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현대미술의 시작은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대전시립미술관은 올해 하반기 첫 기획전으로 '비상 飛上;'을 통해 지역 원로작가 4인의 예술세계를 집중 조명한다. '지역미술 조명사업'의 두 번째 장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는 단순한 회고전이 아니라, 수집과 연구, 전시와 교육을 아우르는 '시립미술관 의의'를 재확인하는 실천이기도 하다. 영원한 깨달음과 진정한 미술관의 존재 이유를 묻는 이번 전시를 소개한다. ◇ 발전적 해체: 한국화의 뿌리를 다시 짚다 1-2전시실에서의 첫 번째 섹션 '발전적 해체'는 대전 한국화의 기틀을 닦은 세 명의 원로 화가 박승무, 조평휘, 민경갑의 예술세계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전통 수묵화의 정신을 계승하면서도 시대 변화에 맞춰 새로운 표현을 시도한 화가들이다. 박승무는 충북 옥천 출신으로, 근대 동양화단의 중심에서 활동하다 1957년 대전에 정착했다. 은둔적이고 탈속적인 삶을 살며 오롯이 작품에 몰두한 그는 부드럽고 섬세한 필치로 설경과 산수의 고요한 정취를 표현했다. 남종화풍의 전통을 이어가면서도 안개 낀 산과 점묘식의 표현을 통해 자신만의 정서를 담아낸 작업은, 대전 한국화의 정신적 원류로 평가된다. 조평휘는 1932년 태어나
초중고 여름방학이 눈앞에 다가왔다. 연일 35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에 시달리는 어린이,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학업에 앞서 시원한 휴식이다. 방학을 앞두고 부산에서 가까운 경북 경주시에 여행을 다녀왔다. 물론 폭염 속에서 야외 여행은 생각하기조차 싫다. 다행히 이번 여행의 포인트는 실내 민간박물관이다. ■세계자동차박물관 뜨거운 햇빛을 피하려고 주차장 나무 그늘 아래에 차를 세우고 불과 30여m를 걸었는데도 온몸은 불덩이처럼 화끈거린다. 얼른 세계자동차박물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선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과 함께 관람객을 가장 먼저 반겨주는 것은 뜻밖에 전두환 전 대통령이 실제로 타고 다녔다는 검은색 벤츠 자동차다. 종류만 똑같은 게 아닌지 고개를 갸웃거렸는데 설명문을 읽어보니 그가 직접 이용한 1987년산 ‘벤츠 560’이 맞는다고 한다. 전 전 대통령 일가 재산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이 자동차도 매물로 나왔는데 경주 출신 기업가가 사들여 세계자동차박물관에 기증했다고 한다. 바로 옆에는 귀여운 빨간색 자동차가 나란히 서 있다. 그리스어로 ‘작고 예쁘다’는 뜻인 ‘칼리스타’다. 영국 팬더가 생산하던 차였는데 팬더가 1987년 쌍용자동차에 넘어가면서 이 자동차도
광복 80주년을 맞아 제주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삶을 조명하는 뜻깊은 전시회가 열린다. 제주문화예술진흥원(원장 이희진)은 오는 19일부터 24일까지 제주문예회관 제3전시실에서 제주 여성 독립운동가 초상전 ‘그녀들의 얼굴, 역사가 되다’를 개최한다. 윤석남 작가 초청전으로 기획된 이번 전시에서는 일제강점기 항일의 뜻을 품고 저항에 나섰던 여성 독립운동가 6인(고수선, 강평국, 최정숙, 김시숙, 김옥련, 부춘화)의 삶과 정신을 시각예술로 되살린다. 전시는 ‘기억, 얼굴, 공감, 참여’를 핵심 키워드로 다섯 개의 공간으로 나눠 항일운동의 흐름과 여성 독립운동가의 생애를 조명하는 서사형 콘텐츠, 인물 중심의 초상 회화, 실제 사료와 유품, 관람객 참여형 코너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특히 강평국 지사에게 추서된 건국훈장 애족장 실물, 최정숙 지사가 수감 중 사용한 손수건과 부채 등 유품이 전시돼 각 인물의 서사와 상징을 시각적으로 체감할 수 있다. 제주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초상화와 함께 기억과 저항을 상징하는 설치 작품 ‘붉은 방’도 만나볼 수 있다. 초상화는 한국 여성주의 미술을 대표하는 윤석남 작가의 작품이다. 윤 작가는 1939년 만주에서 태어나 40대 이후 본
리아트(Re:Art) 프로젝트 2부 전시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보았을 때'가 오는 9일부터 수창청춘맨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대구에서 7차례 일어난 독립만세운동과 대구 감옥(형무소)'라는 주제로, 과거 독립을 갈망했던 이들이 바라던 광복을 오늘날 청년 예술인들의 시각으로 다시 바라보고 재해석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프로젝트 참여예술인은 구지은, 김민제, 김영규, 김유경, 김재익, 김지우, 남정근, 노비스르프, 모유진, 박미진, 배태열, 손민효, 원예찬, 이승희, 이혜진 등 15명이다. 이들은 회화, 설치, 영상 등 다양한 방식으로 그날의 감정과 기억 등을 현재의 언어로 풀어냈다. 전시 공간은 대구감옥(형무소)과 3·1운동이 전개된 현장으로 나눠 구성됐다. 또한 과거의 공간성과 현대적 작품을 조화롭게 배치함으로써, 관람객이 예술 속에서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연출했다. 전시 기간에는 전시 작품을 활용한 '기억 퍼즐 완성하기' 체험 프로그램을 상시 운영한다. 전시는 8월 29일까지. 매주 월요일 휴관. 053-430-5681.
“내 모든 고민을 안아주는 곳이 있다. 대학에 떨어졌을 때, 자퇴를 고민할 때, 쥐뿔도 없는 나는 왜 이리 멍청하기까지 한지에 대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 집을 나와 근처 골목을 따라 걷는다. (중략) 어디에서 시작했더라도 나에게도 떠나는 여행, 그 끝에는 고려인마을이 있었다. 그곳에서 나는 뭐가 되더라도 상관없다. 내가 비로소 이해받는 곳, 가장 다른 사람들이 모여, 가장 공존하는 곳”(박지원,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 중 일부) 광주 동구 동명동 ‘여행자의 집(ZIP)’에서 지난 5일 오후 4시, 이색적인 신춘문예가 열렸다. 이름하여 ‘여행자의 ZIP단ZI성’. 동명동을 찾은 여행자와 지역 주민이 한 자리에 모여 감정을 기록하고 나누는 이 행사에서는 주제 제시부터 글쓰기·심사·낭독까지 모든 과정이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이루어졌다. 주제는 ‘나만 알고 싶은 광주의 여행지’. 찜통더위 속에서도 책과 글을 사랑하는 30여명의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광주는 물론 서울과 인천, 경남 진주, 화순 등에서 온 참가자들은 작은 캠핑 의자에 앉아, 클립보드를 무릎에 두고 사색에 잠겼다. 엄마 손을 잡고 온 아이부터 흰 머리 희끗한 노인까지, 다채로운 얼굴들이 하나둘 종이
사단법인 조선왕조실록의궤선양회(이사장:퇴우 정념·월정사 주지)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조선왕조실록과 의궤의 가치를 알리기 위한 2025년 문화역사기행 프로그램 ‘기록의 산책, 조선의 하루’를 오는 5일부터 10월 11일까지 매주 토요일 운영한다. 이번 기행은 오대산사고의 수호사찰인 월정사와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 전나무 숲길 등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참가자들은 실록과 의궤가 품은 정신과 기록문화유산의 보존 가치, 그리고 조선의 하루를 살아낸 이들의 흔적을 따라 걸으며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주요 일정은 △월정사에서의 역사해설 탐방 △사찰 공양간 점심 체험 △전나무 숲길 걷기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 전시 관람 △실록 포쇄의식 체험 등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평창군 문화해설사의 동행으로 역사와 문화의 맥락을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된다. 이번 프로그램은 ‘기록의 현장’을 체험하며 과거의 시간과 현재를 잇는 문화적 통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선양회 관계자는 “이번 문화역사기행을 통해 참가자들이 조선왕조실록과 의궤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자긍심을 고취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주세계소리축제조직위원회(이하 소리축제)가 한국 전통음악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창작자들을 대상으로 ‘2025 소리프론티어’ 참가자를 모집한다. 접수는 다음 달 3일 오후 3시까지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소리프론티어’는 전통음악의 저변을 확장하고 국악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 2010년부터 시작된 소리축제의 대표 신진 아티스트 발굴 프로젝트다. 올해로 15회째를 맞은 이 프로그램은 지금까지 총 43개 팀을 발굴해 말레이시아 페낭 재즈페스티벌, 일본 스키야키 미츠 더 월드 등 세계 유수의 무대에 소개하며 국내 전통음악의 해외 진출을 도왔다. 올해 소리축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재)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관하는 ‘장르별 시장 거점화 지원 사업’의 전통 장르 대표 축제로 선정되면서, 전통음악 유통을 위한 플랫폼 ‘소리 NEXT’를 새롭게 선보인다. 이에 따라 ‘소리프론티어’ 역시 단순한 경연이 아닌, 전통음악 창작자와 음악시장을 잇는 과정 중심의 플랫폼으로 변화해 운영된다. 모집 대상은 한국 전통음악을 기반으로 한 고유의 레퍼토리를 보유하고 있으며, 야외에서 60분 이상 공연이 가능한 개인 또는 음악 단체다. 국악과의 단순한 합주 형식을 지양하고, 국내외 음악시장
부산 미술인들의 큰 축제인 2025 제45회 부산미술제와 제14회 BFAA(부산미술협회) 부산국제아트페어가 오는 26~29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 동시에 개최된다. 해마다 가을에 열었던 두 축제를 올해는 개최 시기를 6월 상반기로 대폭 앞당겼다. 지난해는 별도로 개최했던 두 축제를 올해는 예전처럼 동시 개최로 바꾸었다. 또 두 축제 모두 (사)부산미술협회가 주최한다. 제45회 부산미술제는 한국화, 서양화, 조각, 판화, 공예, 디자인, 서예, 영상설치, 학술평론, 문인화, 수채화, 민화불화 등 총 12개 장르의 작품 590여 점이 전시된다. 지난해 907명보다는 다소 줄어든 590명이 참여한다. 1981년 시작한 부산미술제는 부산미술협회 회원과 비회원이 함께하는 열린 미술 축제이다. 미술을 사랑하는 작가들이 서로의 작품을 공유하고 교류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제14회 BFAA 부산국제아트페어는 작가가 직접 부스를 차린다는 점에서 여타 아트페어와 차별성이 있다. 미니 전시회 성격도 짙다. 작가가 부스를 차려서 아트페어 현장을 찾는 관람객과 직접 소통에 나선다. 특히 올해 아트페어는 (주)디자인하우스(행복이 가득한 집)와 연계해 디자인과 미술을 융합
전설이 된 화가, 빈센트 반 고흐가 대전 시민과 함께한 90일간의 여정을 마쳤다. 지난 3월 25일 막을 올린 특별전 '불멸의 화가 반 고흐 in 대전'은 지난 22일 폐막하며 대전 미술 전시 역사상 최다 관람 기록이라는 성과를 남겼다. 전시 기간 동안 대전시립미술관은 물론 인근 한밭수목원까지 관람객들로 붐볐고, 반 고흐의 작품은 세대를 넘어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예술과 일상, 미술관과 도시, 시민과 거장이 함께 만든 90일의 기록을 돌아본다. ◇국내 최초 지방 개최 반 고흐 단독 회고전 '불멸의 화가 반 고흐 in 대전'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지방 공공미술관에서 열리는 반 고흐 단독 회고전이었다. 주관사인 서울센터뮤지엄과 대전시립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위해 네덜란드 크뢸러 뮐러 미술관과 수년간 협업을 이어왔고, 유화와 드로잉 총 76점을 국내로 옮기기 위한 보험, 운송, 환경 조성 등 철저한 기준을 충족해 전시를 성사시켰다. 전시작들의 보험 가액만 1조 원 이상에 달하며, 미술계에서도 보기 드문 대규모 회고전으로 평가받았다. 윤의향 대전시립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지역 미술관의 한계를 뛰어넘는 첫 도전이었다"며 "대전시민과 지역 예술계가 함께 만든 성과"라고
올해로 제51회차를 맞은 전주대사습놀이는 단지 ‘국악 경연대회’라는 틀에 가두기엔 그 역사와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다. ‘소리의 고장’이라 불리는 전주에서 반세기 넘게 이어져 오고 있는 이 무대는 전통예술의 계승, 공정한 경쟁, 그리고 전통 예인들의 꿈이 교차하는 현장이다. 본보는 이번 기획을 통해 전주대사습놀이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하고자 한다. 무대를 지켜온 명인들, 전통예술의 제도권 현장, 그 안에서 소리를 잇고자 애쓰는 이들의 목소리를 세 차례에 걸쳐 돌아봤다. <편집자 주> 오정숙·조상현·성우향·성창순·이일주·최난주·최승희·조통달·김일구·전정민·김영자. 이름 석 자만으로도 국악계의 권위를 드러내는 이 명창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전주대사습놀이 판소리 명창부 장원자로 대통령상을 받았다는 점이다. 1975년 ‘국악 진흥과 전통 계승’을 목적으로 부활한 전주대사습놀이는 반세기 넘는 세월 동안 국내 최고 권위의 전통예술 경연대회로 자리매김해 왔다. 올해 역시 판소리 명창부, 농악부, 무용 명인부, 민요 명인부, 고법 명고부, 가야금병창 명인부, 기악부, 무용 일반부, 판소리 일반부, 시조부, 무용 전공부, 고법 일반부, 궁도부 등 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