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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코로나 이후…여행, 다시 '뜬다' '찾다' '보다'

코로나 이후, 여행은 어떻게 달라졌나

“구름 위에서 설레던 그 마음이 스멀스멀.” “유튜브로 기내방송 틀어놓고 먹으면 진짜 같아요.” “식구들과 의자 붙여 앉아서 비행기 느낌으로 먹어야겠어요.” 올 1월, 국내 한 항공사의 기내식 콘셉트 도시락 출시 이벤트에는 이런 후기가 줄줄이 달렸다. 이 도시락은 한 달 만에 1만 개가 팔렸다. 그 뒤로 1년, 다가오는 새해에는 누구나 진짜 기내식을 먹을 수 있을까. 앞으로의 여행은 코로나 이전과 어떻게 달라질까. 해외여행 재개 소식과 함께 앞으로의 여행에 대해 들어봤다.

 

 

자가격리 안 해도 되는 곳 어디

 

홈앤쇼핑은 지난 6일 항공료와 가이드 경비 등이 포함되지 않은 ‘터키 7박8일 패키지’ 상품을 9만 8000원 특가로 출시해 약 9000건 주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모두투어는 다음 달 22일부터 출발하는 ‘태국 치앙마이 골프여행’ 상품을 내놓았다. 인터파크투어도 지난달 31일 TV 홈쇼핑에서 터키, 두바이, 스페인, 이집트의 패키지 상품을 판매해 1시간 동안 8600건, 모객 기준으로 약 2만 명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관련 해외입국자에 대한 입국 허용 조건과 격리 규정은 국가·지역별로 유형이 제각기 다르다. 외교부가 총 185개 국가·지역 조치 현황을 정리한 자료(지난 9일 오후 5시 기준)를 보면 크게는 입국 자체가 금지되거나(48개, 백신접종 조건부 입국 허용 17개국 포함), 정부시설이나 지정호텔 등에서 격리해야 하거나(17개), 검역을 강화하고 권고 사항을 둔(120개) 경우로 나뉜다.

 

일반 여행자 입장에서 현지 격리 부담이 없고 항공편이 있는 곳으로 좁히면 현재 실제로 여행이 가능한 지역은 30곳 안팎이다. 대부분 백신 접종 완료(또는 PCR 음성 확인서, 둘 다 요구하는 곳도 있다) 조건으로 격리가 면제되는데, 추가로 현지 도착 후 PCR 검사를 받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대기해야 하는 곳도 있어 일정을 확인해야 한다. 세부 제출 서류와 격리 조건은 모두 다르기 때문에 반드시 사전 확인이 필요하다.

 

우리 정부와 첫 여행안전권역(일명 트래블 버블) 협정을 맺은 사이판은 현지 정부가 5일간 특급호텔 격리 비용을 지원한 상품으로 매진 사례를 기록했다. 또다른 여행안전권역 협약국인 싱가포르는 이달 15일부터 현지 도착 직후 PCR 검사에서 음성이 확인되면 격리 부담 없이 여행할 수 있다. 검사 비용과 현지 확진에 대비한 여행자보험 가입 비용은 자부담이다. 이달 1일부터 한국발 입국이 허용된 태국도 비슷한 조건이다. 유럽 중에서도 스페인은 사전에 온라인 특별검역신고서를 작성하면 별도 서류 없이도 자유로운 여행이 가능하다.

 

국내로 귀국할 때도 백신접종 완료자는 PCR 음성 확인서를 제출하고 입국 후 1일 내 진단검사를 받은 뒤 음성이 확인되면 격리가 면제된다.

 

 

 

코로나와 함께 바뀐 여행 트렌드

 

아직 대부분 부산 여행자들에게 해외여행은 ‘그림의 떡’이다. 김해국제공항이 제대로 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산관광협회 김의중 사무국장은 “인천공항과 달리 김해공항은 괌·사이판 노선 재개가 확정됐지만 일정을 잡지 못해 여전히 개점 휴업 상태”라면서 “현지 격리나 PCR 검사 대기 시간에다 인천공항까지 오가는 시간까지 더해야 하니 일반적인 부산 여행자라면 아직 선뜻 나서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국내 여행은 빠르게 코로나 이전으로 복귀하는 추세다. 경기연구원이 지난달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코로나 발생 후 73%는 국내여행 경험이 있다고 답했는데, 지난해 조사 때(39%)보다 배 가까이 높은 수치였다.

 

소규모로, 가까운 야외로, 짧게 가는 경향은 뚜렷하다. 공연기획사 아트뱅크코레아의 김문준 대표는 “여행이 단순해지고 가벼워졌다”고 표현했다. 그는 “특별한 명소가 아니라도 언니 둘과 함께 사람이 많지 않고, 산책과 좋은 차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당일 여행을 가는 게 좋다”면서 “최근 다녀온 주왕산도 좋았는데, 다시 해외상황이 악화된다니 당분간 해외여행 대신 여기의 가을을 더 즐길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영업마케팅 직장인이었던 최민정 씨는 일 년에 두세 번은 태국이나 몽골로 훌쩍 떠나서 2주씩 머무르는 여행을 했다. 그러다 지난달 여행자에서 공유숙박 운영자로 변신했다. 부산항 전망의 원도심 골목 숙소는 이미 다음 달 초까지 주말 예약이 끝났다. 그는 “코로나를 겪으면서 한번 가봤던 곳이라도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면서 “부산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다는 분들의 반응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장순복 부산관광협회 국내여행업위원장은 “지난 주말 내장산에 4만 명이 몰렸다는데 관광버스는 30대도 안 됐다”면서 “정부의 쿠폰 지원에다 제천 옥순봉 출렁다리나 대천안면도 해저터널처럼 국내 볼거리들이 속속 생기고 있어 업계도 새로운 방식의 상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행의 범위, 더 넓게 더 깊게

 

현장에서는 코로나로 촉발된 변화가 일명 ‘위드 코로나’ 시대는 물론이고 코로나 이후(포스트 코로나)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부산관광공사 여행사업팀 김규봉 매니저는 “모집형 행사나 단체 유치 중심이었던 과거와 달리 가급적 타인과 접촉을 삼가는 소규모 투어 상품이나 체험 프로그램에 역점을 두고 있다”면서 “최근에는 태종대에서 메타버스 기반 관광콘텐츠 시범운영도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부산관광공사는 한때 운행을 중단했던 시티투어 버스도 운행 재개와 함께 노선 확충을 준비한다. 생태 관광지를 포함한 서부산 코스나 안심관광지를 엮은 코스 등 신규 노선 후보지도 안전과 생태처럼 변화하는 여행 트렌드를 반영한다.

 

부산여행특공대 손민수 대표는 “소규모 비대면 여행에 대한 선호는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MZ 세대의 특징이기 때문에 코로나와 상관 없이 계속될 것”이라면서 “지역 기반 콘텐츠에 4차산업 기술을 결합해 새로운 형태의 여행 문화를 만들어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좀비 퇴치 미션을 통해 초량이바구길, 차이나타운, 전통시장 등 동구 구석구석 여행을 안내하는 AR(증강현실) 미션 ‘부산행’은 이런 시도 가운데 하나다.

 

특히 그 지역 고유의 경험을 파는 ‘로컬’ 여행은 국내 여행과 해외 여행 모두에서 가장 강력한 트렌드이기도 하다. 부산의 골목 투어와 매거진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로쿠의 김태근 대표는 “도시 골목의 카페나 공방, 코워킹스페이스 등 전통적인 개념의 ‘관광지’가 아닌 곳들이 여행의 범위로 들어왔다”면서 “여행의 범위가 확장됨과 동시에 세분화된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는 깊이있는 체험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떠나려는 마음은 죽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해외여행을 포함해 여행 업계가 완전히 정상화되려면 앞으로도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김의중 사무국장은 “여행은 결국 인력과 자본, 상품인데 코로나 기간 동안 대거 축소된 인력과 자본이 확충되려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면서 “수요는 많은데 공급은 적고, 방역 관련 비용까지 더해져 여행자 입장에서는 당분간은 해외여행 비용 부담도 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행에 대한 욕구가 사라지지 않는 한 여행업의 반등도 머지않을 거라는 전망도 대체로 일치한다. 동의대 호텔컨벤션경영학과 윤태환 교수는 “관광산업은 유럽 같은 전통적인 관광국가에서조차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는 산업”이라면서 “국내 관광 또한 코로나와 별개로 모든 지자체들이 관련 인프라에 투자하고 있기 때문에 관광산업은 친환경이나 지역 공헌처럼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되 결국 복원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순복 위원장은 “여행은 피로를 무릅쓰는 용기가 필요한 일이지만, 여행에서 만난 사람과 풍경은 결국 삶의 오케스트라를 완성한다”면서 “형태는 달라질 수 있더라도 떠나고자 하는 열망은 어떤 순간에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