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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배역 꼭 따고 싶어요”…떨림 속에도 열정의 연기

광주시립극단 객원배우 공개오디션 현장
정안나 연출 ‘섬 옆의 섬’ 내달 공연
자유 대사 · 춤 ·노래 등 퍼포먼스로
지원자들, 자신만의 연기 강점 어필
배역마다 주어진 다른 대사 흥미로워

 

“아직도 너무 떨리네요.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후회 없어요! 오늘은 연기 레퍼토리와 손담비 ‘토요일 밤에’ 안무를 선보였는데 좋은 결과가 있으면 좋겠네요”

오디션을 마치고 대기실로 돌아온 이유진(여·27) 씨가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심사 내내 재기발랄, 패기 있던 모습과는 사뭇 대조적이었다.

지난 5일 광주예술의전당 내 광주시립극단 연습실은 아침부터 가득 모인 배우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날은 광주시립극단이 내달 선보이는 ‘섬 옆의 섬’ 객원배우 오디션이 있는 날이었기 때문, 지원자들 상당수는 무대경험이 있었지만 오디션이라는 중압감 때문에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정범종 작가가 쓴 ‘섬 옆의 섬’은 지난 2020년부터 광주시립극단이 격년제로 개최하고 있는 창작희곡공모 2회 당선작이다. 목포 출신 극작가 김우진, ‘사의 찬미’를 부른 윤심덕의 현해탄 투신 에피소드를 정안나 연출가가 새롭게 해석해 남도 다도해 주민들이 겪는 시대적 아픔과 희망을 극화(劇化)하는 시놉시스다.


이날 오디션에는 일반 면접과 다른 분위기가 감돌았다. 지원자들은 저마다 자신을 각인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오디션에 임했다. 어떤 이는 개성있는 모습으로 부채를 흔들고 등장하는가 하면, 어떤 이는 판소리 ‘심청가’를 연행하는 것으로 자기소개를 대신했다. 심사위원들은 익숙한 듯 덤덤한 표정으로 지원자들의 ‘끼’를 가늠했다.
 

기자 역할을 연기하는 지원자도 있었다. 장도국(33) 씨는 예술의전당 현황을 지적하는 연기를 펼쳤는데 날카로운 지적과 브리핑은 실제 기자들의 모습을 방불케 했다.

작품 ‘섬 옆의 섬’이 세월호, 이태원 참사 등 재난과 아픔을 다루는 만큼 오디션 지정대사에는 연대와 회복이라는 주제가 여실히 녹아 있었다. 지원자들은 지정대사의 실제 발화를 통해 슬픔을 극화하는 연기를 보여줬다.

여러 배역마다 다르게 주어진 대사는 흥미로웠다. 소리꾼, 주민, 유튜버, 카자흐스탄 출신 외국인노동자 등 다양한 직업군의 특성과 애환이 담겨 있었다. 이외에도 자신만의 연기 강점을 어필할 수 있는 자유대사, 춤·노래 등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참가자도 눈에 띄었다.

심사 도중 정안나 총연출은 참가자들에게 “눈앞에 망망대해가 펼쳐져 있다고 가정한 뒤, 홀로 바다에서 목 놓아 소리쳐보라” 고 요청했다. 이에 응해 지원자들은 적막한 바다에 홀로 남겨있는 듯한 상상을 하며 고함을 쳤다.

그러나 한 지원자는 ‘고함치라’는 연출가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슬픔을 삼키며 몰입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정안나 총연출은 “너무 큰 슬픔이 다가오면 오히려 그 슬픔을 삼키게 될 때가 있다”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고함’치는 모습을 연기한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평했다.

한편 작품 속 ‘유튜버 역’에는 실제 유튜버 지원자들도 있었다. 유튜브에서 채널 ‘광주남매’를 운영하는 이혜원(여·31) 씨는 광주 KBS ‘오만원빵’ 등을 진행한 적 있는 끼 많은 방송인이다. 그동안 광주시립극단이 제작한 연극 ‘세 자매’의 나타샤역 등을 맡는 등 연기 경력도 다채롭다.

극작가 역할에 도전한 이영환(37) 씨도 소감을 묻자 “오늘은 사투리가 많은 독백 연기를 준비했다”며 “대사에 행동을 곁들여 감정을 풍부하게 전달하는 데 주안점을 뒀는데 좋은 결과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종 선발과정을 거쳐 연극 ‘섬 옆의 섬’은 다음 달 24~25일 광주예술의전당 소극장에서 4회에 걸쳐 진행할 예정이다. 이날 지원자들이 보여준 흥과 끼, 연극에 임하는 모습은 광주 극예술계의 초석이자 열정에 불씨 지피는 불잉걸처럼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