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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경인 WIDE] 줄지어 셔터내린 점포… 개발·중단 '되풀이' 상실감만 '되새김'

'20년 넘게 침체 일로' 경인전철 역세권

 경인전철 역세권은 인천 도심 형성의 시작점이 되는 전통 상권이다. 20년 넘게 침체 일로를 걷는 구도심 쇠퇴의 가늠자이기도 하다.

그동안 인천시 차원에서, 정부 차원에서 각종 사업을 추진하며 경인전철 역세권을 살리기 위해 무던히 애썼지만, 백약이 무효했다. 역세권 인근 주민과 상인들이 그렇게 말한다. 주민들은 20년 동안 개발 바람이 불었다가 사그라지길 반복하면서 상실감만 커졌다고 했다.

다시 경인전철 인천 구간 역세권에는 중구·동구를 중심으로 인천시의 '제물포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비롯한 대대적인 개발과 재생사업의 밑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공공 주도 재개발이나 도시재생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주민들은 어떤 생각일까. 번화한 동네였던 과거의 명성, 그 명성이 빛바랜 현재에 대해 들어봤다.

 

인천·동인천역 등 구도심 전통상권
'인천의 명동' 옛말 임대문의 수두룩

지난달 27일 찾은 인천역 인근에는 셔터를 내린 가게들이 줄지어 있었다. 인천역 일대는 과거 지역 정치·경제 중심지로 '인천의 명동'이라 불렸다. 1965년 인천 최초의 관광호텔인 올림포스호텔이 인천역 옆에 문을 열었다. 2019년 영업을 중단한 올림포스호텔은 건물 외벽 군데군데가 벗겨진 채 방치돼 있었다. 인천차이나타운 길목인 밴댕이 골목은 '임대 문의' 문구를 써 붙인 빈 가게들이 눈에 띄었다.

인천역 인근에서 대를 이어 65년째 선구점을 운영하는 임영호(67)씨는 "인천 최고의 도시였던 이곳이 인천에서 가장 낙후한 동네가 됐다"며 "젊은이들이 다들 신도시로 넘어가면서 동네가 점점 늙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임 시장들도 이 일대를 개발한다고 얘기했지만 이뤄진 게 없어 안타까울 뿐"이라고 했다.

경인전철을 타고 동인천역에 내렸다. 동인천역사와 철로를 경계로 남쪽과 북쪽이 중구와 동구로 나뉜 지역이다. 동인천 민자역사는 10년 넘게 흉물로 방치되다 최근에서야 철거 방침이 나왔지만, 갈 길이 멀다.

인근 중앙시장 혼수거리에서 이불가게를 하는 김연태(82)씨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밀려드는 손님에 발 디딜 틈이 없었다"고 기억했다. 지금 가게 안은 손님의 온기 없이 TV 소리만 가득했다. 김씨는 "온종일 (장사) 개시도 못 하고 가게에 앉아만 있다"며 "주변 상인들도 점포를 정리하고 그만둘 생각을 하고 있다"고 했다. 중앙시장에 맞닿은 송현자유시장(양키시장) 역시 인적이 드물었다.

 인천대학교가 2009년 캠퍼스 대부분을 송도국제도시로 옮기기 전까지 학생들로 넘쳤던 제물포역세권도 활기를 잃은 지 오래다. 제물포역 일대 상권이 무너지고 있던 10년 전 경인일보가 찾은 현장(2013년 3월4일자 1면 보도=현장르포/인천대 떠난 빈자리, 학사로에 가보니…)(2013년 3월4일자 3면 보도=현장르포/'구도심 재생사업 사각지대' 제물포 역세권)이나 지금이나 사정이 크게 나아지지 않아 보였다.

제물포역 일대 도시재생사업이 추진, 무산, 재추진을 반복하고 제물포스마트타운(JST)과 정부지방합동청사 등이 들어서기도 했다. 그러나 역세권을 활성화하기엔 부족했다고 이 지역 주민들은 말한다.

제물포역 근처에서 45년 동안 이발소를 운영하고 있는 김충제(65)씨는 "인천대가 송도로 떠나고 전문대들이 하나둘 없어지면서 상권이 급격히 침체했다"며 "개발 얘기가 나올 땐 주민 간 갈등이 심해져 결국 지지부진해지곤 했다"고 말했다.

 

'말로만 개발' 주민 갈등에 지지부진
"낙후 이대로 방치 안돼" 한목소리

 

부평구 동암역에 도착했다. 동암역세권 역시 맞은편 중심도로에서 50걸음만 벗어나도 비어 있는 건물이 수두룩했다. 뒷골목에는 유흥가가 조성돼 있다. 이날 경인전철을 타고 둘러본 역세권의 공통점은 심하게 낙후됐다는 것, 개발 추진과 중단이 거듭하면서 주민들이 지치고 갈등도 커졌다는 것이다.

도심을 가른 철로가 이른바 '앞역'과 '뒷역'으로 생활권마저 단절시켰다. 경인전철 노후 역세권을 이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고 이날 만난 주민들은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