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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신뢰 지킬 마지막 골든타임, 누가 놓쳤나 [특수교실에 빌런은 없다]


교사마저 믿을수 없었다. 그래서 녹음기를 가방에 넣었다


#특수교사와 장애아동 부모들 ‘상호협력’ 관계

일정 패턴·반복 행동서 안정감 찾는 발달장애인

변화 하나하나에 예민할 수 밖에 없는 부모들

괴로워 하는 아이를 보며 ‘대책’ 떠오르지 않아

 

굳건한 믿음에 균열이 생길때 파열음은 더 커진다. 민수 부모도 공식 채널(주호민작가 유튜브)을 통해 혜정씨와 민수엄마의 관계를 특수교육 세계에선 평범한 수준의 협력관계 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니까 특수교사와 장애아동 부모들은 메신저, 문자, 전화 등을 통해 아동의 일상부터 특별한 변화까지 아동의 모든 것을 종종 소통하며 상호협력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특수교사와 장애아동부모들과의 인터뷰에서도 둘의 관계를 설명할 때 ‘긴밀하게 소통한다’ ‘상호보완적 관계’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했다. 그만큼 교사와 부모 간의 신뢰는 두텁고 매우 중요한 요소로 여겨진다.

 

 

 

“우리 부모들에게 특수교사는 ‘귀인’ 같은 존재입니다. 발달장애를 가진 자녀를 키우는 일이 부모인 나도 이렇게 힘든데, 그 힘든 과정을 함께 하며 긴밀하게 소통하고 우리를 이끌어주니까요. 그 고됨을 잘 알고 있어서 선생님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로 고마워요.”

 

-경기지역 중증 자폐성 장애를 앓는 초등학교 3학년 학생의 엄마(50대)

 

 

다시 사건으로 돌아가 2022년 9월5일 민수를 상대로 한 학교폭력이 신고되고 9월 15일 개별화교육협의회가 열릴 때까지, 열흘간 민수 부모 역시 지옥같은 시간이었다. 신고 직후 민수가 좋아하는 통합반 수업을 약 2주간 받지 못하는 일시적 조치가 내려졌다. 이즈음부터 민수의 행동이 이전과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하굣길 민수의 첫 마디가 “재밌었어요”가 아니라 “잘못했어요”라는 말이 나오는가 하면 특정 어휘에 강박적으로 집착하는 경향도 심해졌다. 또 사람과 가까이 있으려 하지도 않고, 배변 실수까지 잦아졌다. 민수의 학폭 사건을 두고 특수교사 혜정씨, 피해아동 부모와 소통하며 ‘민수가 이해받지 못하면 어쩌지’ 불안과 의심이 커지고 있는 와중이었다.

 

실제로 발달장애인은 일정한 패턴이나 반복되는 행동에서 안정감을 찾고, 이 규칙이 틀어질때 불안과 두려움을 쉽게 느낀다고 한다. 스스로 의사 표현을 하기 어려운 탓에 심리 상태를 특정 몸짓이나 행동으로 표출하기도 한다. 행동 패턴 변화 하나하나를 부모들이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아이가 중학생 시절 집안에서 불안행동이 늘어나고 학교에서 돌아왔는데 머리에 혹이 난 적이 있었어요. 교사가 아이를 따로 불러내 면박하고 머리를 때렸었다는 사실을 통합반 비장애학생 친구가 말해줘서 뒤늦게 알게 됐습니다. 그 얘기를 듣기 전엔 내가 집에서 미처 관리를 못한 부분이 있나 자책하고 있었죠.”

 

“아이 스스로 자기 상태를 설명하지 못하니 어디서 어떤 일을 당했는지 확인할 수도 없고, 답답한 노릇이죠. 설령 학교에서 일이 있었다고 해도 모른 채 지나가는 상황도 많을테고, 결국 부모 입장에서는 자신의 잘못이라고 처지를 비관하게 됩니다.”

 

- 수원 30대 자폐성 장애 자녀를 둔 엄마(60대)

 

2022년 9월 13일. 등교를 앞둔 아침 민수는 급기야 학교에 가기 싫다는 반응을 강하게 보였다. 민수의 저항이 더욱 거세졌지만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저토록 괴로워하는 아이를 바라보면서도 딱히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결국 녹음기를 가방에 넣었다.

 

“또래보다 인지력이 부족하고 정상적 소통이 불가한 장애 아이인지라 부모가 없는 곳에서 불안 증세를 일으키는 어떤 외부 요인을 경험했다면,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서 빠르게 교정하고 보호해줘야 하는데, 그것을 확인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빠르게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비로소 아이의 이상행동들이 이해가 됐습니다.”

 

- 2023. 8. 2. 민수 부모 SNS 게시글 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로 둔갑한 개별화교육지원팀협의회


#관리자들, 중대사안때 ‘개별화교육협의회’ 선회

교육 계획·방법 수립으로 이해한 학부모와 달리

명확한 매뉴얼 없어 처벌과 다를바 없는 조치도

 

믿음에 균열이 간 결과물로 녹음기 사건이 발생했다면, 녹음내용이 단 6일만에 경찰에 고소하는 사태로 확대된 데 개별화교육협의회가 본래의 목적대로 쓰이지 않고 변질된 것이 그 배경이 됐다. 강력한 분리조치를 원하는 피해아동 학부모와 조금이라도 빨리 통합반 복귀를 원하는 장애아동 학부모 사이에서 특수교사 혜정씨가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최선책이었지만, 결과적으로 9월 15일 열린 개별화교육협의회는 사실상의 학교폭력심의위원회일 수 밖에 없다고 특수교사들과 장애아동 부모들이 입을 모았다.

 

이날 개별화교육협의회에는 사건 발생 이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학교 관리자인 교감이 참석했다. 혜정씨를 비롯해 통합반 담임교사, 특수교육실무사, 그리고 민수 부모도 참여했다. 피해아동 부모가 민수와 분리를 요구했기 때문에 통합학급 수업 지원인력 배치, 통합교육 점진적 참여 확대, 통합교육 원상 복귀 후 외부 전문가 긍정적 행동지원, 성교육 진행 등의 조치가 결정됐다.

 

이같은 결과에 민수의 부모는 적잖이 당황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1심 판결 이후 개인 유튜브를 통해 입장을 밝힌 민수 부모는 발달장애아동은 생활패턴이 규칙적으로 돌아가는, 이른바 ‘루틴’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통합반으로 복귀하지 못하는 상황을 걱정했고 특수학급을 격리공간으로 여기는 것도 납득하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개별화교육협의회는 아이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절차이지, 징계하는 기구가 아니에요. 물론 장애학생 학폭사건 관련 매뉴얼도 없는 상황에서 아이의 특수성을 고려해 학폭위 대신 개별화교육협의회로 진행한다지만, 부모 입장은 그 협의회에서 이런 일을 다루는 상황 자체가 이례적으로 느껴지고 우왕좌왕할 수 밖에 없어요. 분리조치 처분도 부모조차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있는 경우가 있을 때지, 그런 상황을 제외하면 보통은 분리조치를 받아들이거나 동의하기는 쉽지 않았을 겁니다.”

 

-수원시장애인부모회 소속 발달장애인 부모

 

사실상의 학폭위 처벌과 다를바 없는 조치였다. 개별화교육협의회를 믿었던 부모 입장에선 신뢰가 완전히 깨지는 계기였을지 모른다. 이 지점에서 특수교사들은 학폭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개별화교육협의회가 변질되는 관행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개별화교육협의회는 학기마다, 때론 논의가 필요할 때마다 특수교육대상 학생 개개인에 대해 교육계획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자리입니다. 아이가 평소와 다른 행동양상을 보이면 어떤 요인때문인지 특수교사, 학교관리자, 장애아동 부모 등으로 구성된 개별화교육협의회가 원인과 대책을 같이 찾습니다. 그래서 개별화교육협의회는 신뢰와 협력 관계로 이뤄진 협의체입니다.

 

- 정원화 특수교사노조 정책실장

 

 

개별화교육협의회의 본래 목적은 특수교육대상자의 능력을 계발하기 위해 장애 유형과 특성에 적합한 교육 목표·방법·내용 등 교육 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것이고 장애아동 부모는 이 협의체를 그렇게 이해하고 또 굳게 믿고 있다.

 

그러나 한가지가 빠졌다. 학교폭력 사안과 같이 중대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다. 통합교육을 지향하면서도 통합교육시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학교폭력과 같은 비상상황에 대해선 명확한 매뉴얼이 없다. 그러다보니 민원과 책임을 피하고 싶은 학교관리자들은 학폭사안이 발생하면 특수교사를 종용해 개별화교육협의회로 선회하려 하고, 특수교사와 장애아동 부모들도 혹시하는 걱정에 이런 관행을 계속 따르고 있다는 게 특수교육계의 설명이다.

 

“통합교육이 안정화되려면 장애아동들도 학폭사안이 발생했을 때 원칙에 따라 위원회 절차를 따르는 게 맞습니다.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개별화교육지원팀협의회에서 학교폭력 문제를 처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요. 이런 관행에 학교장이 가장 잘못하고 있습니다. 학교폭력 문제가 절차대로 진행된 다음, 장애아동을 지원하기 위해 개별화교육지원팀이 함께 협의해 교육을 고민했어야 맞죠.”

 

-김정선 전국교원노동조합 특수교육위원장

 


부모가 보낸 마지막 SOS, 신뢰를 지킬 골든타임을 놓치다


녹음된 내용을 확인하고, 개별화교육협의회에서 분리조치 처분까지 받은 후 민수 부모는 결정을 해야 했다. 분리조치로 특수학급에서 혜정씨와 계속 생활을 해야 할텐데, 신뢰가 깨진 상황에서 더이상 아이를 맡길 수 있을까 고민하고 또 고민했을 것이다.

 

민수 부모는 특수교사와의 분리를 위해 경기도교육청에 절차를 문의했다. 교육청은 “아동학대는 최초 학대행위 발견자에게 신고의무가 있고 학부모도 해당되니 직접 신고를 해도 된다”고 답변했다. 그래도 신고는 두려웠다. 학교를 찾아갔다.

 

“교장실에서 녹음 속 상황을 말하며 녹음을 들어달라고 했으나 거절했다. 교장은 교사의 교체는 신고를 통해야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학교 측의 답변을 방관적 태도로 느낀 아이의 외삼촌이 교장선생님과 대화 과정에서 어떻게 그렇게만 말할 수 있느냐고 항변했다. 당시에는 결국 학대 혐의로 고소를 해야 교사와 분리될 수 있다는 것만이 우리에게 남은 선택지였다.”

 

- 2023. 8. 2. 민수 부모 SNS 게시글 中

 

9월 18일 민수 부모가 경찰에 혜정씨를 아동학대로 고소했다. 개별화교육협의회가 있었던 15일에서 고소한 18일 사이, 민수 부모 측이 학교를 찾아가 교장을 만났지만 고소하면 교사 분리가 가능하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그 사이에도 교장 등 학교 관리자 중 누구도 혜정씨에게 이같은 사실을 전하지 않았다. 혜정씨가 이 사실을 알게 된 건 고소가 이미 진행된 후인 19일, 통합반 담임교사에게 전해들었으며 21일에 경찰로부터 고소당했음을 통보받았다.

 

일련의 과정에서 학교관리자는 교사를 보호하지 않았다. 중재할 의지도 없었다. 그렇게 신뢰를 지킬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 허무하게 지나갔다.

 

혜정씨는 28일 학교에 교권보호위원회를 요청했지만 ‘학부모의 권리’라는 이유로 이조차 묵살당했다고 전해진다. 이에 대해 취재진이 학교관리자의 답변을 요청했지만, 답변은 오지 않았다.

 

지난해 서이초 사건 이후 교육부가 교권보호 종합대책을 마련했는데 학교장에게 교육활동 침해행위를 은폐·축소하지 않도록 의무를 부여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이러한 지침조차 없었다.

 

이 사건이 발생하고 1년이 지나서야, 뒤늦게 교육부가 장애학생 행동중재 가이드라인 마련을 위해 설문을 실시했는데 이중 ‘학교관리자의 역할과 책무성 강화’ 질의에 특수교사들은 그 역할을 ‘매우중요 71.4%, 중요 21.3%’하다고 응답했다. 학교관리자의 역할이 강화돼야한다는 것에 특수교사들의 92.7%가 공감한 것이다.

 

“학교관리자는 우선 학부모와 교사 간에 본인이 중재를 유도하고 되도록이면 해결할 수 있게끔 해야하는데 오히려 고소를 이야기했어요. 지금 이 상황에 학교장과 자문해준 교육청의 관리자는 빠져있습니다.”

 

- 김정선 전국교사노조 특수교육위원장

 


안전하고 정상적인 교육활동을 위한 제도와 정책 제안 설문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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