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큰 타격을 입었던 제주관광이 올해 초부터 회복세를 보이며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됐다. 내국인 입도 관광객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넘어섰고 외국인 관광객도 조금씩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다. 본지는 창간 77주년을 맞아 위드 코로나 시대 제주 관광은 어떻게 변화해야 할지 짚어본다.
▲코로나19 확산…관광객 발길 ‘뚝’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는 제주 관광산업에도 큰 생채기를 안겼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야외 활동에 제약을 받으며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크게 줄었다.
2020년 2월 코로나19 유입을 막기 위해 제주지역 무사증(무비자) 입국제도가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고 각국이 외국인 입국을 제한하면서 제주와 중국, 일본, 태국, 대만, 말레이시아 등을 잇는 해외 하늘길은 사실상 끊겼다.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비던 제주공항은 활기를 잃었고, 지역 관광업계에 위기가 찾아왔다.
제주특별자치도관광공사를 중심으로 지역 관광업계에서 비대면(언택트·Untact), 개별, 소규모, 안전 관광으로 바뀐 여행 트렌드에 맞춰 웰니스, 숲길 체험, 가족·연인·친구 대상 다양한 상품을 내놓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특급호텔, 고급 펜션, 렌터카, 골프장 등 일부 업종이 호황을 맞은 반면 대형 음식점, 전세버스 등 기타 업종은 여전히 파리를 날리는 등 관광업계 간 희비가 엇갈렸다.
▲외부 위기 충격에 취약한 제주 관광산업
최근 한국은행 제주본부가 내놓은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는 우리나라 관광사업 전반에 광범위하면서도 상당한 규모의 피해를 안겼는데 제주지역의 경우 위축 규모는 타 지역에 비해 높았다.
서비스업생산지수 등 지역별 고정효과를 반영한 계량 모형을 이용해 분석한 결과 코로나19로 인해 예술, 스포츠 및 여가관련 서비스업 수요 항목에서 제주는 코로나19 이전 대비 33.5% 감소하며 전국 감소 폭(-26.3%)을 상회했다.
숙박 및 음식점업도 제주는 -23.5%로 전국(-15.4%)보다 위축됐고, 도·소매업도 제주는 -13.6%로 전국(-2.2%) 대비 큰 폭으로 감소하는 등 코로나19 충격파가 타 지역보다 컸다.
제주연구원이 지난 3월 공개한 ‘2020년도 기준 제주관광 조수입 추계 용역’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제주관광 조수입은 2019년에 비해 3조원 넘게 급감했다.
제주도 의뢰를 받아 실시한 용역 결과 2020년도 조수입(잠정치)은 3조9830억원(내국인 3조4470억원, 외국인 5090억원)으로 추계됐다. 이는 2019년 조수입(확정치) 7조3660억원 보다 3조3830억원(-45.9%) 감소한 규모다.
2020년 조수입은 전년대비 45.9%가 감소했는데 면세점과 카지노를 제외하면 감소율은 26.5%로 감소폭이 19.4%p 줄었다. 이는 2019년도 조수입에서 면세점과 카지노가 차지하는 비중이 34.9%로 크고, 2020년에는 그 비중이 11.4%로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의미다.
제주연구원은 제주의 외국인 관광시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고, 내국인 관광시장도 반사이익보다 세 차례에 걸친 지역감염 유행으로 피해가 더 많았던 것으로 분석했다.
▲기지개 켜는 제주관광
올해 제주를 찾은 누적 관광객 수가 9월 19일 1000만명을 돌파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8일보다 50일 앞선 것이다.
연간 제주 방문 관광객은 2019년1528만6445명에서 2020년 1023만6445명으로 줄었다가 지난해 1200만8437명으로 늘었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올해 입도 관광객은 지난해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제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도 9월 19일 기준 4만2509명으로 전년 동기(3만4671명) 대비 22.6% 늘었다,
위드 코로나 시대를 맞아 제주도와 관광업계를 중심으로 관광객 유치를 위한 마케팅이 효과를 거두고 있다.
제주관광공사는 코로나19로 변화된 외국인 관광시장 트렌드에 부응해, 관광객 만족도를 높이고 도내 관광업계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난 2월 15일부터 3월 15일까지 한 달 동안 ‘2022 제주 외국인 체험 여행 테마 콘텐츠 공모전’을 진행했다.
제주관광공사는 공모전을 통해 휴양·자연분야에는 제주의 자연을 느끼는 새로운 방식 ‘사운드워크’, 제주의 농촌을 체험하는 ‘리틀포레스트 인 제주’ 등이, 아웃도어·레저·스포츠 분야에선 제주의 바다를 체험할 수 있는 ‘제주 바다 체험 투어’, ‘Jeju(海)haestic Life 제주 해스틱 라이프’, ‘Bike_Clean in Jeju’, ‘제주승마 여행’ 등을 선정했다.
지난 4~7월에는 필리핀 여행업계와 몽골 인플루언서 초청 팸투어를 진행했다.
팸투어에 참가한 필리핀 여행업체는 팬데믹 이전 제주-필리핀 간 전세기 상품을 판매했던 여행사들로, 전세기 운항의 조기 회복 및 신규 콘텐츠를 활용한 상품 개발을 위해 제주를 찾았다. 또 지난 6월에는 싱가포르 온라인 여행사(OTA)와 미디어 초청 제주 팸투어가 진행됐다.
코로나19로 막혔던 제주 기점 국제노선이 지난 6월 2일 제주~방콕 노선에 이어 같은 달 15일 제주-싱가포르 국제선이 정기 취항하면서 제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고 있다.
특히 지난 6월부터 제주도 무사증 입국과 제주공항 국제선 운항이 재개되고 입국 후 방역 절차가 간소화되면서 앞으로도 제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제주도가 언급된 이후 인터넷에서 ‘Jeju’에 대한 전 세계 검색량이 급증한 점도 향후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긍정적인 요인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내국인 단체관광도 일상회복에 발맞춰 여행심리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친목모임, 수학여행, 학술세미나, 기업연수 관련 여행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패키지 상품 판매가 늘었고, 수학여행의 경우 지난 4월 20일 ‘학교 일상회복 추진방안’ 발표 이후 재개됐다.
제주관광협회에 따르면 6월부터 올해 말까지 제주행 수행여행을 계획한 학교는 150개교(2만8000여 명)로 조사됐다.
▲바뀐 관광 트렌트…제주관광이 나가야 할 길
코로나19 위기는 이미 제주 관광의 체질을 변화시키며 지역 관광업계에 적지않은 과제를 남겼다.
개별관광이 대세를 이루며 소비도 렌터카, 특급호텔, 콘도미니엄 등 개별여행 관련 특정 업종에 편중돼 전세버스, 대형 관광식당, 패키지 상품 위주로 운영되는 여행사 등은 여전히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국제 관광시장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주요 시장인 중국은 여전히 관광 목적 출입국 제한조치를 풀지 않고 있어 외국인 관광객이 코로나19 이전 수준까지 회복하는 데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 제주본부가 지난해 12월 제주지역 경제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제주경제 향후 전망’을 조사한 결과 2022년에는 위드 코로나를 맞아 패키지 여행이 늘고 무사증 재개로 외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관광산업 회복세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고물가로 인해 금리가 상승할 경우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가 위축되면서 제주관광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많았다.
문성종 제주한라대학교 국제관광호텔학부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관광객 분산과 웰니스관광, 제주의 속살을 보여줄 수 있는 농어촌 관광 콘텐츠, 4차 산업혁명과 연계한 관광 콘텐츠 등이 각광을 받고 있다”며 “기존 패키지 관광에서 벗어나 개별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관광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석 제주도관광협회장은 “위드 코로나 시대를 맞아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지난해보다 크게 늘었다”며 “회원사를 대상으로 친절 및 위생 교육을 강화하고 적정 요금을 받도록 하는 등 제주관광 만족도를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문기 기자 kafka71@je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