는다. 이를 통해 참가팀이 보다 안정적인 환경에서 공연 제작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또한 본선 진출팀을 대상으로 대학 간 교류와 네트워크 형성을 위한 '교류의 장'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제작 과정과 경험을 공유하고 상호 소통할 수 있도록 구성해 본선 무대를 앞둔 참가자들이 서로 연결되고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예선은 4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