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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광주·전남 ‘자치경찰제’시행 1년 <하>‘자치’없는 자치경찰

교통·생활안전·경비 등 사무만 이양한 채 소속은 모두 국가경찰
조직 분리·인사권 보장 ‘이원화 모델’ 자치경찰법 제정 서둘러야
새 정부 행정부 통한 경찰권 통제로 자치경찰 앞날 불투명 시각도

 

자치경찰제도가 시행 2년째에 접어들도록 제대로 정착되지 못한 이유는 ‘부실한 제도’ 때문으로 보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지방분권과 경찰권 분산이라는 취지에 따라 전국 광역자치단체에 자치경찰을 설치하고도, 조직과 인사·예산 관련 권한을 국가경찰에 집중시키는 현 제도 아래에서는 자치경찰제도가 지역에 뿌리를 제대로 내리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국가경찰 사무 가운데 교통·생활안전 분야 등 일부 사무를 자치경찰에 이양하면서도 정작 자치경찰 사무를 보는 경찰관을 국가경찰 소속으로 두는 지금의 ‘일원화 모델’ 대신, 국가경찰·자치경찰 조직을 완전히 분리하는 이원화 모델로의 전환이 자치경찰제 성공을 위한 핵심 과제로 지목된다.

3일 행정안전부와 광주시·전남도 자치경찰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1일부터 시행 중인 자치경찰제는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을 분리하지 않고 사무만을 구분하는 형식을 취했다.

국가경찰 사무는 중앙의 경찰청(국가경찰위원회), 수사 사무는 국가수사본부, 자치경찰 사무는 시·도 단위의 자치경찰위원회가 지휘·감독하는 구조다. 예컨대 광주지역 치안을 담당하는 광주경찰청의 사무는 국가사무, 수사사무, 자치사무로 나뉘고 각각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광주시 자치경찰위원회 지휘·감독을 받는 식이다.

광주경찰청 사무는 이처럼 세가지로 나뉘고, 사무에 따라 지휘·감독을 받는 곳도 다르지만, 신분은 모두 국가경찰 소속이다. 입법 과정에서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조직을 분리하는 방안(이원화 모델)도 논의됐으나, 조직은 그대로 두고 사무만 구분하는 ‘일원화 모델’이 채택됐다. 일원화 모델로 자치경찰제가 시행되면서 겉으로 드러나는 문제로는 자치경찰의 존재감이 없다는 점이다. 국가경찰 사무 가운데 지역 교통·주민 생활 안전·지역 경비 등의 사무를 가져와 각 시도 자치경찰에서 시행 중이지만, 시민 체감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이유다.

더 큰 문제는 미흡한 권한 문제다. 현행 자치경찰제는 전국의 광역자치단체에 자치경찰 사무를 지휘·감독할 수 있는 자치경찰위원회를 두면서도 ‘자치’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지 않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자치경찰위원회에 인사권과 재원 마련 방안을 제대로 부여하지 않으면서 자치 사무를 보는 경찰관에 대한 지휘·감독권 행사가 원활하지 않고, 예산(광주시 자치경찰위 2022년 예산은 40억원 수준)도 변변치 않기 때문에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전국 시·도 자치경찰위원장 협의회가 지난달 22일 시행 1년을 앞두고 행정안전부와 경찰청을 상대로 대정부 건의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시·도 자치경찰위원장 협의회는 자치경찰권 강화를 위한 즉시 실천 과제로 지구대·파출소 소속 경찰관 직제 전환(112 치안종합상황실→생활안전과)과 자치경찰위 내 승진·징계위원회 설치, 경무관(자치경찰부장) 승진 정원(TO) 배정 등을 요구했다.

법률 제·개정이 필요한 중점 과제로는 ‘지방자치경찰법’ 제정을 통한 국가경찰, 자치경찰 조직 분리(이원화 모델)를 건의했다. 또한 안정적인 재원 마련을 위해 범칙금, 과태료 등을 재원으로하는 ‘자치경찰 특별회계’ 설치와 자치경찰 교부세 신설을 골자로 한 ‘지방교부세법’ 개정도 건의했다.

김정규 호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역시 “제도가 부실하게 설계되면서 시도 자치경찰위원회가 승진·전보 인사권, 징계권도 없이 자치경찰 사무를 이끌어가고 있다. 경찰 통제와 지휘·감독이 제대로 될 수 없는 구조”라며 “제도 손질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한편 새정부가 행정안전부 내에 신설하는 ‘경찰국’(가칭)이 자치경찰제의 앞날에 변수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전국 시·도 자치경찰위원장 협의회는 줄곧 자치경찰권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을 요구해왔고,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 지역발전특별위원회 역시 지난 4월 대국민 발표를 통해 ‘지방분권 강화’를 국정 과제로 선정하면서, 실천 방안의 하나로 자치경찰권 강화를 제시했다. 그런데 지난 6월 돌연 ‘중앙 통제’에 방점을 둔 행안부의 경찰국 신설 방침이 확정되면서, ‘지방분권’에 방점이 찍힌 자치경찰의 권한 강화에 장애물이 생긴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다만 이와 관련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28일 “중앙경찰과 자치경찰이 사실상 오버랩된 상황이다. 이원화로 가는 게 맞는 것 같다”며 “(행안부 내에) 경찰 지원 조직이 생기면 그 조직을 통해서 연구해볼 것”이라고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끝>

/김형호 기자 kh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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