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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시골미술관’과의 10년 전 약속 지킨 세계적 조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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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모 작가, 고흥 남포미술관에 ‘색소폰’ ‘이삭줍기’ 기증
“지역 미술관 활성화 도움”…‘구찌 가옥’, 영화 ‘기생충’ 작업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조각가가 10년 전 ‘시골 미술관’과의 약속을 지켰다.

폐교를 리모델링해 문을 연 고흥 남포미술관(관장 곽형수)에 최근 경사가 있었다. 개관 당시 화제를 모은 서울 한남동 ‘구찌 가옥’ 외관을 제작하고, 영화 ‘기생충’에 등장해 화제가 됐던 작품을 만든 박승모 작가가 아무 조건 없이 대작 2점을 미술관에 기증·설치한 것.

박 작가와 미술관의 인연은 지난 2011년으로 올라간다. 조각가 7인이 참여한 ‘움직이는 예술마을’전에 참여했던 박 작가는 이후 2013년 개인전 ‘환(幻)’을 통해 다시 남포미술관에서 전시를 진행, 인연을 이어갔다.
 

박 작가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운영을 이어가고 있는 남도의 소박한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가진 데 대해 깊은 인상을 받았고, 전시를 마치고 떠나며 “기회가 닿으면 작품을 한 점 기증하고 싶다”는 말을 남겼다. 박 작가의 작품이 너무 좋았던 곽 관장은 내심 기뻤지만 믿기지 않아 당시에는 설마 이게 이루어질까 하는 마음이 더 컸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곽 관장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지금 구찌가옥 작업을 진행 중인데, 이 작업이 끝나면 남포미술관에 기증할 작품을 제작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올 3월 현장 답사를 온 박 작가는 당초 미술관 정원에 대형 조각 작품을 설치하기로 한 데서 한 발 더 나가 미술관 실내에도 작품을 놓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현장 답사 결과, 관리 문제 등을 감안해 당초 11m 정도로 구상했던 작품의 규모를 줄이는 대신, 또 다른 작품을 기증하기로 하고, 5개월여에 걸친 제작·설치 과정을 통해 최근 공개했다.

 

 

미술관 정원에 설치된 ‘색소폰’은 스테인리스 와이어로 색소폰의 형상을 구현한 크기 400×220×70cm, 무게 약 1.5t에 달하는 대형 입체작품이다. 실재와 허상의 경계가 무너지는 순간을 와이어 중첩을 통한 명암의 대비로 표현해낸 밀레의 ‘이삭줍기’( 230×470×10cm)는 평면 철망 조각작품으로 박 작가의 작품으로는 국내 미술관에 설치된 작품 중 가장 규모가 크다.

곽 관장은 설치 작업을 진행하는 동안 박 작가가 보여준 ‘태도’에 감동했다.

“아무 대가도 없이 재료비만도 큰돈이 드는 작품을 몇 날 며칠 제작하는 스텝과 작가님께 식사 한끼를 대접하려해도 모두 거절하셨어요. 설치가 완료된 후 작은 기념식을 열겠다는 것도 마다하셨습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한결같은 마음으로 미술관을 운영하고 있는데 도움이 되고, 언제나 뒤에서 지켜보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고 다른 것은 아무것도 필요치 않다고 하더군요.”

 

 

경남 산청 출신으로 동아대 조소과를 졸업한 박 작가는 독일과 미국에도 작업실을 두고 있으며 그의 작품은 미국 나이키 본사 로비에도 설치돼 있다. 또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작품상 등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에서는 이선균·조여정 부부 저택 거실에 걸린 스테인리스 스틸 메시로 몽환적인 숲의 모습을 그린 ‘마야 2078’를 선보이기도 했다.

곽 관장은 “서울 유수 미술관이 아닌, 시골의 미술관에 작품을 기증하는 걸 두고 주변에서 의아해하는 사람도 많았다고 전해들었다”며 “늘 뒤에서 지켜보겠다는 작가님의 마음을 새기고, 소중한 작품을 기증해준 그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좋은 미술관을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