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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유일하게 남은 정부 건립 지방 관광호텔

문화재 776호 등록된 옛 무등산 관광호텔
61년 된 서구식 목조건축 역사적 가치
1970년대까지 신혼여행지로 각광
5·18때 전남대생 피난처 사용도
현재 원효사 소유…“힐링공간 활용을”

 

봄날의 무등산은 싱그럽다. 군데군데 피어난 철쭉과 개나리가 푸른빛과 어울려 조화를 이룬다. 사계절 언제 가도 무등의 품은 아름답고 아늑하지만 봄꽃이 다투듯 피어나는 이 계절 또한 여느 때 비할 바 아니다. 초록의 숲이 주는 상쾌한 봄기운을 만끽할 수 있다.

그 건물은 그곳에 있었다. 시간의 흐름을 그러안은 채 무등의 품에 안겨 있었다. 원효계곡 의상봉 아래 자리한 옛 무등산 관광호텔(북구 금곡동 산 3-1). 1959년에 지어졌으니 올해로 만 6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옛 무등산 관광호텔은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중앙정부에서 처음 건립한 지방 관광호텔이다. 서구식 목조건축 기법에 전통의장을 가미해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계곡을 따라 맑은 물소리가 연신 들려오고, 다소 굽은 소나무들의 자태에선 풍상을 이겨낸 기품마저 느껴진다.

최근 옛 무등산 관광호텔이 국가등록문화재(제776호)로 등록돼 눈길을 끈다. 80년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전남대 총학생회장단이 피신해 시민군 및 학생들과 함께 민주화 운동을 도모한 곳이다. 황석영·이재의·전용호가 쓴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에는 이 같은 내용이 나온다.

“임시국회가 소집되어, 시국이 안정된 것으로 여겨졌으나 서울지역 대학 총학생회장단들이 모두 계엄 당국에 연행되었다고 서울로부터 전남대 총학생회로 연락이 와서 다급히 무등산장으로 피신하게 되었다. 이때 피신한 인물로는 박관현(1982년 옥중단식투쟁으로 사망), 양강섭 등이 있다.”

이처럼 광주 민주화 운동의 상징적인 곳이라는 장소성을 내재하고 있지만 일반에게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올해가 5·18 40주년을 맞는 의미있는 해지만, 오월 관련 소중한 유적이 그대로 방치돼 있다는 느낌도 없지 않다. 이곳은 원효사에서 약 1km 떨어져 있는 산 속에 자리한 터라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편이다. 간혹 산행을 하는 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지만, 이곳이 옛 호텔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당시 교통부는 관광산업 촉진을 위해 기존 지방호텔 지원 및 인수 등을 추진했다. 대구, 무등산, 서귀포, 설악산 등에 지방호텔을 신축했는데, 옛 무등산관광호텔은 광주시에 위탁경영을 맡겼다. 현존하는 곳은 무등산호텔이 유일하다. 비교적 교통이 용이한 설악산이나 서귀포는 이후 개발로 사라졌지만 무등산의 경우는 이용객 감소로 큰 훼손 없이 현존할 수 있었다.

호텔이 있는 원효계곡은 원효사에 속한 사찰림으로, 예로부터 광주시민들에게 인기 있는 피서지였다. 당시 교통부는 원효계곡 일대 0.16km를 관광지로 지정했고 불교 종무원의 토지대여와 문교부장관 사용 승인을 얻어 건립하게 됐다. 규모는 10개의 객실과 연회장, 식당 등 부대시설을 갖춘 것으로 추정되지만 현재는 본관 1동, 별관 2동이 남아 있다. 건립될 당시 명칭은 ‘무등산장’이었다고 한다. 이후 한국관광공사를 거쳐 1966년 옛 전남일보(광주일보 전신) 김남중대표가 인수해 시설을 개선했다.

원효사가 등록문화재 신청을 하기 위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무등산 산장호텔은 1960년대와 1970년대까지 신혼여행지 등으로 각광을 받았다. 주변 식당들도 신혼여행 피로연 장소로 인기를 얻었으며 계모임, 송년회 등의 장소로 각광받았다. 그러나 1980년대부터 경영난에 빠지게 되고 1999년 원효사에 운영권이 양도됐다. 이후 2012년 무등산권문화회의가 창립돼 이곳이 숲 문화학교로 탈바꿈하게 된다.

원효사는 향후 이곳의 활용 및 복원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관할 구청 관계자 등과도 정비 및 계획 등을 협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원효사 일대 상가들은 오는 2021년까지 호수 공원 쪽으로 이전하도록 돼 있다. 그렇게 되면 원효사와 옛 무등산관광호텔만 남게 되기 때문에 숲의 환경이 더 좋아질 거라는 예상이다.

해청 원효사 주지는 “무등산 주상절리대가 유네스코에 등록돼 있는 데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있다. 5·18의 역사적 가치가 투영된 옛 무등산 관광호텔을 이것과 연계해 스토리텔링, 생태 문화학교 등 시민을 위한 힐링의 공간으로 활용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