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식민 통치가 끝난 직후, 수원군 향남면 제암리는 망각 대신 기록을 택했다. 지역주민 스스로 일제 학살의 진실 규명을 써내려간 첫 문건(4월15일자 2면 보도)이 탄생한 건 바로 해방 이후 맞은 가을이었다. 경인일보가 단독 입수해 보도한 1945년 10월 작성된 ‘제암리 학살 희생자 추모 행사’ 문건에는 분노의 언어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사사카 등 공범자를 즉시 처형 요구”, “패잔 일본인을 철저히 배격하자”, “조선 완전 독립 만세” 등은 단순한 수사적 구호가 아니었다. 참극의 마을 주민들이 외친 결코 잊지 않겠다는 다짐이었다. 제암리 사건은 근대 조선사 최초로 국제사회에 알려진 민간인 학살로 기록된다. 당시 현장을 찾은 캐나다 출신 선교사 프랭크 스코필드 박사가 교회당 잔해를 사진으로 촬영하고 이를 보고서 형태로 작성해 국제 언론에 보냈다. 이후 영국과 미국의 언론 등으로 확산되며 제암리 학살을 ‘국제적 제노사이드’로 규정짓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해방 후 수십 년 뒤 이 사건은 구술 등 생존자 증언으로 이어졌으며, 1982년 유일한 생존자 전동례(1898~1992)씨의 증언이 학술적 기록의 실마리를 제공했다. 1945년 10월 작성된 문건에 명
대한민국 검객 4명이 합작한 금빛 찌르기가 프랑스 파리의 ‘거대한 궁전’을 정복했다. 이마에 헤어밴드를 두른 박상원(대전시청)과 짧은 머리의 군인 신분 도경동(국군체육부대), 그리고 파리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오상욱(대전시청)과 든든한 맏형 구본길(국민체육진흥공단). ‘뉴 어펜저스(펜싱+어벤저스)’가 탄생한 순간이다. 한국 펜싱 사브르 남자 대표팀은 지난달 31일(이하 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 결승에서 헝가리를 상대로 45-41로 우승을 차지하며 나란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오상욱은 지난달 27일 수확한 개인전 금메달에 이어 이번 대회에서 2관왕을 달성했다. 경기를 마치고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만난 오상욱은 “아시아, 한국에서 올림픽 사브르 2관왕으로 역사를 쓸 수 있게 돼 굉장히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경기를 돌아보면) 아쉬운 부분도 있었기에 앞으로 해야 할 숙제가 남아 있는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단체전을 준비하면서 흔들렸던 순간도 있다고 했다. 오상욱은 “‘이렇게, 저렇게 해야 되는데….’ 이런 생각을 많이 하다 보니 머리가 너무 아프기도 했다. 결승전을 치르기 전 프랑스 경기 때부
"그 티셔츠 저도 갖고 싶네요." 지난 5일 오후 6시께, 부천시 상동 한국만화박물관에서 진행된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마스터 클래스 '장르가 두기봉을 만났을 때'의 현장. 영화 '용호방(2004)'의 4K 리마스터링 버전 상영을 마치고 열린 관객과의 대화(GV)에서 두기봉 감독이 특정 관객들을 눈여겨봤다. 이들은 영화 '흑사회(2005)'의 주요 장면이 담긴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차분하게 답변을 이어가던 두기봉 감독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다. 이날 GV는 주성철 영화평론가가 진행을 맡아 '용호방' 속 주요 장면과 두기봉 감독의 작품 세계에 대한 설명, 관객들의 질문을 받는 순서로 이어졌다. 한국은 물론,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홍콩 느와르 장르 마니아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핵심 팬들이 GV를 찾은 만큼 두기봉 감독이 영화계에 몸담기 전 드라마를 촬영했던 이력, 위가휘 감독과 함께 영화 제작사 '밀키웨이 이미지'를 설립한 과정은 달리 설명할 필요가 없는 '기본 지식'이었다. 현장에 모인 관객들이 가장 알고 싶어 한 것은 차기작 소식이었다. 지난 3월 홍콩의 한 온라인 매체가 두기봉 감독의 영화 촬영 현장 사진을 공개하면서 궁금증이 커
'온겨레 참여 문화재 사랑'과 '여민동락'을 슬로건으로 한 7만여 명 전국 '문화재지킴이'들의 축제가 오는 16~17일 수원 화성행궁 광장에서 열린다. 국내외 문화재 보호를 위한 다양한 세미나는 물론 과거 정조대왕이 화성 축성 후 모든 백성들을 모아 개최한 연회인 '낙성연'을 재연하는 공연이 축제의 대미를 장식할 예정이라 더 관심이 쏠린다. 16~17일 '…전국대회' 500명 참여 축하공연 '낙성연'으로 대미 장식 문화재청·한국문화재지킴이단체연합회가 주최하고 사단법인 화성연구회가 주관하며, 수원시가 후원하는 이번 '2022 문화재지킴이 전국대회'엔 전국의 문화재지킴이들과 문화재청, 지방정부 관계자 등 약 500명이 참여한다. 그동안 코로나19로 인해 제한적으로 열렸던 행사를 대대적인 규모로 확대해 명실상부한 지킴이들의 축제로 만들기 위해 최호운 화성연구회 이사장이 관계자들과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렇다 보니 행사 내용이 매우 다채롭다. 첫날인 16일 오전 10시부터 수원화성박물관 영상교육실에서 '해외에 있는 한국 문화재 어떻게 보호해야 하나?'를 주제로 학술 세미나가 열린다. 이어 강임산 국외소재 문화재재단 지원활용부장의 '국외 사적지 관리 및 활용의 사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