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도 좋아(2002),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2014), 죽여주는 여자(2016), 소풍(2024)…. 인생 황혼기 삶을 비추며 우리나라 ‘실버 영화’의 맥을 이어 온 작품들이다. 극장 관객 수 기준 흥행과는 거리가 먼 작품이 대부분이지만, 100세 시대로 불리는 초고령사회를 진솔하게 조명한 수작으로 기록되고 있다. 2025년 봄, 또 하나의 실버 영화가 관객맞이에 나섰다. 영화의 배경은 다름 아닌 부산. 27일 전국 개봉하는 김시우 감독의 ‘부전시장’이 주인공이다. 영화는 국제시장과 함께 부산의 대표 전통시장인 부전시장의 콜라텍이 주요 배경으로 등장한다. 부전시장은 2000년대 초부터 주머니 가벼운 50~70대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음식점과 주점, 기원이 하나둘 들어서며 ‘실버 거리’로 자리를 잡은 곳이다. 발길이 잦아지면서 부전시장은 단순히 끼니를 때우거나 간단히 음주 욕구를 채우는 것을 넘어 황혼 세대의 유흥까지 책임지는 ‘실버 천국’으로 변모했다. 영화 ‘부전시장’은 황혼의 사랑방 구실을 톡톡히 하는 콜라텍을 배경으로 인생 후반기 불꽃을 태우는 이들의 희로애락을 담담히 들여다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옛것을 굳건히 부여잡은 채 골동품점을 운영하는
전주세계소리축제 조직위원회와 국립극장이 공개 오디션을 열고 2025 전주세계소리축제 개막 공연 ‘소리드라마 심청’의 주인공을 찾는다. ‘소리드라마 심청’은 전주세계소리축제와 국립극장 전속 단체 국립창극단이 공동 제작하는 작품이다. 오는 8월 13일과 14일 2025 소리축제의 개막 공연으로 한국소리문화의전당과 9월 3일부터 6일까지 국립극장에서 초연을 앞두고 있다. 이번 오디션에서는 ‘심청’과 ‘노파심청’, ‘심봉사’ 역으로 열연할 배우를 각각 선발한다. 세 배역 모두 더블 케스트로 구성되며, 각 배역의 다른 한 명은 국립창극단 단원 중에서 캐스팅된다. 최종 선발된 배우는 국립창극단 단원과 나란히 무대에 오를 기회를 얻게 된다. 오디션 지원 접수 기간은 다음 달 2일까지며, 1차 서류 심사 합격자에 한해 같은 달 10일 2차 실기 심사가 진행된다. 오디션에 대한 보다 자세한 정보는 전주세계소리축제 홈페이지와 국립극장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신작 ‘소리드라마 심청’은 원전 곳곳에 녹아든 고정관념을 뒤엎고, 주인공 ‘심청’을 자신의 고유한 목소리와 힘을 가지지 못한 채 억압당했던 이 땅의 모든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인물로 그려내는 등 이전과는 전혀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예술기획자들이 선보이는 '실험적프로젝트'가 대구예술발전소 1, 2전시실 및 4층 테라스에서 펼쳐진다. '불꽃에서 피어난 정원'이라는 제목의 이번 실험적프로젝트에는 공모로 선정된 박민우·김민정·태병은 3인의 기획자가 참여해, 강수빈·권세진·김재욱·남정근·류은미·안효찬·이영민·이진·정서온 등 작가 9명의 작품과 최재호 안무가의 공연을 함께 선보인다. 전시는 분노와 갈등이 만연한 시대의 면면을 심리학과 철학, 예술적 관점에서 탐구한다.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제시한 '승화(Sublimation)' 개념을 중심으로, 원초적 욕망과 충동이 어떻게 창조적 에너지로 변환될 수 있는지를 조망한다. 특히 예술이 개인과 공동체의 내면적 갈등을 치유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강력한 기제로 작동하는 과정을 회화, 설치, 영상,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로 전달한다. 또한 전시 기간 중 최재호 안무가의 공연은 3월 25일과 5월 31일 2층 전시실에서 진행된다. 박민우 기획자는 "이번 전시를 통해 단순한 미적 감상이 아닌, 사회적 갈등을 예술로 승화하는 가능성을 제시해 분노의 불꽃이 창조적 에너지로 변환되고 그 에너지가 개인과 공동체를 위한 정원으로 다시 피어날
제5회 대한민국 대표 축제박람회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이어진 박람회에는 사흘간 4만2천여명이 방문하며 큰 관심을 받았다. 올해 대한민국 대표 축제박람회에는 전국 77개 지자체와 23개 기관·기업 등 100개 주체가 참석해 226개의 부스를 운영했다. 코로나19가 창궐한 2021년 시작된 축제박람회가 명실상부한 대표 관광박람회로 거듭난 것이다.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5회 박람회를 찾은 방문객들은 각 지역의 특색 있는 축제 콘텐츠를 직접 체험하고 국내 대표 축제를 한 자리에서 비교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개막식이 열린 지난 21일에는 전국 각지의 축제와 해당 축제의 비즈니스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한 ‘B2B 바이어 상담회’가 진행돼 관심을 모았다. 13개 바이어사가 참여한 가운데 진행된 상담회에서 하루 동안 40건의 상담이 이뤄졌고 이 자리에서 축제 관련 업계 및 지자체가 정보를 교류할 수 있었다. 상담회를 통해 새로운 협력 관계를 형성하며 국내 축제 및 관광 산업 활성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람회 부대 행사로 진행된 ‘과학축제페스티벌’은 과학의 원리를 활용한 전시 및 체험 활동을 선보이며 볼거리를 풍성하게 했다. 또 2
‘참외모양 금도금 은병’(銀製鍍金蓮花折枝紋瓜形甁)은 고려시대 은판으로 제작된 꽃병이다. 국내 단 한 점만 전해오는 유일한 유물로 문화적 가치가 크다. 특히 참외모양의 외관과 정교한 문양은 당대 선조들의 수준 높은 미의식을 보여준다. ‘참외모양 금도금 은병’이 최초 공개될 예정이어서 눈길을 끈다. 오는 28일부터 열리는 보문복지재단(이사장 정영헌) 동곡뮤지엄 특별전 ‘한국의 금속문화유산 오천년’에서다. 오는 6월 29일까지 펼쳐지는 이번 특별전은 한국 금속공예의 역사와 미학적 가치 등을 다각도로 조명하는 자리다. 전시에서는 ‘참외모양 금도금 은병’ 외에도 시대별 금속공예 유물 100여 점도 선보인다. 고조선 시대 청동검, 고구려 금관, 신라 금동관, 가야 금동관 등 유물은 우리나라의 수준 높은 금속문화를 보여주는 유물들이다. 김정훈 학예실장은 24일 통화에서 “저희 뮤지엄에서는 매년 주제를 정해 전시를 해왔다. 처음에 고려청자를, 그 다음으로 조선시대 백자와 분청사기를 선보였다”며 “일련의 프로그램을 통해 도자기 전시를 완료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에는 금속공예를 일반 관객들에게 소개하는 자리다”며 “지금까지 우리나라 대표 유물을 거론할 때 도자기를 많
대구 중구 출신의 예술가 이상춘(1910~1937)을 기리는 현대미술 전시장 '공간리상춘'이 26일부터 개관전 '이상춘 아카이브'를 선보인다. 이상춘은 일제강점기 당대 아방가르드 예술 양식을 통해 민족 독립과 노동자, 농민 해방을 위해 투신하다 일제의 탄압으로 수차례 옥고를 치른 끝에 28살의 나이로 요절했다. 그는 1925년 결성된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동맹[KAPF]에 참가했으며, 1927년 대구 최초 한국인 서양화 단체인 영과회 회원으로도 활동했다. 그의 전위적 예술정신을 계승하고자 만들어진 공간리상춘은 리카(RICA·이상춘현대미술학교)와 지역 아티스트 콜렉티브 '로컬포스트(Local post)'가 공동으로 구성했다. 리카는 2019년 대구예술발전소에서 3·1운동 100주년 기념으로 기획된 '대구아트레전드: 이상춘' 전시에 참여한 미술인들이 주축이 돼 창립한 단체로, 로컬 이슈에 집중한 전시와 현대미술 강좌를 개최해오고 있다. 로컬포스트는 지역성의 특수성을 보편성으로 확장한 글로컬 프로젝트를 펼쳐오고 있으며 행동주의 예술에서 뉴미디어 아트까지 넓은 스펙트럼으로 활동하는 그룹이다. 공간리상춘은 지역 예술인들에게 현대미술의 주요 담론과 흐름을 소개하는 교육 프
빈센트 반 고흐, 폴 고갱, 에곤 쉴레 등…. 대중에게 친숙한 예술가들이자 자기만의 독특한 창작세계를 열었던 화가들이다. 또한 삶은 순탄치 않았지만 작품을 통해 인정을 받은 대가들이다. 예술가의 삶과 창작세계를 영화로 조명하는 ‘해설이 있는 예술영화’가 올해도 시민들을 찾아온다. 시립미술관(관장 윤익) 하정웅미술관은 올해도 ‘해설이 있는 예술영화’를 진행한다. 오는 10월까지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문화가 있는 날, 오후 2시) 하정웅미술관 2층. 특히 올해는 프로그램이 시작된 지 10년째 되는 의미있는 해로, 사진작가들도 조명할 계획이다. 강사는 조대영 영화평론가가 맡는다. 윤익 관장은 “예술영화는 미술의 언어가 어떻게 영상 속에서 구현되는지 다채롭게 느낄 수 있는 자리”라며 “시각적인 공통점이 있는 두 장르를 통해 예술가와 그 작품, 그리고 예술가의 삶을 조망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먼저 오는 26일 첫 시간은 사진작가 비비안 마이어를 다룬 작품이 시민들을 찾아간다. 무려 15만 장의 필름을 남긴 사진작가 비비안 마이어는 이름도 직업도 알리지 않은 채 작업을 했다. 보모를 비롯해 가정부, 간병인을 하며 삶의 마지막까지 사진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다
부산에서 활동하는 한국춤 동인 단체로는 가장 오래된 ‘춤패 배김새’(1985년 12월 창단)가 26일 오후 7시 부산예술회관 1층 공연장에서 시민들을 만난다. (사)부산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와 부산예술회관이 공동 주최하는 2025 문화가 있는 날 ‘예감: 예술로 감성을 전하다’ 일환으로 펼치는 3월 두 번째 공연인 ‘춤패 배김새의 새봄맞이 춤판’이다. 이번 공연은 한 해의 무사 안녕을 기원하는 ‘춤열림’(청신)으로 시작해서 한국 춤의 흥과 멋을 지닌 흥겨운 춤판인 ‘춤맞이’(오신)로 진도북춤과 진주교방굿거리춤, 권명화 소고춤을 선사한다. 이어 복을 빌고 희망을 나누는 비나리와 살풀이춤을 선보일 ‘춤내림’(송신)으로 넘어갔다가 관객과 함께하는 풀이 무대인 배김허튼춤과 신명춤으로 마무리된다. 출연진 최은희(연출, 총감독), 정미숙(고문), 하연화(예술감독), 손미란(대표), 김민경, 박수정, 김지윤, 서부은, 이수영, 장윤미, 오민혜(이상 배김새), 박정회, 설영성, 조대일, 방형웅, 김현일(이상 악사). 전석 무료. 문의 051-631-1377.
4월 30일부터 개최되는 전주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이름을 올린 30편의 작품 중 대구 지역에서 제작된 단편영화 '월드 프리미어', '커뮤니티'거 선정됐다고 대구경북독립영화협회가 밝혔다. 김선빈 감독의 '월드 프리미어'는 올해 제작된 34분 분량의 메타영화(영화에 대한 영화)로, 오랜만에 연출한 장편영화의 첫 영화제 상영을 앞두고 벌어지는 사건과 소동을 그렸다. 정회린, 김연교, 문상훈 등이 출연했다. 김선빈 감독은 '수능을 치려면', '소녀탐정 양수린', '고백할거야' 등의 작품을 통해 감각적인 연출능력과 개성 있는 재기발랄함을 선보여왔으며, 2023년 '수능을 치려면'으로 정동진독립영화제에서 수상한 바 있다. 역시 2025년 제작된 37분의 단편 '커뮤니티'는 박유진, 진현정 감독이 공동 연출했다. 주인공 유정이 함께 지역에서 커뮤니티를 운영하던 혜리가 상경을 결심한 이후 겪게 되는 변화를 통해, 순수한 마음으로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과 공동체의 의미를 새롭게 조명한 영화다. 초저예산 독립영화로 제작된 이 작품은 박유진과 진현정 감독이 직접 배우로도 출연했다. 지난해 대구단편영화제 애플피칭 선정작으로 선정돼 제작비를 지원 받은 '커뮤니티'는 이번 전주국
화천에는 자연이 빚어낸 비경이 있다. 바로 ‘곡운구곡(谷雲九曲)’이 주인공이다. 지금의 화천군 용담리 일대에 자리 잡은 이곳은 조선 시대의 대표적 유학자인 김수증(1624~1701년)이 은거하며 학문을 닦던 장소다. 김수증은 이곳을 중국의 주희가 머문 무이산의 ‘운곡(雲谷)’에서 착안해 ‘곡운(谷雲)’이라 이름 붙였고, 절경이 뛰어난 아홉 곳을 선정해 ‘곡운구곡’이라 이름 지었다. 김수증은 당쟁이 격화되던 시기인 1670년, 벼슬을 내려놓고 화천의 깊은 골짜기로 들어왔다. 그가 머물던 곳은 구곡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히는 제6곡 ‘와룡담(臥龍潭)’이었다. 이곳에는 그가 직접 지은 농수정과 곡운정사가 자리했다. 정사는 학문을 익히고 후학을 양성하는 공간으로, 후에 서원으로 발전하기 전 학당의 역할을 하였다. 김수증은 자신이 사랑한 곡운구곡의 풍광을 남기고 싶어 했다. 이에 따라 1682년, 평양에서 활동한 궁중화원 조세걸에게 ‘곡운구곡도첩(谷雲九曲圖帖)’을 그리게 했다. 실경산수화와 서예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 화첩에는 ‘와룡담’을 비롯한 아홉 곳의 절경이 담겼고, 그림마다 당대의 문인들이 쓴 시가 곁들여졌다. 이는 단순한 산수화가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