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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일보) 라면 한그릇 먹으러…전국에서 이 시골 슈퍼를 찾는다

강원의 혈관 국도를 살리자 (15) 화천 원천상회

 

 

조인성X차태현 '어쩌다 사장'
촬영지로 핫플레이스 등극
식료품·잡화 글씨 정겨워

부산·제주서도 손님 찾아와
하루 200명 넘게 몰려들기도
"한국 사람 모두가 이웃같죠"


경남 거제부터 압록강 상류 평안북도 자성까지 한반도 중앙을 세로로 관통하는 국도 5호선은 현재 철원 김화에서 끊겨 있다. 군사분계선에 가로막힌 이 길은 철원과 화천, 춘천, 홍천, 횡성, 원주까지 강원인의 삶을 이어왔다. 분단의 아픔을 껴안고 있는 이 국도변에 올해 전국적인 명소로 부상한 곳이 있다. 화천군 하남면, 국도 5호선 바로 앞에 위치한 원천상회다. 올 초 방영된 tvN 예능프로그램 ‘어쩌다 사장'의 촬영지.

햇살이 따사롭던 올가을 이곳을 찾았다. 한해 농사가 결실을 맺고 있는 밭과 시골 분위기 물씬 나는 국도를 따라 도착한 상회는 정겨운 외관으로 취재진을 반겼다. 상회에서 화천 방향으로는 큰 언덕이 있었고 북한강 줄기가 이곳을 끼고 춘천 쪽으로 흘러갔다.

붉은빛 가게 지붕 아래에는 창문에 상회 이름과 ‘식료품', ‘주류', ‘잡화' 등의 하얀 글씨가 붙어 있다. 그리고 ‘어쩌다 사장' 포스터, 1월18~30일 촬영을 했다고 알리는 안내판이 있었다.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면 프로그램에 나왔던 그 모습이 그대로다. 왼편은 옛날 상회의 모습이다. 사과, 포도 같은 과일부터 각종 과자와 음료수, 생필품이 가득하다. 오른쪽을 둘러보면 테이블 두 개가 있다. 그 앞쪽이 주방이다. 초록빛이 도는 타일이 벽에 붙어 있고 ‘정라면', ‘백라면', ‘홍라면'이 3,500원, 공기밥이 1,000원이다. 건오징어와 쥐포가 달린 벽 옆에 배우 조인성과 차태현의 모습이 그려진 등신대 패널이 놓여 있다. 그리고 머리가 회색빛이 도는 안경 낀 여자 사장님이 있었다.

어쩌다 사장은 차태현과 조인성의 좌충우돌 시골슈퍼 영업일지를 그린 프로그램이다. 촬영이 끝난 지 9개월가량이 지났지만 여전히 전국에서 손님들이 찾았다. 평일 낮이었음에도 이미 한 부부는 식사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었고 곧바로 다른 손님이 들어왔다. 서울에서 온 이 손님은 기차를 타고 춘천역에 내려 역 앞 시외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왔다고. 주민들도 생필품을 사가지고 가는 모습이었다.

이날 남편과 이곳을 찾은 정희숙(48·울산 북구)씨는 “프로그램에 푹 빠져서 벼르고 있다가 오전 6시부터 울산에서 차를 타고 왔다. 말 그대로 여기를 오려고 강원도에 온 것”이라며 “이제 주변의 화천 파로호나 관광지를 둘러보려고 한다”며 웃었다.

갓난아이를 데리고 온 부부도 들어섰다. 사장인 최승옥(68) 어르신 말로는 부산, 제주도에서 온 손님도 있었다고. 그는 “프로그램이 끝난 직후에는 하루 200명이 넘는 손님도 왔었다”고 귀띔했다.

당시는 프로그램에 나왔던 대게라면을 실제 판매했고 종이표에 번호를 써서 줄 정도로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내부가 좁으니 가게 밖 공원과 뒤뜰에도 라면을 먹는 사람들로 가득찼다. 지금은 너무 품이 많이 들고 수급도 어려워 대게라면을 팔지는 않는다.

최 사장이 가게를 맡은 것은 1985년. 이전 주인에게서 인수했는데 맨 처음 가게가 생긴 것은 춘천댐 공사 시기로 추측하고 있다. 최 사장은 장사 시작부터 라면을 끓여 팔았다. 그는 “라면이 100~200원 할 시절이었다. 맛은 별로라고 해도 진짜 배고파서 갈 데 없는 이들에게 끓여주고 싶었다. 가게 옆 천막을 치고 했던 것인데 촬영을 하면서 공사도 하고 깔끔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손님들이 근처 어떤 것이 있냐고 물으면 평화의 댐이나 사랑나무(아를테마수목원) 등을 말한다고 했다. 이날 손님들은 프로그램 속 차태현이 산책했던 가게 옆 동구래마을을 비롯해 화천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최 사장은 “프로그램을 처음 제안 받았을 때 화천 활성화를 위해서라고 해서 흔쾌히 하겠다고 했다. 손님들이 웃으며 오니까 좋고 이제는 한국사람들이 다 이웃같다. 아무데서나 먹을 수 있는 라면을 먹으러 멀리까지 온다는 게 미안하기도 하지만 편안하고 즐겁게 다녀가는 곳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가게 밖 자판기 위에는 동전이 놓여 있었다. 커피를 한 잔 하고 가라는 사장님의 배려에 기분 좋게 다시 국도에 올랐다.

이현정기자 together@kwnews.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