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잘 가요, 교황님"…눈물과 침묵 속 마지막 인사
23일 오전 6시,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어스름한 시간.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 주변은 벌써부터 긴 행렬로 가득했다. 사람들은 두꺼운 외투를 여며 입은 채 묵주를 손에 쥐고 조용히 대기했다. 그들의 얼굴에는 피곤함 대신 경건함과 슬픔이 서려 있었다. "이 마지막 인사, 꼭 드리고 싶었습니다." 밀라노에서 밤기차를 타고 왔다는 50대 여성 순례자 마리아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을 잇지 못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늘 우리의 친구였어요. 세상 누구보다 따뜻했죠." 오전 9시, 성베드로 대성당의 대문이 열리고 운구가 모습을 드러내자, 광장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해졌다. 일부 신자들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묵주를 가슴에 대며 기도를 시작했고,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끼는 이들도 있었다. 장송곡 대신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성가, 그리고 정중하게 운구를 따르는 스위스 근위대의 발걸음 소리만이 공간을 채웠다. 바람 한 점 없이 맑은 아침 공기는, 마치 누군가를 마지막으로 배웅하기 위해 멈춰 선 것 같았다. 운구가 대성당 내부로 들어서자, 대기 줄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삼삼오오 가족 단위로 온 이들, 혼자 조용히 눈을 감고 걷는 순례자, 휠체어를 탄 노인까지 모두가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