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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일보) [新팔도유람]맑은 물결에 새겨진 자연의 데칼코마니… 그대 노 저어오오

대전 대청호백리길

 

비상등을 켠 채 이대로 도롯가에 멈춰 서고 싶은 날이 있다. 삶이 주는 막막함이다. 질퍽한 흙길을 지나 땅끝에 닿았다. 미혹과 번뇌를 벗어난 깨달음의 피안(彼岸)은 물 한가운데 섬처럼 떠 있는 듯했다. 미동조차 없는 거대한 호수에 오리 한 마리가 떠다닌다. 그 움직임이 작은 파동으로 발끝에 전해졌다. `괜찮다.' 나무숲에 부는 바람이 말해주었다. `아무것도 아니다.' 이름 모를 빛깔 고운 새가 지저귄다. 수면 위로 부서지는 햇빛이 눈부시다. `너의 삶도 그러할 것이다.' 물과 바람과 햇볕이 건네는 나지막한 목소리에 눈을 감고, 가만히 귀 기울여 들었다. 대청호오백리길에서는 누구나 오롯이 혼자였으나 결코 결핍하진 않았다.

한 해 200만명 찾는 관광 명소
대전 구간 6개 충북 구간 15개
슬픈연가·창궐 촬영지로 유명


대청호는 대전과 충북 청주 등지를 걸치고 있는 인공호수다. 오른쪽으로 청주 상당구 문의면 덕유리, 왼쪽으로 대전 대덕구 미호동을 가르는 대청댐이 5년여 공사 끝에 1980년 12월 들어서면서 길이만 80㎞에 달하는 거대한 호수가 만들어졌다. 여기에 가두고 있는 물은 14억 9,000만톤으로 국내 최대인 소양호, 충주호 다음이다.

대청호는 대전·충청권의 젖줄이자 지역 주민들의 쉼터에서 10년 전 녹색생태관광사업의 하나로 `대청호오백리길'이 조성돼 한 해 200만명의 관광객이 찾아오는 관광명소로 거듭났다. 2011년 8월 대전발전연구원 녹색생태관광사업단이 발행한 소식지를 보면 대청호오백리길의 역사적 유래가 나온다. `대전·충청권 지역 대청호 주변 자연부락과 소하천을 모두 포함하는 200㎞ 도보 길로 등산로, 산성길, 임도, 옛길 등을 포함하고 있다. 5개 지자체 도보길인 대전 대청호로하스길, 대청호반길, 옥천 향수길, 보은길, 청남대 사색길 등을 포함하고 대청호 전체 상징성과 대전·충청권에 걸쳐 있는 대청호의 지형적 특성을 고려해 대청호오백리길이라 했다.

21개 테마 길로 이뤄진 대청호오백리길의 대전 구간은 두메마을길(1구간), 찬샘마을길(2구간), 호반열녀길(3구간), 호반낭만길(4구간), 백골산성 낭만길(5구간), 대청로하스길(21구간) 등 6개 구간이다. 6~20구간은 충북지역이다. 이 중에서도 호반낭만길은 2005년 권상우·김희선 주연의 드라마 `슬픈연가' 이후 `트루픽션', `7년의 밤', `창궐' 등 여러 영화 촬영지로 잘 알려져 있다. 마산동삼거리~드라마촬영지~자연생태관~추동취수탑~연꽃마을~엉고개~신상교로 이어진다. 천천히 12.5㎞ 거리를 걸으면 6시간가량 걸린다.

대청호 물길을 옆에 낀 데크로드를 따라 걷다 보면 건너편 야트막한 산들이 물위로 비쳐 자연의 데칼코마니가 성큼 다가와 있다. 데크로드 끄트머리에 다다르면 슬픈연가 촬영지 안내판이 나온다.

두메마을길(1구간)은 대청댐물문화관~숫고개~미호동산성~비상여수로~삼정마을~이현동 거대억새밭으로 연결된다. 2012년 12월 준공된 비상여수로댐 인근에는 로하스가족공원워터캠핑장이 있다. 조선 후기 고종황제의 승지를 지낸 민후식이 처음 지은 `민평기 가옥'도 이 구간의 볼거리다. 찬샘마을길(2구간)은 무섭고 슬픈 역사의 길이다. 계족산성에서 북동쪽으로 6㎞ 지점에 있는 성치산 정상을 둘러 쌓은 성치산성(대전시기념물29호)을 내려오면 윗피골(성황당고개)에 도착한다. 마을 뒷산에 석축 성곽인 노고산성(대전시기념물19호)이 있고 후삼국시대 후백제 견훤의 군사와 신라가 이곳에서 큰 싸움을 벌여 그 피가 내를 이뤄 내려왔다고 한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 피골이다. 이후 직동에 이어 찬샘마을로 바뀌었다.

호반열녀길(3구간)에서는 관동묘려(寬洞墓廬)를 빼놓을 수 없다. 열부 정려를 받은 쌍청당 송유(1389~1446년)의 어머니 유씨부인이 1452년(문종 2년) 82세로 세상을 등지자 장례를 지내고 옆에 건축한 재실이다. 백골산성 낭만길(5구간)은 신상교~강살봉~백골산성~방축골길~와정삼거리 13㎞다. 섬이 된 대청호의 산하를 탁 트인 시야로 조망할 수 있다. 청원 문의대교에서 시작하는 대청로하스길(21구간)은 대청호물문화관에서 길을 접는다. 2004년 3월 대전에 내린 100년 만의 폭설로 쓰러진 구룡산 소나무를 다듬어 장승으로 만든 구룡산장승공원이 주요 코스다.

한국지방신문협회  대전일보=문승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