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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이슈&스토리]인천~제주 카페리, 운항재개 준비 '순항'

열릴듯 열리지 않던 '제주뱃길', 내년엔 새 선박 타고 물살 가른다

 

1995년 첫 운항… 세월호 사고로 중단
그간 수차례 재운항 시도 번번이 무산
'하이덱스스토리지' 신규 사업자 선정
'비욘드 트러스트' 내년 9월 진수 예정
연안여객 증가·신선화물 운송 기대감
제1국제여객터미널 한시 사용 협의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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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과 제주도를 잇는 뱃길에 카페리를 다시 투입하는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말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이 인천~제주 항로 카페리 운항 신규 사업자로 선정된 하이덱스스토리지(주)에 조건부 면허를 발급한 데 이어, 지난달엔 이 항로에 투입될 신규 선박을 만드는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2014년 4월 세월호 사고로 운항이 중단됐던 인천~제주 항로를 재개하기 위한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새 카페리가 여객·화물을 싣고 인천과 제주를 왕래하면 관광과 물류 산업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 장기간 중단된 인천~제주 뱃길.

인천~제주 항로는 1995년 5월 첫 운항을 시작했다. 이후 20여년 동안 이 항로에 투입된 선박들은 인천과 제주를 오가며 여객과 화물을 실어 날랐다.

2014년 4월 발생한 세월호 사고로 인천과 제주를 잇는 뱃길 운항은 전면 중단됐다. 세월호 사고의 영향으로 이 항로를 운항하던 유일한 선사인 '청해진 해운'의 운항 면허가 취소됐기 때문이다. 청해진해운은 인천~제주 항로에 '세월호'(6천825t)와 '오하마나호'(6천322t)를 투입해 매주 3차례 운항했다.

사고 이후에 이 항로를 재개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졌다. 스웨덴의 한 선사가 인천~제주 항로에 2만7천t급 선박을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대형 사고에 따른 여객 수요 불확실성을 우려해 사업을 접었다. 수협에서도 이 항로 여객선 운항을 저울질했으나,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세월호 사고 2년 후인 2016년에 인천~제주 항로에 카페리를 다시 투입하기 위한 절차가 구체적으로 진행됐다. 인천과 제주지역에서 뱃길 복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2016년 11월 한 업체가 인천해수청에 사업 제안서를 제출하면서 인천~제주 항로 여객운송사업자 공모가 실시됐지만, 제안서를 낸 유일한 업체가 적격 기준(100점 만점에 80점)에 미달해 탈락했다.

2018년 4월 진행한 공모에서는 7개 업체가 공모에 참여했고, 선정위원회 심사를 거쳐 (주)대저건설이 조건부 면허를 받게 됐다.

대저건설은 인천~제주 항로에 투입하는 선박을 한중카페리 모항(母港)인 인천항 제1국제여객부두에 접안할 계획이었다. 선박의 크기가 기존 세월호·오하마나호보다 3배 이상 큰 탓에 이 배들이 이용하던 연안부두 잔교를 이용하기 어려워서다.

한중카페리가 송도국제도시에 건립되는 신국제여객부두를 새로운 모항으로 하면 사용하지 않게 되는 부두를 대저건설이 이용하는 방식이었다.

계획과 달리 2019년 6월로 예정됐던 신국제여객부두 개장이 지연됐고, 대저건설도 제1국제여객부두를 사용하기 어려워졌다. 결국 대저건설은 불어나는 용선료 등에 부담을 느껴 지난해 9월 사업을 포기했다.

# 새롭게 시작하는 인천~제주 뱃길

인천해수청이 지난해 10월 실시한 인천~제주 항로 카페리 운항 신규 사업자 공모에는 5개 업체가 제안서를 냈다. 인천해수청은 사업 수행 능력과 사업계획 실현 가능성 등을 평가해 하이덱스스토리지를 신규 사업자로 선정했다.

하이덱스스토리지는 1993년부터 인천항과 군산항, 광양항 등을 거점으로 화물 운송과 액상 화물 하역 등을 하고 있다. 하이덱스스토리지는 공모에서 사업계획과 예비선 확보 방안 등의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덱스스토리지는 인천~제주 항로에 '비욘드 트러스트(Beyond Trust)'호를 신규 건조해 투입할 계획이다. 2만7천t급 크루즈형 카페리 선박인 비욘드 트러스트호는 850여명의 승객과 차량 400여대(승용차 기준), 32.5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대분)를 실어나를 수 있다.

비욘드 트러스트호에 국내 연안여객선 중 처음으로 대기오염을 막기 위한 스크러버(황산화물저감장치)가 설치된다고 하이덱스스토리지 관계자는 설명했다. 비욘드 트러스트호는 울산 현대미포조선에서 건조되고 있으며, 내년 9월께 진수될 예정이다.

내년 하반기부터 비욘드 트러스트호가 본격적인 운항을 시작하면 인천항 연안여객 증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올해 인천항 연안여객은 지난해와 비교해 큰 폭으로 줄었다. 올 1~8월 인천항 연안여객은 49만8천26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8만2천587명과 비교해 27% 감소했다. 업계는 코로나19와 긴 장마, 태풍 등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세월호 사고 이전 수학여행과 중국 단체관광객이 애용하면서 한때 '황금 노선'으로 불렸던 인천~제주 항로가 재개되면 인천항 연안여객 수 증가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월호 사고 전인 2013년 인천~제주 항로는 10만8천여명이 이용했다.

단체 관광객이 많은 인천~제주 카페리가 운항을 다시 시작하면 침체한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 주변 상권도 활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인천~제주 카페리 운항이 재개되면 제주지역 농·수산물 수도권 운송도 훨씬 더 원활해질 전망이다. 세월호 사고 이전 인천~제주 항로 여객선 운항 수입 화물 운송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제주 항로가 중단되기 전인 2013년 이 항로에선 108만1천t의 화물이 처리됐다. 인천~제주 항로를 통해 운송되는 화물은 주로 제주에서 생산하는 감귤이나 채소, 수산물이었다고 업계 관계자는 설명했다.

인천~제주를 잇는 카페리 운항 중단 이후 화물선이 주 3차례 운항하고 있으나, 과일이나 수산물 등 신선식품 수송에는 어려움이 크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화물선은 운항 시간이 카페리보다 3배 정도 길기 때문이다. 카페리는 운항시간이 12시간 정도이지만, 화물선은 40시간 소요된다. 이 때문에 제주도에서 출발하는 신선 화물은 카페리 항로가 연결된 목포 등 남해안 항구에서 내린 뒤 화물차로 수도권에 실어 나르거나 항공기를 이용하고 있다.

항공기로 화물을 운반하면 비용이 비싸고, 카페리와 육상운송을 거치면 길어진 운송시간 때문에 신선도가 떨어진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하소연이다.

제주지역 농·수산물 최대 소비처인 서울을 기준으로 인천까지 화물차로 이동하면 1시간이면 충분하지만, 목포까지는 4시간이 넘게 걸린다. 통행료와 유류 비용도 인천에서는 1만원 정도면 되는데, 목포까진 6배의 금액이 필요하다.

하이덱스스토리지는 선박이 건조되면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행정 절차를 진행해 카페리 운항 재개 시점을 앞당기겠다는 입장이다. 하이덱스스토리지는 여객들의 편의를 높이고자 한시적으로 인천항 제1국제여객터미널을 사용하기 위한 협의를 인천항 관계기관 등과 진행하고 있다.

 

 

비욘드 트러스트호가 접안하는 인천항 제1국제여객부두와 인천~제주 승객이 이용할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은 1㎞ 가까이 떨어져 있어 승객들이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제1국제여객부두와 가까이 있는 옛 제1국제여객터미널 개발계획이 있어 이를 보유하고 있는 인천항만공사가 동의해야 터미널을 사용할 수 있다.

하이덱스스토리지 관계자는 "큰 사고가 났던 항로인 만큼 국내 최대 신조 선박을 투입하고, 철저하게 안전 관리를 시행할 계획"이라며 "보다 나은 서비스를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하겠다"고 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