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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일보) [강원나무기행]서민의 삶·애환 담아낸 박 화백의 고졸한 품성 빼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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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구 박수근 느릅나무

 

 

박 화백 작품 속 단골 소재…240년 추정
공립보통학교 내려다보이는 뒷산 위치
높이 16m 고목 지금까지 자라고 있어


#나무를 사랑한 화가

자연의 일부분인 우리는 너무 쉽게 자연을 잊고 살며, 삶을 영유하는 에너지도 자연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망각하곤 한다. 이번 전시는 자연을 표현한 다양한 작가의 작품을 선보였다. 그림, 도예, 조각, 전각, 사진 등 다양한 표현 방법으로 자연의 미를 보여주었다. 전시 이후 많은 분이 전시평을 보내왔다. 전시 기획자의 마음을 읽은 시민들의 마음이 참으로 고맙다.

내년에도 전시를 이어 가라는 충고로 받아들이고 자연의 품속을 파고드는 작가를 적극 찾아 나서야겠다.

근현대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화가라고 하면 박수근(1914~1965년)을 뽑곤 한다. 양구 출신으로 춘천에도 그의 자취는 많이 남아 있고, 강원도를 대표하는 작가로 불리고 있다. 박수근의 그림을 보면 고향집에서 보던 풍경이 자주 등장한다. 빨래하는 아낙, 아이 업은 누이 등 어릴 적 향수를 일으킨다. 가끔 나무가 그림 안에 등장하는데 겨울나무처럼 보인다. 나뭇잎은 벌써 떨궈냈는데 나무줄기에 나뭇가지들이 위를 향해 손을 벌리듯 서 있는 나무. 그림에 등장하는 나무는 아직도 자라고 있다. 느릅나무다. 양구교육지원청 앞 주차장에서 아파트로 가는 언덕길을 따라가면 나온다. 나무는 240년 정도됐고 높이는 16m, 둘레는 2.1m다.

이곳은 원래 양구공립보통학교가 내려다보이는 뒷산이었다. 박수근은 이곳에 올라와 눈에 들어오는 학교와 마을 모습을 그림의 소재로 삼았다. 느릅나무는 화가와 함께한 날을 기억하는지 그때와 같은 포즈를 하고 있다. 줄기는 살짝 휘어져 곡선을 만들어 생동감을 주고, 치렁치렁 잎을 단 나무는 태양빛이 주는 만찬을 즐기고 있다.

#겨울을 사랑한 화가

산골마을 양구에서 태어난 박수근은 가난 때문에 초등학교를 겨우 나왔다. 6·25전쟁으로 남쪽으로 피난 온 화가는 미군부대에서 초상화를 그려주며 생계를 이어 갔다.

순박한 강원도 사람의 품성이 그러하듯 화가의 작품은 강원인의 향기가 담겨 있다. 넉넉한 자연과 소처럼 자기 일에 몰두해 말없이 우직하게 일하는 모습은 작가의 어릴 적 눈에 담아 온 기억들의 소환이다. 투박한 선과 회백색의 톤은 거친 강원의 자연에서 받은 영감이 아닐까.

12세 때 밀레의 '만종'을 보고 그림을 독학한 화가는 18세 되던 1932년 제11회 조선전람회에 입선한다. 그리고 1953년 제2회 국전에서 '집'이 특선을 차지해 화가의 길을 걷는다. 박수근의 작품은 오랜 풍상을 겪으며 살아남은 암각화를 닮아있다. 그러한 표현기법은 거친 서민들의 삶을 표현하는 데 '깔 맞춤'이다.

박수근 화백 작품 중에 고목, 귀로, 고목과 여인1, 나무와 두 여인1, 2, 귀로1, 귀가, 골목 안(창신동집), 들길, 강변1, 2에는 나무가 배경이 되어 있다. 잎은 달고 있지만 대부분 한겨울을 맞서고 있는 겨울나무가 많다. 작가의 시선은 겨울에 고정되었다. 겨울나무는 자신의 모든 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솔직함이 있다. 그것은 또한 봄을 준비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작가는 자신의 희망을 겨울나무가 봄빛을 기다리는 희망을 품듯 그림에 담아냈다. 앙상한 가지를 드러내는 쓸쓸한 겨울나무는 절망을 넘는 희망을 내포한다. 내일을 향한 작가의 마음이 나무 그림에도 배어난다. 양구 느릅나무는 지금도 작가의 품성을 닮은 고졸함을 뿜어내고 있다.

글·사진=김남덕 사진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