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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일보) [新팔도명물] 환절기 건강과 면역력을 생각한다면 '완주 봉동생강'

  • 등록 2023.06.25 15:26:11

이만~~큼 생강 나

 

완주군 봉동읍은 생강 주산지이다. 생강은 4월 하순 파종해 10∼11월 수확한다.

전북 완주군 봉동읍에는 '꾀베껴 놓아도 삼십 리를 간다'는 말이 있다. '꾀베끼다'는 말은 '옷을 벗기다'는 뜻의 전라도 사투리로, 생강 주산지인 이곳 사람들은 옷을 벗고도 삼십 리를 갈 정도로 생존력이 강하다는 뜻이다. 면역력을 강화해 잔병치레를 막고 몸을 보호해주는 생강의 효능을 잘 설명한 말 같다.

낮 최고기온이 33도까지 오르며 때 이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에 찬 음식으로 인해 장 질환을 걱정하거나 식욕이 떨어지는 등 건강이 걱정된다면 따뜻한 성질의 완주 생강을 준비해 볼 만하다.

이른 무더위 찬 음식으로 인한 장 걱정, 따뜻한 성질의 생강 특효
대한민국 대표 시배지… '세종실록지리지' 조선 유일 본업지 기록
봉동읍 220여 농가 한해 1080t 생산… 평균소득도 1126만원 달해
토종 종자 명맥 이어가기 위해 '생강굴' 전통농법 체계 구축 활발


■ 왕의 하사품, 귀한 선물

완주 생강의 역사는 곧 한국 생강의 역사다. 완주군에서도 특히 봉동읍은 비옥한 호남평야가 시작되는 곳이다. 고산천과 소양천, 전주천이 만나 이룬 만경강은 겨우내 묻혀 있던 생강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다.

봉동읍은 하천의 잦은 범람으로 형성된 자연하천과 이를 이용한 수로가 잘 발달한 곳이어서 원예농업의 적지이다. 자갈층이 여러 번 겹쳐 있어 물 빠짐도 좋아 생강 재배에 최적 조건을 이룬다. 그래서 봉동생강은 다른 지역의 개량종 생강보다 면역증강 활성 등 여러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반도에서 생강에 관한 첫 기록은 고려 현종 9년(1018) 때로, 전사한 장졸의 가족들에게 생강으로 그 슬픔을 위로했다. 같은 해 현종은 거란 침략 피난길에 삼례(생강 주산지 봉동 인접지)를 방문했다는 기록이 전한다. 봉동생강이 왕의 하사품으로 사용되지 않았나 추측할 수 있는 기록이다.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에도 완주 생강이 등장한다. 전주부윤 박경신이 1597년 모친상을 당하고 깊은 슬픔에 빠진 장군에게 유둔(기름종이)과 생강을 보낸다. 기름종이는 비가 올 때 우비처럼 사용할 수 있는 것이며, 생강은 약효가 뛰어나 약재로 쓰였다.

옥고를 치르고 모친상을 당한 이순신 장군의 원기를 회복하기 위해 전해준 선물이 바로 완주 생강이었다. 완주 봉동생강은 이렇게 예로부터 왕의 하사품이나 귀한 사람을 위한 선물로 쓰였다.

 

 

■ 한해 1천t 생산 주산지

봉동생강으로 대표되는 완주 생강은 조선시대 내내 명품 생강으로 인정됐다. 1454년 '세종실록지리지'에는 지금의 완주가 조선에서 유일하게 생강을 본업으로 하는 지역이라는 기록이 있다. 1913년 포항의 학자 석곡 이규준은 자신의 저서에서 완주 봉동이 전 조선에서 유일무이한 생강 소산지라고 소개했다.

조선시대 통계가 없어 증빙이 어렵지만 1930년 한국 최초의 생강조합인 '봉상생강조합'이 결성된 것만 봐도 천년 역사를 자랑하는 '대한민국 생강 시배지'가 완주라는 것을 잘 알려준다. 봉상은 봉동의 옛 지명이다.

완주군 통계연보에 따르면 1962년 봉동의 생강 생산량은 32만8천200관(1관 3.75㎏)이었다. 삼례 9만관, 용진 4만관, 소양 3천900관, 고산 1만950관 등과 비교해도 엄청난 양이다.

완주군 전체 생강 생산량의 78%가 봉동에서 생산되고 있다. 현재도 봉동읍 220여 생강농가들이 한해 1천80t을 생산, 농가당 생강으로 올리는 평균 소득도 1천126만원에 이른다.

■ 액상차 등 29종 상품화

생강은 해독 작용과 혈액순환, 항암과 항염증, 면역력 증진에 좋고 소화흡수와 위장 강화, 심장 강화, 고혈압과 뇌경색 예방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각종 통증 완화와 부종 제거 등에도 쓰인다.

생강 분말의 기능성은 식약청으로부터 연구 인증을 받았으며, 기능성 표시 내용에 '임신에 의한 오심 및 구토 증상 개선'이 추천됐다. 몸을 따뜻하게 하려고 식사 때마다 생강을 챙겨 먹는 사람도 많다.

완주군은 이와 관련, 지난 2015년부터 6년 동안 국비 15억원 등 총 30억원을 들여 '완주생강 글로벌 명품화 및 산업화' 사업을 추진했다. 전북대와 우석대 등 대학 산학협력단, 전북생물산업진흥원 등이 함께 참여한 이 사업을 통해 다양한 기능성 제품을 개발해 상품화하고 해외 신규 판매망까지 발굴하기에 이르렀다.

이때 개발하고 상품화한 생강 관련 제품이 바로 액상 차와 천연 조미료, 캔디류, 가공품 등 29종에 이른다. 진하게 짜낸 액상 차는 냉방병 예방 등에 효능이 뛰어나며, 생강진액 스틱과 생강 캔디, 생강 칩, 생강가루 천연조미료 등도 품질을 인정받으며 코로나19 특수가 일어나는 등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생강과 대추를 갈아 넣어 만든 생강차는 요즘 같은 환절기의 원기 회복에 그만이다. 땅속의 영양을 듬뿍 담은 생강 누룽지는 매 끼니를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간편식으로 좋다. 전통방식 그대로 건강을 전하는 생강 조미료는 요리할 때 물고기의 비린내와 고기의 노린내를 없애준다.

 

 

■ 국가중요농업유산 제13호 지정

완주군과 생강 농가들은 1천년 역사를 자랑하는 대한민국 생강 시배지 '완주 생강 전통농업시스템'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도전해 지난 2019년 11월에 '국가중요농업유산 제13호'로 지정됐다. 이후 전통농법 복원, 관리체계 마련, 브랜드·제품개발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토종생강 종자보존과 생산농가 확대, 전통농법 자료 수집과 기록화에 나서고, 관련 조례 제정과 중장기계획 수립, 생강굴 조사, 완주생강 히스토리 제작, 생강 가공상품 홍보와 판매 등에도 힘을 쏟고 있다.

중국산에 밀려 한때 사양길에 접어들었던 전통농법 공동경작 농가도 늘고 있다. 일반 관행농법보다 고강도의 노동력이 투입되는 힘든 경작이지만 기후위기시대에 적합한 대체농법이라는 가치에 무게를 두고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농업인이 최근 열다섯 농가로 증가했다.

이민철 완주생강 전통농업시스템 보존위원장은 "타 지역에서 온 귀농인들도 '완주생강 전통농업시스템 복원' 활동에 함께할 정도"라며 "종자이력 보존, 생강풀 두레활동 등 4년차에 접어들면서 전통농법의 체계화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완주군 생강연구회 최명근 회장은 "완주생강의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완주 토종생강 종자 보존과 생산 확대를 위한 관리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완주군에는 '우리 집이 농업유산'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생강굴이 많다. 봉동을 중심으로 온돌식 생강굴과 수직강하식, 수평식 등이 다양하게 분포해 있다. 생강굴 전수조사를 통해 파악된 현존하는 생강굴 279개 중에서 집 내부에 생강굴이 있는 주택 133곳에 '생강굴 주택' 명패를 부착해 국가중요농업유산 제13호 지정을 알리고 있다.

 

 

■ 천년토종 완주 씨종자 보존

완주생강의 농업 연대기를 살펴보면 배태기와 정착기, 성장기, 확장기를 거쳤다. 고려와 조선 초기가 정착기라면 조선 중후기는 성장기에 해당하고, 1990년까지 시장이 팽창하는 확장기였다. 외국 농산물 개방과 함께 쇠퇴기가 시작됐고, 생강 종가 완주의 입지도 좁아져 왔다.

천년토종 완주 씨종자 보존과 완주 생강 전통농법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지 않도록 다양한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완주군은 완주생상 홍보체험관을 조성해 유산자원의 집중 관리와 홍보를 통해 국가중요농업유산을 지키고 활성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완주군은 귀농귀촌 실습장과 농촌관광 자원화를 통한 통합마케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유희태 완주군수는 "온돌식 생강굴은 세계 유일 한민족 고유 저장 시스템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위상과 가치가 충분한 자원이다"라며 "완주 생강 전통농업을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기틀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전북일보=김원용기자, 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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