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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故 최숙현 선수 극단적 선택 막을 '마지막 기회' 있었다

경주시, 행정사무감사 자료에 최 선수 관련 민원 누락…감사서 못 짚어
일부 경주시의원 “경주시의 안이한 행정이 부른 비극”

 

트라이애슬론 유망주 고(故) 최숙현 선수의 극단적 선택을 막을 마지막 기회가 있었다. 최 선수가 숨지기 보름 전 열린 경주시의회 행정사무감사를 통해서였다. 그러나 이 기회마저도 경주시의 안이한 행정 탓에 놓쳐버린 것으로 확인됐다.

 

경주시의회는 지난달 11일부터 16일까지 경주시를 대상으로 행정사무감사를 벌였다. 이에 앞서 시의회는 경주시에 행정사무감사 자료를 요구했고, 시는 지난 5월 20일 자료를 제출했다. 시의원들은 이 자료를 토대로 감사를 진행했다.

 

해당 자료엔 각 부서별로 진정·탄원·건의 등 각종 민원처리 현황이 담겨 있다. 부서별 필수 사항으로, 지난해 1월 1일부터 지난 3월 31일까지 내용이다.

 

그러나 해당 부서는 최 선수 아버지가 지난 2월 6일 경주시에 제기한 민원을 누락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최 선수 아버지는 당시 경주시를 직접 방문해 최 선수가 훈련 중 가혹행위 등을 당했다는 내용을 설명하고 조치를 호소했다.

 

이에 대해 해당부서 측은 "담당자가 여러 업무를 처리하다보니 해당 민원을 미처 감사 자료에 포함시키지 못했다"며 "의도를 갖고 고의로 누락한 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해당 민원이 행정사무감사 자료에 포함됐었다면 사정이 달라질 수 있었다. 시의원 21명 중 누군가가 이 민원에 의문을 품고 증인 출석 등 사실 확인 절차를 가졌다면 적어도 최 선수의 죽음 만은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란 예상이 가능하다.

 

경주시는 앞서 최 선수 아버지가 제기한 도움 요청을 수 개월 동안 방관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가해자로 지목된 김규봉 감독과 선수 2명 모두 1월 17일부터 3월 16일 일정으로 뉴질랜드 전지훈련을 떠난 상태라 조사를 못 했고, 귀국 후엔 14일간 자가 격리를 해야 했다. 격리 해제 시점엔 이미 경찰 조사가 시작돼 결과를 지켜보기로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민원이 제기된 직후 해당 부서가 작성한 '민원 조사계획서'를 확인한 결과 해당 사안에 대한 조사 기간은 2월 13일부터 3월 15일까지였다.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에 대한 조사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이유로 일부 경주시의원 사이에선 최 선수의 죽음을 두고 "경주시의 안이한 행정이 부른 비극"이란 말도 나온다. 한 경주시의원은 "해당 부서에 대한 시의회 감사는 고인이 극단적 선택을 하기 보름 앞서 열렸기에 더욱 안타깝다. 소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크다"고 했다.

 

김도훈 기자 hoon@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