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햇빛이 바닥으로 스며들고, 잔잔한 바람이 창틀을 간지럽힌다. 두 남자는 가만히 햇빛 저며든 의자에 걸터앉아 찻잔에 입을 가져다 댄다. 이들은 각기 다른 깊은 고민에 빠지고, 이를 작품에 담아낸다. 중앙대 미술대학 동문인 두 남자, 최성우, 한동국 작가는 오는 20일까지 춘천 개나리미술관에서 ‘나른한 오후, 검은 차 한입 머금을 때’를 주제로 자신의 삶을 조명한다. 최성우 작가는 지나가는 삶에 초점을 두고, 한동국 작가는 죽음 직전의 순간에 시선을 둔다. 별거 아닌 일상 속에서 두 작가는 삶과 죽음이란 무거운 주제를 갖고, 인간 존재에 대해 고민한다. 문득 삶이 무한하지 않음을 깨달은 한동국 작가는 화려한 색채를 배제한 채 오직 죽음에 초점을 둔다. 그러면서도 그는 삶이 유한하기 때문에 당장의 순간을 마음껏 즐겨야 한다고 말한다. 결국 그의 작품은 죽음까지도 받아들일 수 있는 가치 있는 하루의 소중함을 강조한다. 죽음이 있다면 새로운 삶도 있다고 믿는 최성우 작가는 한동국 작가와는 반대되는 길을 걷는다. 그는 ‘나’라는 존재에 대한 물음에서 시작해 ‘나’라는 존재를 증명해나가기 시작한다. 이에 그는 자신 안에 깃든 소리를 들으며,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
호반윤슬ART는 오는 15일까지 춘천 갤러리 상상언더에서 10번째 기획전을 펼친다. 이번 전시는 ‘색에 차오르다’를 주제로 전시, 강영순, 김종인, 김혜영, 민병관, 박상미, 손준호, 송선양, 유영아, 장미자, 전대경 등 총 10명의 회원이 참여했다. 이들은 색에 대한 탐미를 추구해 색의 매력과 감동을 안기고자 자연, 추억, 내면, 추상의 세션으로 전시를 구성했다. 손준호 회원의 작품 ‘그리움’은 녹색과 노란색, 붉은색과 흰색 등 다채로운 색이 조화를 이룬 한 얼굴을 형상화 한다. 그 위로 음표가 흘러 다니는데 그는 리듬에 따라 변하는 얼굴이 마치 하나의 예술과도 같다는 생각을 한다. 장미자 회원은 오래전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을 발견하고 그때 느꼈던 감동과 즐거움, 설렘을 가득 담은 작품 ‘어느날 문득’을 작업했다. 장 회원이 이야기하는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여 본다. 전대경 회원은 프랑스를 돌아다녔던 때, 스트라스부르의 강물에서 인상을 받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를, 강영순 회원은 주름진 얼굴의 한 노인을 작품에 배치 시켰다. 세월의 흐름을 그대로 받아 들인 모습이었지만, 웃을 땐 그 누구보다 수줍은 노인의 모습이 괜스레 마음을 따스하게 만든다. 장미자 회
원주 남산골 레지던시 입주작가로 활동 중인 윤경 작가는 오는 24일부터 원주 갤러리 원에서 ‘산 넘어 산’을 주제로 전시를 펼친다. 우리는 흔히 산을 오르는 행위를 ‘등산’이라고 표현한다. 산행을 원하는 이들은 매일같이 등산을 하고, 산을 오르락 내리락 하기 바쁘다. 하지만 윤경 작가에게 산을 오르는 것은 어려움과 도전을 극복하는 성장의 과정이다. 따라서 그에게 산은 단지 山이 아닌, 삶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때론 흘러가는 삶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기 원하지만, 언제나 예상치 못한 일들과 미지의 상황은 때로는 우리에게 큰 시련을 안긴다. 그때 마주한 산은 우리에게 공포감을 준다. 이에 윤경 작가는 어떠한 어려움에도 굴복하지 않겠다는 다짐과 희망의 메시지를 담아 산을 그렸다. 특히 그의 작품 ‘산 넘어 산’에는 산 아래로 물줄기들이 흘러내린다. 이는 희망과 생명의 순환을 나타내며, 어려운 상황에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어려움을 극복한다면 다시 희망이 돌아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부정의 감정을 힘과 에너지를 얻어 극복해 긍정의 감정으로 순환시키고, 극복해 낸다면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스스로를 이기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담
동해에서 활동하는 전하은 작가가 오는 13일부터 서울 인사동에 위치한 갤러리밈에서 ‘흐르고 넘치는 사물들 앞에서’를 주제로 전시를 펼친다. 강원문화재단의 후원으로 열린 이번 전시는 한 수영대회에 참가한 초등학생 제자의 이야기에서 시작됐다. 어느 날, 수영 대회에 출전하게 된 제자는 결승점을 향해 열심히 헤엄 치던 중 물살 깊은 바닥에 누구의 것인지 모르는 수경을 발견했다고 한다. 주인을 찾아주고 싶은 마음에 아이는 헤엄을 멈추고 물 속에 들어갔고, 이내 관중석을 향해 찾은 수경을 보여줬다. 아마 그 당시 아이에게는 결승점을 향해 가는 것보다 수경을 잃어버린 이의 슬픔을 덜어내 주는 것이 먼저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들려온 어른들의 반응은 놀라울 만큼 똑같았다. “신경쓰지 말고, 빨리 결승점까지 가야지”. 앞만 보고 가야만 하는 현 사회의 모습이 투영된 제자의 이야기에서 전 작가는 삶의 성찰을 회화의 언어로 풀어낸다. 자본주의 중심과 변두리, 산맥과 바다, 환희와 절망, 존경과 수치, 포용과 고집, 생과 죽음. 이 모든 것은 극과 극의 대비를 이루지만 모호하거나 결국 동일한 의미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이처럼 전 작가는 모든 날이 좋음과 나쁨을 반복하듯 대비를
김유정문학촌은 오는 12일부터 14일까지 문학촌 일대에서 ‘2023 김유정문학축제’를 개최한다. 이번 축제에서는 김유정 4대문학상 시상식, 김유정학술상 시상식과 함께 체험·공연마당 등의 프로그램등이 다채롭게 진행될 예정이다. 12일 오후 장편소설 ‘거의 모든 거짓말’, ‘철수 사용 설명서’ 등을 펴낸 강원일보 신춘문예 출신 전석순 소설가의 사회로 진행되는 문학상 시상식은 가 사회와 함께 춘천마임축제 ‘마임시티즌’의 식전 공연, 춘천 출신 싱어송라이터 ‘소보(sobo)’의 축하 공연 등으로 펼친다. 특히 소보는 김유정 작가상의 수상자인 임선우 소설가의 ‘낙타와 고래’를 낭독하고, 이를 통해 영감을 받아 작사 및 작곡한 ‘나의 입술의 모든 말’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어 신인문학상, 푸른 문학상 시상식과 김유정 작가상 시상식이 이어져 김유정 작가상 수상자인 임선우 소설가에게 상금 3,000만원과 상패가 전달된다. 시상식이 끝난 후에는 허남훈 소설가가 진행하는 김유정 작가상 수상작가와의 만남이 이어져 임 소설가의 작품세계를 함께 나누는 시간이 마련된다. 14일 오후 4시30분에는 강원일보와 김유정문학촌, 김유정학회가 공동으로 마련하는 ‘제3회 김유정 학술상’ 이 김
원주 출신 신구경 작가의 원주 아미쿠스 갤러리 초대전이 오는 30일까지 이어진다. ‘사람, 삶 = 人生’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흙으로 사람의 형상을 빚는 과정을 통해 숨을 불어넣는다. 그 과정을 통해 산다는 것에 대한 근원적 물음에 도달하기도 하고, 내면의 나와 마주할 수도 있다. 1,250도의 고열을 견디고 나면 흙은 도자로 탄생, 더 깊은 불맛으로 강해지고 탄탄해지는 ‘나’를 만날 수 있다. 결국, 도자를 빚는 것은 나를 만드는 과정과 일맥상통함을 깨닫는다. 투박하지만 그 안에 자신을 담아낸 작품을 전시장에 내놓을 때면 그는 발가벗은 자신을 세상에 던지는 듯한 기분에 빠지기도 했다. 흙의 자애롭고 녹아드는 부드러움에 마음을 기대고, 의지하며 그는 지속해서 자신을 빚어내고 있다. 또 신 작가는 세상을 향해 자신만의 언어로 인생을 이야기하고, 사람의 형상을 만든다. 이후 가마불 앞에서 가만히 불멍하는 일련의 과정을 반복한다. 평범함을 거부하는 그의 작품에는 끊임없이 대체되는 세상을 향한 일종의 저항 의식도 녹아들어 있다. 그렇기에 그는 불어넣는다 빚으며, 계속해서 ‘나’라는 존재를 세상에 각인시킨다. 신 작가는 “가슴 속에 파도치는 색상을 세상에
#. 최근 도내 한 쉼터의 A원장은 쉼터 내 아동으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전달받았다. 편지 내용은 이렇다. “엄마 아빠가 있는 이곳에 계속 있고 싶고, 엄마 아빠에게 갈 때까지 여기 있게 해주세요. 우리가 떨어지지 않게 해주세요” 쉼터에 입소한 아동은 3~9개월의 집중 치료 후, 대개 전원 조치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담당 공무원이 아동 분리에 급급한 나머지 아동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시설로 입소시키려고 했음이 밝혀졌다. A 원장은 “형제는 다행히 분리되지 않았으나, 이는 학대로 상처 입은 아동에게 2차 학대를 가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말했다. 학대피해 아동이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건강하게 자리 잡기 위해서는 개인과 지역사회의 역할이 모두 강조된다. 현재 위기 아동을 쉼터로 분리하는 과정에서 학대 현장에는 시·군 아동보호전담공무원과 학대예방경찰관이 반드시 자리한다. 기존에는 아동학대보호전담기관의 복지사가 현장을 방문했으나, 2021년에 절차가 변경됐다. 하지만 공무원과 학대예방경찰관은 아동 복지에 대한 이해가 전문 사회복지사보다 부족한 탓에 학대로 인한 심리적 트라우마가 아동의 미래에 끼칠 영향을 인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1. 11년 동안 사회복지 계열에 종사하고 있는 신아름 춘천남부노인복지관 과장은 ‘누굴 위해 일을 하고 있을까?’란 우울감에 빠질 때가 많았다. 하지만 그는 평생을 주부로만 살던 클라이언트가 학생 신분이 되기도 하고, 무대에 서서 연기를 하는 모습을 보며 다시금 의지를 다졌다. 그는 “삶의 끝에서 꿈을 찾아주고, 소외된 이웃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뿌듯하다”고 말했다. #2 “선생님은 너 절대 포기 안 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널 살릴거야”. 세상과 등진 학생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한 최중국 도가정위탁지원센터 팀장. 그의 끈질긴 노력 덕분에 학생은 현재 건강한 사회의 일원으로 자리 잡았다. 그는 “학생이 매년 생일마다 감사하다며 기프티콘을 선물해주는데 눈물이 나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아이들이 바뀌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쉽게 그만둘 수 없다”고 전했다. #3 중학생때부터 사회복지사를 꿈꾼 연하현 도장애인종합사회복지관 사회복지사는 벌써 4년째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도우면서 자신의 오랜 꿈을 실현시키고 있다. 그는 “장애를 가진 사람이 성장할 때 곁에 누가 있느냐에 따라 삶의
#1 사회복지사 A씨는 남성 이용자의 가정을 방문하고 깜짝 놀랐다. 이용자가 속옷 만을 입고 자신을 맞이했기 때문. 그는 “상담 과정에서 성적인 농담을 하기도 하고, 어느 날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위협을 가하려고 한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2 도내 장애인 시설에서 일하고 있는 B씨는 전화 공포증이 생길 지경이다. 그는 “이용자 가정에 문제가 발생하면 퇴근 후나 주말에도 수시로 연락이 오고, 이를 받지 않을 시 기관에 컴플레인을 건다”며 “하루에 평균적으로 15통의 전화가 오고, 전화를 받지 않으면 모든 책임이 담당 사회복지사에게 돌아와 어쩔 수 없이 연락을 받아야만 한다”고 설명했다. #3 최근 사회복지사 C씨는 주변에서 욕설이 들려오면 자기도 모르게 몸을 움츠린다. 서비스 연계가 원활하지 않다는 이유로 기관으로 전화해 욕설을 퍼붓는 일부 클라이언트 때문에 트라우마가 생긴 것이다. C씨는 “지금 당장 사무실로 찾아가 불을 지르겠다고 협박하기도 하고 입에 담기조차 어려운 욕설을 한다. 하지만 도리어 죄송하다고 사과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회복지 종사자들이 폭력을 당했을 때 기관 차원의 대응 방법이 존재하지 않거나 존재하더라도 매뉴얼이 잘 지켜지지 않아
산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놓인 절이 있었다. 지금은 폐사지로 변해 석조물만이 남아 있어 이곳이 절터였음을 그저 추측할 뿐이다. 천천히 자연을 거닐다 절터에 다다르면 거대한 느티나무가 우리를 기다린다. 느티나무를 따라 마저 올라가 보면 오랜 역사를 기억하고 있는 거돈사지 삼층석탑을 만날 수 있다. 맑은 하늘 아래 서 있는 탑 앞에는 연꽃무늬가 새겨진 배례식이 놓여있다. 그 위에 쌓여진 흙과 모래, 얼마나 오랜 시간 이 곳을 지켰는지 쉽사리 가늠조차 할 수 없다. 양길수, 김병기, 박종수 작가는 남다른 전통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석탑을 카메라 앵글에 담아 오는 4월까지 원주전통문화교육원 전시실에서 ‘석탑이 있는 풍경, 거돈사 터 삼층석탑’을 주제로 사진전을 펼친다. 고대 사원에서 중문을 지나 제일 처음 만나는 것은 금당 앞에 세워진 불탑. 사원의 불탑은 석가모니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시는 곳으로 사원 건축에서 가장 정성을 다해 공들여 만든 예술성 높은 석조물이란다. 특히 거돈사 삼층석탑은 사원이 처음 세워진 신라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신라 석탑의 양식을 충실하게 반영해 경주에 놓인 불국사 삼층석탑을 떠올리게 한다. 놀랍게도 석탑은 바라보는 방향과 계절,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