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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新팔도유람]19세기 후반 모습 간직한 '인천 개항장 거리'

복고 열풍 속으로 감성여행… 역사의 흔적 위로 시간여행

 

인천역 출발 '차이나타운' 짜장면 박물관·조계경계석·대불호텔 보고
은행거리 지나 제물포구락부·자유공원 잇는 '역사공부 코스' 매력적
근대건축물 개조한 '아트플랫폼' '한국근대문학관' 볼만한 문화공간
옛 병원 리모델링 등 아날로그 정취 살린 '싸리재' 다양한 카페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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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은 봄에 들어선다는 입춘과 동면하던 개구리가 깬다는 경칩 사이의 우수(雨水)였다. 

 

겨울 동안 움츠렸던 몸과 마음을 펴고선 19세기 후반 개항기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인천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인천의 시간 여행지는 중구청을 중심으로 멀지 않은 곳에 산재해 있기 때문에 걷기 여행의 최적지이다. 

 

대한민국과 인천의 역사를 담고 있는 시설들과 옛 식당, 옛 건물을 리모델링해 변모한 문화 공간과 특색있는 카페까지 다양하게 펼쳐져 있는 곳이다. 여행객들은 걷다가 마음에 드는 곳에서 보고, 먹고, 쉬면 된다.

도심의 특성상 자가용보다는 대중교통, 그중에서도 전철을 이용해 인천 중구까지 접근하면 좋다. 

 

경인선의 동인천역과 인천역, 수인선을 이용한다면 신포역과 인천역을 기점으로 취향에 맞춰 동선을 짤 수 있다. 1~2시간 코스부터 여유 있게 걷고 즐길 수 있는 하루 코스까지 다양하다.

 

차이나타운
인천 차이나타운 전경. /인천관광공사 제공

 

# 역사 여행

인천역에서 출발하면 길 건너편의 붉은 '패루(牌樓)'와 마주하게 된다. 

 

패루를 지나면 차이나타운 거리가 펼쳐진다. 중국음식점이 몰려 있는 이곳은 국내·외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북성동 행정복지센터 쪽으로 접어들면 '짜장면 박물관'을 만날 수 있다. 짜장면의 발상지인 '공화춘' 건물을 리모델링해 박물관으로 만들었다. 2층 규모의 이곳에선 짜장면에 대한 모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박물관을 나와서 '인천화교중산학교'를 지나 내리막길을 따라가다 보면 조계경계석이 있다. 

 

조계경계석을 정면으로 볼 때 왼쪽이 청나라 조계지, 오른쪽이 일본 조계지다. 

 

조계지란 개항도시에 자리잡은 외국인 거주지를 뜻하며, 이들 외국인은 행정권, 경찰권을 포함해 치외법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조계석을 뒤로 하고 가다보면 왼편에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호텔로 1888년 건립됐으며, 2년 전 복원된 대불호텔을 만날 수 있다. '양탕국'으로 불린 커피가 우리나라에서 처음 제공된 곳으로도 유명하다.

 

개항장 거리1
인천 중구청 앞 개항장 거리. /인천관광공사 제공

 

 

대불호텔에서 일본조계지로 들어서면 '은행거리'가 시작된다. 이 거리에는 옛 '일본제1은행' '일본18은행' '일본58은행'이 줄지어 있다. 

 

일본18은행 건물은 '인천개항장 근대건축전시관'으로 재개관해 이 일대 근대건축물의 모형을 전시하고 기능을 설명하고 있어 학습에도 도움이 된다.

은행거리에서 자유공원 쪽으로 방향을 틀면 개항기 일본영사관 자리에 1933년 건립된 중구청 건물이 나오며, 중구청을 오른편으로 끼고 오르막길을 따라가면 19세기 후반 개항장 일대에 거주하던 미국, 영국, 이탈리아, 중국, 일본 등 외국인이 사용한 고급 사교 클럽인 '제물포 구락부'가 있다. 

 

제물포 구락부 옆 계단을 오르면 원래 '각국공원'으로 불리던 자유공원에 다다른다.

응봉산 정상에 조성된 자유공원에는 개항 당시만 해도 '존스턴 별장'을 비롯한 외국인 사택과 공장 등이 들어서 있었지만 1950년 한국전쟁 당시 폭격으로 초토화되면서 대부분 소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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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아트플랫폼 야경.


현재는 인천상륙작전의 시발이 된 월미도를 바라보는 맥아더 장군의 동상 등이 남아 있다. 

 

공원에선 가깝게는 인천항, 멀게는 인천대교까지 내려다보인다.

이 밖에도 개항장 거리 일대에는 한국 야구가 처음 시작된 '웃터골 운동장' 터가 있는 제물포고등학교를 비롯해 인천기상대, 내리교회, 답동성당 등이 도처에 있다.

# 뉴트로 여행

뉴트로란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신조어로, 인천 개항장 거리에는 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경향인 뉴트로에 부합하는 여행지 또한 다수 있다. 

 

수십 년에서 100여 년 된 건물들을 리모델링해 문화 공간이나 카페로 변모한 곳들은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공간들이다. 

 

앞서 소개한 역사 여행을 하다가 휴식 차원에서 들려도 되고, 이들 공간만을 추려서 여행 코스로 짜도 충분히 인천 개항장 거리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다.

 

브라운핸즈
카페 브라운핸즈 개항로. /인천관광공사 제공


▲ 인천 중구청 인근의 카페 팟알, 인천아트플랫폼, 한국근대문학관

카페 팟알(Cafe POT R)은 1880년대 말~1890년대 초에 지어진 3층 일본식 점포 주택을 개조해 꾸며졌다.

이곳은 해방 전까지 인천항 하역 노동 인력을 공급했던 하역회사 사무소 겸 주택이었다. 

 

건물 원형이 잘 보존돼 있어 시 문화재로 지정됐다. 1층은 입식, 2층과 3층은 다다미방으로 이루어졌다.

 

1층에 인천 개항 역사를 소재로 한 머그잔, 엽서, 노트, 텀블러 등의 각종 문화 상품과 인천 관련 도서를 전시·판매한다. 대표 메뉴는 팥빙수, 단팥죽이다.

인천아트플랫폼은 개항기 근대건축물과 1930~1940년대에 지어진 건물들을 개조해 창작스튜디오, 공방, 교육관, 전시장, 공연장 등으로 조성한 복합문화예술공간이다. 

 

창의적인 실험정신이 돋보이는 사진, 그림, 조각 작품들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한국근대문학관은 일제강점기에 물류창고, 김치공장이었던 건물을 문학관으로 개조했다. 

 

옛 자취가 가득한 외벽과 목조 천장 구조물을 최대한 보존했다. 1890년대 계몽기부터 1948년 분단에 이르기까지의 한국 근대문학 자료를 총망라해 전시한다. 

 

현진건, 한용운, 염상섭, 최남선, 김소월 같은 근대문학 대표 문인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나 볼 수 있다.

 

싸리재
인천 신포동과 동인천역을 잇는 싸리재 거리. /인천관광공사 제공


▲ 인천 근현대를 주름잡던 싸리재

애관극장에서 동인천역을 연결하는 고갯길이 싸리재다. 

 

동인천역이나 신포역에서 접근하기가 좋다. 옛날 이 길엔 싸리나무가 많았다고 한다.

지금은 낙후한 거리가 되었지만, 100여 년 전부터 인천의 문화 교류는 신포동과 싸리재, 배다리를 거쳐 경인선 철도를 통해 서울로 이어졌다. 최근 뉴트로 열풍에 힘입어 싸리재의 아날로그 정취를 살린 카페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카페 '싸리재'는 지은 지 90년 된 목조 카페이다. 이 곳에선 노부부가 커피를 내리며, 카페 안쪽에는 노부부의 100년 된 한옥 살림집이 있다. 

 

음악에 조예가 깊은 부부는 축음기를 수집하고, 레코드판 음악을 들려준다.

백열전구를 만드는 일광전구는 폐업한 산부인과를 개조해 카페 '일광전구라이트하우스'로 개업했다. 

 

병원의 흔적을 최대한 살려 공사했으며 안으로 들어가면 여러 개의 공간이 미로처럼 연결돼 있다.


 

일광전구라이트하우스_1
카페 일광전구라이트하우스. /인천관광공사 제공


LED가 백열전구를 대체하면서 전구 회사들이 백열전구 생산을 중단했지만 일광전구는 백열전구를 문화 공간에 접목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브라운핸즈 개항로'는 싸리재 꼭대기에 있던 폐업한 이비인후과 병원이 카페로 바뀌었다.

 

황토색 타일을 붙여 지은 4층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접수창구였던 공간이 먼저 반긴다.

환자들이 대기했던 나무 의자와 서류 수납함, 캐비닛 등 병원 기물 등을 활용해 실내를 꾸몄다. 가파른 계단과 깨진 타일과 벽면을 고스란히 살렸다.

이 밖에도 지면 관계상 소개하지 못한 공간이 수두룩하다. 인천관광공사가 최근 펴낸 '빈티지여행 인천'에 수록된 인천 중·동구의 문화 공간과 카페는 30여 곳에 이른다. 직접 걷다 보면 만날 수 있는 곳들이다.

한국지방신문협회  경인일보 /김영준기자 ky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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