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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연휴는 길고 갈 곳은 없다…성주 무흘구곡 35㎞ 드라이브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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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지친 심신 달래고 도(道) 깨우치면 그야말로 “금상첨화”

 

무흘구곡(武屹九曲)은 조선 중기의 대학자 한강(寒岡) 정구(鄭逑, 1543~1620) 선생과 그 후예들이 대가천의 아름다운 계곡을 오르내리며 한시를 지어 무흘의 절경을 노래했던 곳이다.

 

지금은 5~9곡이 김천 땅이지만 한강 성생이 무흘구곡가를 노래할 당시에는 전체가 성주였다.

 

9곡 굽이마다 이름을 지어 의미를 부여하고 나아가 이학(理學)으로 상징화함으로써 아름다움만을 노래한 것이 아니라 도학의 근원을 찾아가는 일종을 수양과정으로 짐작된다.

 

 

추석연휴는 길고 갈 곳은 마땅치 않다. 성주 수륜면 봉비암(제1곡)에서 김천 증산면 수도리 용추폭포(제9곡)까지 35㎞ 무흘구곡을 드라이브하면서 선인의 숨결을 느끼고 풍광을 즐겨보자. 코로나로 지친 심신을 달래고 도(道)까지 깨우친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 아닐까.

 

제1곡 봉비암(鳳飛巖)

 

 

봉비암은 봉비연(鳳飛淵)에서 유래한다. 봉비연은 기생 봉비가 춤을 추다가 실족해서 빠져 죽었기 때문에 생긴 이름이다. 뒤에 이 연못은 회연(檜淵)으로 그 이름이 바뀌고 회연 위의 바위를 봉비암이라 하여 무흘구곡 제1곡으로 삼았다. 수많은 선비들은 봉비암을 보면서 봉이 나는 것을 연상하거나 봉이 날아가고 터만 남았다며 안타가워하였다. 날아간 봉은 때로 한강 정구로 인식되기도 했다. 성주군 수륜면 동강한강로 9

 

제2곡 한강대((寒岡臺)

 

 

한강대는 한강 선생의 서재인 한강정사(寒岡精舍)와 연관되어 있다. 선생이 31세가 되던 해인 1573년 선영을 돌보기 위해 마을을 둘러싼 서쪽 산등성이에 한강정사를 짓고 무흘구곡 경영의 첫발을 내디뎠다. 자신의 호와 정사의 이름을 한강이라 한 것은 주자의 한천정사(寒泉精舍)의 한(寒)과 산등성이 강(岡)을 따서 지은 이름이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 아래에는 대가천의 맑은 물이 푸른 소(沼)를 이루고 있고, 경치가 아름다원 한강 선생은 이곳에서 수많은 명사들과 학문을 강론하면서 주변의 빼어난 절경을 노래했다. 성주군 수륜면 수성리 954-1

 

제3곡 배바위(무학정:舞鶴亭)

 

 

바위의 모습이 배처럼 생겨 배바위라 하기도 하고 주암(舟巖) 또는 선암(船巖)이라 하기도 한다. 검은 학이 맴돌다 날아갔다 하여 무학이라고도 한다.

학문적 이상세계로의 진입이 세속적인 일로 좌절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의 표현으로 더불어 배움에 게을리 하지 말고 늘 배움에 최선을 다하라는 격려의 의미라고 한다. 성주군 금수면 무학리

 

제4곡 입암(立巖)

 

 

무흘구곡 중 가장 빼어난 절경을 자랑 하는 곳으로 30여m 높이의 괴암이 우뚝 솟아있는 바위가 입암이다. 바위의 상단 중간에 소나무가 자라고 있는데 이곳에 학이 집을 짓고 살았다하여 소학봉(巢鶴峰)이라고도 한다.

 

선바위 하단 암벽에는 큰글씨로 입암(立巖)이라 새겨놓고 왼편에는 숭정기원후 팔십구년 병신맹추각(崇禎紀元後 八十九年 丙申孟秋刻)이라 새겨놓았다. 성주군 금수면 영천리

 

제5곡 사인암(捨印巖)

 

사인암은 고려시대의 관리였던 어떤 사람이 이곳의 경치가 매우 아름다원 관인(官印)을 버리고 이곳과 영원히 인연을 맺고 살기를 원했던 곳이라하여 사인암이라고 한다.

사인암은 바쁜 현대인에게 잠시나마 속세에서 벗어나 충만한 자아를 느낄 수 있게 하는 휴양의 장소이다.

 

제6곡 옥류동(玉流洞)

 

 

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이 흰 암반 위에서 옥처럼 맑게 흐른다하여 옥류동이라고 한다.

은자(隱者)의 쉼터라 할 수 있는 이곳에서 선비들은 초가를 짓고 독서하면서 마음의 평정을 얻고 풍류를 즐겼다고 한다.

 

제7곡 만월담(滿月潭)

 

 

달빛이 가득 찬 아름다운 연못이라 하여 만월담이라고 한다. 한강 선생은 연못에 가득 찬 달빛을 보면서 만고(萬古)에 전해지는 심법(心法)이 중국 고대의 요순(堯舜)으로부터 공자와 주자를 거쳐 이곳까지 전해진다고 생각했다.

 

제8곡 와룡암(臥龍巖)

 

 

바위에 모습이 길게 누운 한 마리의 용과 같다고 하여 와룡암이라고 한다.

한강 선생은 이곳에서 맑은 마음을 갖기 위하여 자기 수양을 철저히 하는 한편 와룡지(臥龍誌)를 만들어 이 지역의 문화를 정리하기도 했다.

 

제9곡 용추폭포((龍湫瀑布)

 

 

 

폭포의 모습이 학처럼 생겨 구폭(臼瀑)이라 하기도 하고, 연못 속에 용이 산다고 하여 용추라 하기도 한다.

 

이곳은 구곡의 종착지로 자연과 인간이 천리(天理)로 하나가 되는 성리학적 최고 이념인 천인합일(天人合一)의 실현 공간이다.

 

한강은 주자가 무이정사를 짓고 무이구곡을 경영하였듯이, 퇴계가 도산서당을 짓고 도산구곡을 경영하였듯이 무흘정사를 짓고 무흘구곡을 경영하였다.

 

즉 그가 나서 자란 성주군 수륜의 봉비암(鳳飛巖)으로부터 김천 증산의 용추(龍湫)까지를 구곡원림으로 설정하고 경영하면서 대가천(大加川)의 시내를 따라서 펼쳐지는 가경을 대상으로 '무흘구곡가'를 지었다.

 

 

天下山誰最著靈 천하의 산중에 어느 것이 가장 신령한가

人間無似此幽淸 세상에 이같이 그윽하고 청정함이 없어라

紫陽況復曾棲息 더욱이 주자가 다시 서식하니

萬古長流道德聲 오래도록 도덕성이 길이 흐르네

 

一曲灘頭泛釣船 일곡이라 여울 가에 고깃배를 띄우니

風絲繚繞夕陽川 석양이 드리운 시내에 실바람이 둘러도네

誰知捐盡人間念 그 누가 알리오. 세상 근심 모두 버리고

唯執檀槳拂晩煙 박달 노를 잡고 늦은 안개 헤칠 줄을

 

二曲佳妹化作峰 이곡이라 어여쁜 여인이 산봉우리되어

春花秋葉靚粧容 봄꽃과 가을잎으로 아름답게 단장했네

當年若使靈均識 그 때에 굴원으로 알게 하였다면

添却離騷說一重 이소에다 한두 구절 더했으리라

 

三曲誰藏此壑船 삼곡이라 누가 이 골짜기에 배를 숨겼는가

夜無人負已千年 밤에 질 사람 없어 이미 천년을 흘렀네

大川病涉知何限 큰 내는 건너기 어렵거늘 끝이 어디인가

用濟無由只自憐 건널 방법 없으니 다만 절로 가련하네

 

四曲雲收百尺巖 사곡이라 백척암에 구름이 걷히니

巖頭花草帶風髮 바위 위에 꽃과 풀이 바람에 흩날리네

箇中誰會淸如許 그 중에 누가 이러한 청정함을 만나겠나

霽月天心影落潭 하늘에 개인 달 그림자가 못에 드리우네

 

五曲淸潭幾許深 오곡이라 맑은 못이 얼마나 깊은가

潭邊松竹自成林 못가의 솔과 대가 절로 수풀 이루네

幅巾人坐高堂上 유건 쓴 이 높은 당 위에 앉아서

講說人心與道心 인심과 도심을 강설하네

 

六曲茅茨枕短灣 육곡이라 띠집이 짧은 물굽이에 자리하니

世紛遮隔幾重關 세상의 시비를 막는 것이 몇 겹이나 되는가

高人一去今何處 고인은 한번 가니 지금은 어느 곳인가

風月空餘萬古閑 풍월이 속절없이 남아 만고에 한가롭네

 

七曲層巒繞石灘 칠곡이라 층층의 봉우리 돌여울 둘러 있어

風光又是未曾看 이러한 풍광 또한 일찍이 보지를 못했어라

山靈好事驚眠鶴 산령이 잠든 학을 깨우는 일 좋아하니

松露無端落面寒 소나무 이슬이 무단히 얼굴에 떨어져 차갑네

 

八曲披襟眼益開 팔곡이라 옷깃을 헤치니 눈이 더욱 열리는데

川流如去復如廻 시내가 흘러가다 다시 돌아오는 듯하여라

煙雲花鳥渾成趣 안개 구름 꽃 새 모두 정취를 이루니

不管遊人來不來 유인이 오든 말든 관계하지 않을래라

 

九曲回頭更喟然 구곡이라 머리 돌려 다시 탄식하니

我心非爲好山川 나의 마음 산천을 좋아하지 않아라

源頭自有難言妙 원두는 말하기 어려운 묘처가 있으니

捨此何須問別天 이를 버리고 어찌 별천지를 묻겠는가

鄭逑, 寒岡全集권2, 詩, 「仰和朱夫子武夷九曲詩韻十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